최진주 기자

등록 : 2019.12.10 13:46

‘살릴 수 있는 중증외상환자’ 아직도 5명중 1명 사망

등록 : 2019.12.10 13:46

“권역외상센터로 직접 이송해야 사망률 낮아져”

한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A(39)씨는 수년 전 북한산 등반 중 10m 아래로 추락해 헬리콥터로 의정부성모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다. 도착 즉시 응급수혈과 지혈을 실시하고 검사해 본 결과 골반 골절로 뱃속 출혈이 심하고 두개골과 척추가 부러져 있었다. 신경외과 등 여러 의료진이 머리 CT 촬영 후 응급수술을 통해 A씨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A씨는 “119구급대가 머리와 귀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가까운 병원보다 외상센터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외상센터로 이송했기 때문에 살아났다”고 구급대에 감사를 표했다.

A씨처럼 교통사고, 산업재해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수준의 외상을 입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2014년부터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특화된 권역외상센터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운영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증외상환자를 곧바로 권역외상센터에 이송하지 않고 가까운 병원이나 응급센터 등에 먼저 이송하는 일이 빈번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2017년 전국에서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 사례를 조사한 결과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2015년 30.5%에서 2017년 19.9%로 크게 낮아졌다고 밝혔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 가운데 적절한 시간 내에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돼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자의 비율을 말한다.

전국 5개 권역으로 구분했을 때 모든 권역에서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이 감소했다. 특히 광주ㆍ전라ㆍ제주 권역은 2015년 40.7%에서 2017년 25.9%로 14.8%포인트 감소해 개선 폭이 가장 컸다. 인천ㆍ경기는 10.7%포인트(27.4%→16.7%), 부산ㆍ대구ㆍ울산ㆍ경상은 13.4%포인트(29.4%→16.0%), 대전ㆍ충청ㆍ강원은 11%포인트(26.0%→15.0%) 감소하는 등 대부분 권역에서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으나 서울은 0.6%포인트(30.8%→30.2%) 개선에 그쳤다. 이는 서울에는 아직 권역외상센터가 개소하지 않았고 준비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권역외상센터는 365일 24시간 언제라도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응급수술 등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 전문 치료시설이다. 2014년 3개 센터가 개소한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 14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3개가 개소를 준비 중이다.

외상 사망률은 권역외상센터가 존재한다는 것뿐 아니라 센터로의 신속한 이송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급차 등이 다른 병원을 거치지 않고 권역외상센터에 직접 찾아간 경우 사망률은 15.5%였지만, 다른 병원을 한 번 거쳤을 때는 31.1%, 다른 병원을 두 번 이상 거쳤을 때는 40%로 크게 높아졌다. 또 응급처치 가능한 장비와 구조사가 있는 119구급차로 내원한 경우의 사망률은 15.6%로 다른 이송 수단에 비해 낮았다. 보건복지부는 “중증외상환자는 119구급차로 신속하게 이송해 해당 지역 권역외상센터에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중증외상환자는 여러 과 전문의들이 대기하고 바로 응급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로 최대한 빨리 이송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구급차가 권역외상센터가 아닌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한 순간 지체될수록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이송만 제대로 해도 예방 가능한 사망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전국 권역외상센터

◆전국 권역외상센터 개소현황

연번시·도의료기관명개소일자비고
1전라남도목포한국병원’14.02.21.목포시
2인천광역시가천대길병원’14.07.21.
3충청남도단국대학교 병원’14.11.13.천안시
4강원도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15.02.12.원주시
5울산광역시울산대학교 병원’15.09.17.
6광주광역시전남대학교 병원’15.09.22.
7부산광역시부산대학교 병원’15.11.09.
8대전광역시을지대학교 병원’15.11.24.
9경기도아주대학교 병원’16.06.13.수원시
10충청북도충북대학교 병원’17.12.28.청주시
11경기도의정부성모병원’18.05.11.의정부시
12경상북도안동병원’18.07.16.안동시
13대구광역시경북대학교 병원’18.09.20.
14전라북도원광대학교 병원’19.10.31.익산시
15제주도제주한라병원-’20년 개소
16경상남도진주경상대학교 병원-’20년 개소
17서울특별시국립중앙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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