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호 기자

등록 : 2016.12.20 04:40
수정 : 2016.12.20 14:22

고액 스폰서 지고… SNS 스타는 금세 ‘완판’

[정가방담]달라진 후원금 풍토

등록 : 2016.12.20 04:40
수정 : 2016.12.20 14:22

김영란법 이후 청탁성 후원 잠잠

박주민ㆍ손혜원은 3억 쉽게 채워

與 일부 의원 ‘18원 후원’ 몸살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방식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 개인 인연에 기대 고액 후원금 위주로 모으던 방식이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민원 청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풀뿌리 온라인 모금’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일찍부터 SNS를 적극 활용해온 의원들은 3억원(비례대표의 경우 1억 5,000만원) 후원금 한도를 순식간에 채웠지만, 전통적 방식의 후원에 의존했던 의원들은 비어있는 후원금 통장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달라진 시대에 가장 눈에 띄는 정치인은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세월호 변호사’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박 의원은 ‘거지 갑(甲) 의원’으로 불려왔다. 세월호 유가족 집회나 고 백남기 농민 부검 현장 등에서 의정 자료를 가득 담은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부스스한 머리로 ‘노숙’도 마다하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박 의원의 의정 활동에 호감을 갖던 유권자들은 이달 초 그의 후원 통장이 비어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알려지자 4일 만에 후원금 한도를 꽉 채웠다.

같은 당 손혜원 의원의 후원금 모금 속도는 더 빨랐다. 박 의원의 후원금 ‘완판’ 소식을 들은 손 의원이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저도 후원금이 필요합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불과 4시간여 만에 후원금 전액을 모았다. 이들 외에도 SNS 활동에 적극적인 같은 당 표창원ㆍ김병기 의원 등도 이미 후원금 모금을 끝냈으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인기 팟캐스트 등을 통한 홍보로 후원금을 모두 채웠다.

반면 SNS에 낯선 재선 이상 의원들은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초선 의원들에 비해 훨씬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정작 후원금 모금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이들은 재력이 있는 지역구 지지자들과 학연 등에 기반한 개인 인연들의 고액 후원(500만원 한도)을 중심으로 활동 자금을 모았다. 모금이 끝나면 해당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 후원자들의 민원이나 고충을 들어줬지만, 이 같은 방식이 김영란법이 금지하는 청탁에 해당될 수 있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하면 후원금 모임 자체가 지역구 경쟁자들의 정쟁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야권의 한 다선 의원실 관계자는 “고액 후원자 조를 짜 몇 바퀴 돌면 모금이 끝나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며 “지역 행사 참가 사진이나 연말연시 감사 인사 정도 올리던 SNS의 활용은 물론, 해외 교포들과 젊은 층에 영향력이 큰 팟캐스트 출연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원금 ‘품앗이’ 풍토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인기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나 지역구 지지가 탄탄한 다선 의원들이 자신의 후원금 한도를 다 채우면, 후원자들을 동료 의원들에게 연결시켜주곤 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SNS에 능통한 초선 의원들이 자신의 SNS에 재선 의원들의 후원금 모금을 홍보하는 경우가 종종 목격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조롱의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 공세를 받아온 새누리당 의원들은 뉴미디어 활용을 고민할 여유도 없는 모양새다. 여당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는 한 보좌관은 “최씨 사태로 뉴미디어 활용은 고사하고 공개적으로 후원금을 모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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