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인 기자

등록 : 2019.10.09 09:04

줄줄 새는 ‘눈먼 돈’… 올해 보조금 부정수급 1850억

등록 : 2019.10.09 09:04

장애인ㆍ청년 허위고용 등 적발… 정부, 특사경 도입ㆍ신고자에 환수액 30% 지급 등 대책

보조금 부정수급 집중점검에 따른 보조금 환수액. 기획재정부 제공

충북 소재 어린이집 원장 A씨는 지난 2월 원생이 부모를 따라 한 달간 해외로 출국했는데도 이 어린이가 계속 출석한 것으로 꾸며 정부 지원 보육료를 타다 적발됐다. A씨는 같은 방식으로 실제 등원하지 않는 원생들을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 1억원을 빼돌렸다.

정부가 고용, 복지 등의 분야에 지원하는 보조금 규모가 연간 120조원대까지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하는 부정수급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조금이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터라 보조금 확대에 따라 새는 돈도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보조금 부정수급을 뿌리 뽑기 위해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하고 고의로 부정수급한 사실이 적발되면 고발ㆍ수사 의뢰를 하기로 했다. 또 현재 2억원인 신고포상금 상한을 폐지하는 한편 부정수급 환수액의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상반기 보조금 부정수급 집중점검 결과’와 ‘보조금 부정수급 관리 강화 방안’을 공개했다.

◇상반기 부정수급 보조금 1,850억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운영된 부정수급 점검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올해 1~7월 각 부처와 감사원, 경찰에서 적발한 부정수급액은 총 1,854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 중 647억원(지방 보조사업 포함)을 환수하기로 결정했으며, 나머지 1,207억원도 혐의와 부정수급 규모를 확정하는 대로 환수할 계획이다.

이번에 적발된 부정수급액 규모는 지난해 1년 동안 환수된 보조금(388억원)의 5배에 가깝다. 확장 재정과 복지정책 강화로 보조금 규모가 급증하면서 부정수급도 따라 늘어나는 양상이다. 보조금 예산 규모는 2017년 9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05조4,000억원, 올해 124조4,000억원으로 2년 만에 3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환수되는 국고보조금 601억원 중 368억원(61.2%)은 고용 분야에 집중됐다. 기업들이 장애인, 청년을 고용한 것처럼 꾸며 장려금을 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 회사는 퇴사한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4대보험 상실신고를 미룬 채 급여대장, 출근부 등을 허위로 작성해 장애인 장려금을 수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 직원을 신규 취업자로 꾸며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게 하거나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속여 청년추가 고용장려금을 받아낸 사례도 있었다.

복지 분야에서 새나간 보조금도 148억원(24.6%)에 달했다. 어린이집 중엔 원생이 사망한 후에도 기본 보육료를 3개월 동안 결제하거나, 실제 출근하지 않은 보육교사 6명을 허위 등록해 처우개선비를 받아낸 곳들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한 뒤 현금으로 받은 급여를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채 생계급여를 부정수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산업(53억원ㆍ8.8%), 농림수산(16억원ㆍ2.7%) 분야의 부정수급도 적잖다. 경북 영천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폐업지원금을 담당하는 공무원 B씨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급 대상자인 것처럼 꾸며 1억5,828억원을 받았다. 경남 통영에 사는 C씨 부자는 함께 거주하면서도 2년간 따로 수산직불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특사경 도입ㆍ무제한 포상금… 부정수급 단속 총력

정부는 부정수급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고위험 사업을 지정하고 불시점검, 특별단속 등의 방식으로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현재 거론되는 고위험 사업 후보군은 △청년추가 고용장려금 △장애인 고용장려금 △생계급여 △보육교직원 지원금 △농어업 직불금 △전통시장 지원금 등이다.

특히 부정수급이 잦은 △고용안정사업 △기초생활급여 △장애인활동지원 △직불금 등 4개 사업에대해선 담당 부처 공무원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한다. 특사경은 내년 중 관련법 개정을 거쳐 조직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부정수급 신고 활성화를 위해 현재 2억원인 신고포상금 한도를 폐지하고 부정수급 환수액의 최대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이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보호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보조금 통합관리지침 개정을 통해 고의나 거짓으로 보조금을 부정수급한 혐의를 확인한 경우 담당 공무원이 바로 고발 또는 수사의뢰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통합수급자격 검증시스템을 구축해 부정수급자가 다른 국고보조사업에서 보조금을 타내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부정수급에 따른 제재 부가금을 부정수급액의 5배로 통일하는 등 제재도 강화한다.

이승철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부정수급이 계속 발생하면서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새는 돈 없이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근원적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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