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9.11.28 19:35

[Enter, 현장] 오정세를 군청으로 보내자고?… 연예인-소속사 ‘그들이 사는 세상’

등록 : 2019.11.28 19:35

Figure 1 ‘노규태를 옹산군청으로’. 배우 오정세의 소속사 관계자가 선거 유세하듯 어깨띠를 두르고 있다.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종방을 맞아 벌인 이벤트다. 양승준 기자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오정세는 옹산 군청의 군수를 꿈꿨다. 팬 엔터테인먼트 제공

‘노규태를 옹산군청으로’. 이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두른 여성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엉겁결에 같이 인사를 하고 둘러보니 어깨띠 다른 면엔 ‘이루지 못한 꿈’이란 더 절절한 문구가 적혀 있다. 선거운동원과의 일화가 아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연예기획사 프레인TPC 사무실. ‘옹산군청장 선거 유세’는 배우 오정세가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못다 이룬 꿈을 응원하기 위해 그의 소속사가 배우 종방 인터뷰에 맞춰 준비한 이벤트였다. 오정세는 드라마 속 가상의 도시 옹산에서 군수가 되려는 헛된 꿈을 꾸는 노규태를 연기했다. 기획사가 드라마와 현실에 다리를 놓은 덕에 웃음의 유효기간은 길어졌다. ‘짠내’ 나는 연기로 웃음을 주는 그 배우에 그 소속사다운 행보다. 오락(엔터테인먼트)과 일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때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일이 때론 묘하게 생명력을 얻는다.

황정민의 소속사이자 공연기획사 샘컴퍼니는 독특한 사내 문화가 있다. ‘만원사례’ 이벤트다.

개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연예인과 창작자들이 모인 곳이 연예기획사다. 톡톡 튀는 사람들이 모여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다 보니 조직 문화도 독특하다. 성과를 자축하는 사연과 방법도 남다르다.

황정민과 박정민의 소속사이자 공연기획사이기도 한 샘컴퍼니에는 ‘만원사례’가 사내 놀이로 자리 잡았다. 직접 기획하거나 소속 배우가 출연한 공연 티켓이 매진되면 봉투에 1만원 혹은 5만원을 넣어 스태프에 선물한다.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공연의 흥행을 모두 함께 즐기자는 취지다. 올 초 황정민이 출연한 연극 ‘오이디푸스’에 함께한 스태프들은 샘컴퍼니 대표에게서 5만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오! 만원 사례’란 취지에서 5만원씩 쐈다고 한다. 샘컴퍼니 대표는 뮤지컬 배우 출신 김미혜로 황정민의 부인이다.

유준상이 소속사인 나무액터스 스태들에게 준 여름휴가비가 담긴 봉투.

모든 스타가 제 주머니만 챙기는 건 아니다. “커피, 저희가 쏩니다”. 보컬그룹 노을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노을은 최근 140여명의 직원 모두에게 직접 커피를 돌렸다. 지난 7일 낸 신곡 ‘늦은 밤 너의 집 앞 골목길에서’로 지니뮤직 등 일부 음원 사이트에서 이달 둘째 주 깜짝 1위를 하자 울린 ‘골든벨’이었다. 단정한 이미지로 유명한 30대 남성 배우 A는 최근 소속사 직원들에 따로 화장품을 선물했다. 화장품 광고 CF를 찍은 뒤 주변에서 자신을 챙겨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유준상은 식구 챙기기가 각별한 스타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는 소속사 나무액터스 스태프 여름 휴가비도 여러 번 챙겼다.

가수 루시드폴은 제주에서 직접 키운 귤을 소속사 직원에게 선물한다. CJ오쇼핑 방송 캡처

작곡가 유희열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뮤직은 겨울이 되면 ‘귤 사랑방’이 된다. 농사꾼이 된 ‘음유시인’ 루시드폴은 제주에서 직접 키운 귤을 수확하면 꼭 서울에 있는 소속사 안테나뮤직 직원들에게 보낸다고 한다. 안테나뮤직 관계자는 “지난해엔 루시드폴이 귤청을 만들어 보내줘 겨울을 잘 났다”고 웃으며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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