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 기자

등록 : 2019.09.08 20:47

캄보디아 ‘온라인 도박 금지령’에… 중국인들 ‘엑소더스’

등록 : 2019.09.08 20:47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국제공항의 모습.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적했던 곳이지만, 중국인들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시아누크빌=정민승 특파원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중국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캄보디아가 내년부터 온라인 도박 금지령을 내린 뒤 나타난 현상으로, 중국 자본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8일 캄보디아 데일리 등 매체와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대 항구도시 시아누크빌, 베트남 접경도시 바벳 등에 있던 중국인들이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매체는 캄보디아 내무부를 인용, 지난달 18일 온라인 도박 금지 발표 이후 현재까지 약 12만명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6,000명에 달하는 규모로, 캄보디아 거주 중국인(25만명)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시나누크빌의 중국인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이에 따라 특정 노선의 경우 캄보디아를 떠나는 항공편의 좌석은 만석 행진을 이어 가는가 하면, 중국에서 캄보디아로 향하는 항공기는 텅텅 빈 채로 들어오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캄보디아 내 중국인 3분의 2가 경고를 받고 귀국길에 올랐다”며 “시아누크빌에서 출발하는 중국행 편도 항공권은 매진됐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8일 현재 트레블로카 등 항공권 예매사이트에 따르면 시아누크빌에서 나가는 항공편의 요금은 들어오는 편보다 50%가량 높게 형성돼 있다. 이 공항에서는 광저우, 쿤밍 등 중국으로 주 100여편의 항공기가 운항된다.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인 시아누크빌은 중국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중국어 간판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내 거리 풍경. 시아누크빌=정민승 특파원

도시 전체가 ‘중국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아누크빌의 경우, 중국인들에 의한 난개발과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많은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중국인들이 카지노 호텔 등 부동산 개발 또는 도박장 운영에 관련된 인력들로, 이들에 범죄 행위가 끊이지 않았다. 살인ㆍ매춘ㆍ인신매매 등의 사건이 중국인들에 의해 일어났고, 최근에는 이들에 의한 마약 밀매까지 성행하면서 캄보디아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특히 최근에는 전세기 두 대를 동원, 수백명의 중국인을 추방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최대 항구도시인 시아누크빌 중심지에 있는 황금 사자상 앞에서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자상 뒤로 중국 자본들이 올리고 있는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다. 사자상 회전교차로(육거리)에는 어느 방향을 바라봐도 공사장들뿐이다. 시아누크빌=정민승 특파원

중국인에 대한 국민 불만을 불식시키기 위해 훈센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중국 자본에 대한 강경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6월 시아누크빌에서 중국인이 불법 건축하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28명이 사망하고 26명의 부상자를 낸 사고를 계기로 시아누크빌에서 진행되고 있던 건설 현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수백 곳에 이르는 공사 현장 대부분이 중국 자본에 의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인들을 겨냥한 조치다. 또 캄보디아에 들어온 중국인들이 자국민들의 사업 영역에까지 손을 대자 기념품 판매, 택시ㆍ트럭 운전, 이발, 마사지 등 서비스 일부 업종에 대해 외국인의 취업 제한도 추진하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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