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6.20 11:00

[정치부 카톡방담] 남북사무소 ‘잿더미’… 문 대통령 “국민적 자존심 상처 우려”

등록 : 2020.06.20 11:00

북한이 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지난 4일부터 대남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남북간 모든 연락 채널까지 차단한 이후 나온 최고 수준의 도발이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 도발도 예고했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부대 전개를 포함한 4대 군사행동 지침까지 예고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신중한 입장을 취하며 맞대응을 자제하던 청와대도 대북 특사 제안 사실까지 북한이 공개하자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남북관계 악화 상황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외교안보 라인 교체 얘기가 흘러 나오는 가운데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물러났다. 암운이 드리우는 한반도 정세와 향후 전망 등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일보 청와대팀과 외교안보팀,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지난 4일 이후 대남 강경 메시지를 내던 북한이 결국 16일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도발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꼭 찍어서 폭파시킨 이유가 궁금하네요.

평화의 비둘기(비둘기)= 대남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멀지 않아 쓸모 없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3일 만인 16일 오후2시49분 북측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어요. 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선언 합의로 만든 남북 협력 증진의 상징과도 같은 곳인데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죠. 판문점선언의 상징 파기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림수 같아요. 2018년 이후 북한이 기대했던 ‘한반도의 봄’이 오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나 남북 간 합의를 극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깬 건 북한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텐데,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간 책임도 북한이 져야 하는 상황이죠.

레고는 설명서대로(레고)= 쾅 하는 순간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가 떠올랐어요. 당시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냉각탑 폭파라는 드라마틱한 연출을 택했죠. 이번에도 북한은 폐쇄도 철거도 아닌 폭파라는 가장 극단적 방법을 동원한 겁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꺼져가는 미국의 관심을 되살리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사직로 피톤치드= 실제로 북한의 이번 도발을 두고 한반도 긴장을 조성해 미국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미국을 향한 공세로 방향을 틀 것이란 예측도 나옵니다. 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워놓겠다는 거죠. 하지만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등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접경지역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18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돌아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우리 정부가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죠.

밥먹었더니 배불러(배불러)= 13일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군 부대는 접경 지역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하고, 정찰ㆍ감시 자산 등을 총동원해 북측 동향에 촉각을 기울였습니다. 이후 열상감시장비(TOD) 등을 통해 개성공단 지역에서 불꽃이 튀는 등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관측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연락사무소 폭파를 위해 사전준비과정에서 불꽃이 튀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다만 군부대 움직임 등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은 없었다고 합니다.

비둘기= 개성은 사방이 뚫려 있어서 남측에서 감시가 용이한 지역입니다. 때문에 북한이 행동 의지를 일부러 노출시켰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북한이 남한에 직접 계획을 알렸다는 전언도 있었는데 이 내용은 청와대가 18일 공식 부인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당시 ‘정보력’을 과시했던 정부가 북측의 동향을 놓치고 있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정부가 ‘설마설마’ 하는 와중에 북측이 도발을 감행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17일 청와대에서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돌아봐=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청와대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강경한 입장으로 선회했죠.

마음은 콩밭에=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건 그야말로 선을 넘은 것이니 정부도 더 이상 수동적으로 대응해선 안 되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국민적 자존심’ 에 상처가 나는 것에 우려를 표시했다고 하네요. 16일부터 청와대는 ‘강력한 유감’ ‘엄숙한 경고’ 등 표현으로 강경대응에 나섰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일단은 당분간 이 기조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어요.

배불러=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을 쏟아내고 비밀리에 진행해 왔던 특사 문제도 일방적으로 공개했으니 청와대도 강경한 대응에 나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봐요. 아쉬운 건 다시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실마리를 우리 정부가 줘서 북한 내부적으로 격앙된 분위기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명분으로 삼게 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향후 청와대가 유연하게 대처해 경색 국면을 풀어가야 하는데 그 지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돌아봐= 북한이 추가 도발도 경고했죠.

레고= 북한 총참모부(우리 측 합동참모본부 격)는 17일 담화에서 “남측에 대한 군사 행동 계획을 이른 시일 내 당 중앙군사위에서 비준 받겠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비준을 위한 중앙군사위가 먼저 개최돼야 하고, 앞서 예고했던 대남 삐라 살포, 서해와 비무장지대 내 병력 보충이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일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관측이 나오지만, 대남용이라기 보다 대미용이라는 점에서 당장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여요.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책임을 지고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물러났죠.

레고= 책임 소재 자체만 놓고 보면 김연철 통일부 장관 보다는 북미 간 중재 외교 당사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정 실장을 문책할 경우 현 정부가 내세운 ‘한반도 운전자론’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듯 합니다.

돌아봐= 여권에서는 후임 통일부 장관 하마평이 나오고 있죠.

연두 담쟁이(담쟁이)= 정치인 등판설이 ‘핫’해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보다 창의적인 해법에 적극 나설 ‘정치인 역할론’에 눈길이 쏠리기 때문인데요. 기존에 가동했던 채널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북 지원에 나서 경색된 관계를 풀어낸다거나, 일정 부분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향적 해결책을 주도할 상징적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여의도 딸바봉= 이런 측면에서 86그룹(60년대생ㆍ80년대 학번) 정치인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인영ㆍ우상호ㆍ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북한 사정에 밝고 개혁 성향인데다가 미국이나 국내 보수진영의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죠.

돌아봐= 북한의 도발 수위가 올라가면서 여야가 정쟁을 접어두고 대응책 마련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얘기도 확산되고 있죠.

영등포 청정수= 민주당의 일방적 원 구성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통합당도 내심 고민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국방위로 배정됐던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도발로 인한 안보위기에 국회가 방관만 해선 안 된다”며 외교안보 상임위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하지만 여전히 법제사법위를 가져와야 한다는 강경론이 강한 데다, 주호영 원내대표까지 칩거 중이라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담쟁이= ‘반쪽 국회’를 주도하는 여당도, ‘보이콧’을 외치는 야당도 직진만 하기는 어려워졌어요. 한반도 정세가 만만치 않은데 자기 고집만 고수하는 것처럼 행동하기에 양쪽 모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되레 국회 정상화를 도모할 ‘출구’이자 우회적 명분이 될 지 모른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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