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등록 : 2020.06.10 17:24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아파도 못 쉬는’ 한국

등록 : 2020.06.10 17:24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상병급여 등 근로자보호 강화

유급병가와 상병급여 제도화 되지 않은 유일국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재길 민주노총 부위원장,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 등과 함께 상병수당·유급병가휴가 도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이 기존 상병급여(수급자격자가 질병ㆍ부상ㆍ출산으로 구직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경우 지급 받는 급여) 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실상 유일하게 유급병가ㆍ상병급여 제도가 없는 한국에서도 아프면 충분히 쉬고 회복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민주노동연구원과 사회공공연구원이 발표한 ‘외국의 유급병가, 상병수당 현황과 한국의 도입방향’에 따르면 세계 184개국 중 유급병가와 상병급여가 모두 없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1개 국가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중에는 한국과 미국만 두 제도가 모두 없다. 그나마 미국에서도 2018년부터 주 별로 유급병가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 확산, 지금까지 13개 주, 3개 카운티, 워싱턴D.C를 포함한 20개 도시에서 도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 국면에서는 상병급여 적용 기간과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존 제도를 강화하는 추세다.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베트남, 덴마크, 캐나다 등에서는 치료 격리나 예방적 자가격리로 일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상병급여를 지급한다. 호주, 캐나다, 포르투갈은 기존 3~7일의 상병급여 지급 대기기간을 폐지했다. 독일, 아일랜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캐나다 등은 기존 상병급여의 적용대상이 아니었던 자영업자 등에게도 확대 적용했다. 일본, 오스트리아, 캐나다에서는 기존 의료진단서 제출을 면제 또는 유예하도록 했다.

하지만 한국은 업무 외 질병이나 부상으로 일을 하지 못할 경우 급여를 지급받을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 업무 중 아프거나 다치면 산업재해보험에 따라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을 뿐이다.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병가를 시행하고 있지만 임의적인 데다 사업장의 규모와 고용형태별로 유급병가 적용률의 차이도 크다.

실제 2018년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노조가 없는 조직일수록 유급병가를 사용하지 못했다. 국내 1~4인 사업장의 유급병가 적용률은 12.3%, 5~10인 사업장은 15.5%에 그치는 데 반해, 300~1,000인 미만은 71.1%, 1,000인 이상 사업장은 80.6%에 이른다. 고용 형태별로도 정규직은 59.5%가 유급병가 적용을 받지만 비정규직은 18.7%, 일용직은 2.7%에 불과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유급병가 적용률은 무려 85.3%로 노조가 없는 사업장(36.5%)의 2.3배에 달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그리고 영세자영업자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유급병가를 법제화하고, 건강보험에서 상병급여를 신설하는 혼합형 포괄 보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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