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하 기자

등록 : 2014.08.01 14:58
수정 : 2014.08.02 03:57

'35년 역사' 보신탕 집, 추억 속으로…

등록 : 2014.08.01 14:58
수정 : 2014.08.02 03:57

보신탕의 성지로 불리는 대교 사철탕집과 사장님.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중복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오후 7시 서울 도화동 보신탕집 ‘대교사철탕’은 몸 보신을 위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손님 50여명은 약 260㎡의 식당 안에서 보신탕과 수육을 먹으며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4개의 방은 예약 손님으로 찼고 테이블도 12개 중 10개가 차 있었다. 얼핏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만 대교사철탕 사장 오금일(59ㆍ여)씨는 “복날 전후라서 손님이 이정도 있는 것이지 다른 날에는 파리 날리기 일쑤여서 조만간 가게를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981년부터 마포를 지켜 온 35년 역사의 대교사철탕이 이달 말 문을 닫는다. 경영난으로 인해 고깃집으로 업종을 바꾸기 때문이다.

1일 오씨에 따르면 장사가 제일 잘 되던 1986~1995년에 비해 최근 매출은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중복이었던 지난달 28일 7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복날 하루 1,300만원 이상을 벌던 때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하루 평균 방문하는 손님도 절반 수준인 150여명으로 줄었다.

오씨는 보신탕 문화가 젊은 세대에서 사라진 것을 가장 큰 매출 감소 원인으로 꼽았다. 오씨는 “젊은층은 애완견을 기르는 경우가 많아 보신탕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20~30대는 삼계탕을 선호하기 때문에 복날이라고 가게를 찾는 젊은 손님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가게를 찾은 손님들도 대부분은 머리가 희끗한 70대 노인들이었다.

오씨는 개를 몽둥이로 때려 잡는 사례만 소개하는 등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신탕을 다루는 언론 분위기도 지적했다. 오씨는 “손님 중에는 병원에서 몸을 위해 먹으라고 했다며 보신탕을 싸가는 손님들이 많은데 이런 이야기는 뉴스에 나오지 않아 속상하다”고 말했다. 보신탕이 여름 한철 장사라는 점도 가게 운영에 큰 걸림돌이었다. 오씨는 “성수기 여름과 비수기 겨울의 매출 차가 5배 이상 나는데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사계절 내내 할 수 있는 업종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교사철탕의 단골들은 폐점 소식에 크게 아쉬워했다. 20년 단골이라는 회사원 강모(56)씨는 “다른 가게에서는 이런 맛을 찾을 수가 없는데 앞으로 여름 더위를 어떻게 이겨낼지 막막하다”며 걱정했다. 10년 단골로 외국 출장을 자주 다니는 한모(56ㆍ여)씨도 “출장 전후, 보신탕의 성지에서 원기 회복을 하곤 했는데 아쉽다”며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 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 지켜낼 방법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말했다.

대교사철탕은 ‘대교 모임’이라는 고유명사도 만들어 내며 30여년간 수많은 정치ㆍ언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후보자 시절부터 가게를 자주 들렀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이해찬 전 총리 등 수많은 정치인들이 여름마다 방문했다”고 회상했다. 선배 기자들을 따라 왔다가 20년 단골이 된 선동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우연히 선후배와 마주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진다고 하니 슬프다”며 섭섭함을 나타냈다.

경영난으로 불가피한 선택을 했으나 오씨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오씨는 “고깃집이 되면 젊은 손님들이 늘어나 매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가족 같은 단골들을 잃게 될까 걱정”이라면서도 “앞으로도 손님들이 주막처럼 들러 인연을 이어가는 가게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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