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기자

박서강 기자

등록 : 2019.11.15 10:12

[뷰엔] “라떼는 말이야…” 대입 제도 따라 달라진 입시 풍경

등록 : 2019.11.15 10:12

학력고사 시대엔 총점 340점 중 체력 점수가 20점을 차지했다. 만점이 어렵진 않았지만 학생들은 최선을 다했다. 사진은 1984년 서울 한 고등학교에 진행된 철봉 오래 매달리기 평가 모습.

1981년 1월 한 대학교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학원서 접수현황 게시판이 갱신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 입학 전형 방식은 광복 이후 총 18차례 바뀌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지만 백년은 고사하고 4년마다 한 번씩 입시 판을 뒤흔든 셈이다. 최근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부정 의혹을 계기로 19번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도입과 폐지를 반복하며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에 몸살을 앓은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였다. ‘개혁’ 또는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새 제도가 시행될 때마다 시험장 안팎의 입시 풍경도 달라졌다. 입시 당사자들이 겪은 불안과 혼란, 좌절과 환희의 모습을 통해 입시 제도의 변천사를 되돌아봤다.

▲예비ㆍ본고사 시대(~1981학년도)

광복 이후 1953년까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대학 ‘마음대로’ 학생을 선발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대학입학연합고사 등 국가시험을 병행해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다. 그러나 수험생의 부담을 키우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국가시험은 폐지와 부활을 반복했다. 1969학년도부터는 대학별 본고사 및 예비고사 제도가 확립돼 1981학년도까지 이어졌다. 경제 발전과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합격을 향한 수험생과 학부모의 절실함은 날로 더해 갔다.

▲학력고사 시대(1982학년도~93학년도)

졸업정원제(1981학년도)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은 ‘7ㆍ30 교육개혁’을 통해 1981학년도부터 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와 내신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하고, 과외를 금지했다. 기존 정원의 30%이상을 더 뽑는 졸업정원제도 도입했다. 그러나 갑자기 시행된 정책에 불안한 수험생들이 상위 대학 지원을 꺼리면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했다.

학력고사(1982~93학년도)

1982학년도부터 대입학력고사가 실시됐다. 학력고사 점수가 당락을 좌우하면서 적성이나 진로에 관계 없이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1988학년도부터 원하는 대학, 학과를 먼저 결정한 뒤 시험을 치르는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이 또한 원서 접수 마감 직전까지 눈치작전이 성행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시험을 치른 대학 교문에 엿을 붙이는 학부모나 체력장 만점을 받기 위해 철봉에 매달려 안간힘을 쓰는 수험생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학력고사가 진행된 1991년 12월 각 지역의 고등학교 동문회가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한 현수막이 서울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걸려 있다. 선지원 후시험 제도가 시행되던 시기로 수험생은 지원 대학에서 시험을 치렀다.

1989년 12월 학년고사가 치러진 한 대학교 교문 명패에 학부모로 보이는 이들이 합격을 기원하는 엿을 부착하고 있다. ‘大(대)’자에 붙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1991년 9월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체력 검정에서 수험생이 철봉 오래 매달리기를 하고 있다. 다음 차례 수험생이 기도하는 모습이 간절해 보인다. 학력고사 시대에는 체력도 평가요소로 반영돼 철봉 오래 매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평가가 진행됐다.

1987년 1월 서울대학교 캠퍼스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입학 원서 지원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1988년 1월 한 대학 캠퍼스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합격자 발표자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다양한 표정에 감정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이다.

▲수능시대

본고사 부활(1994~97학년도)

학력고사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고 단순 교과 지식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1994학년도부터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고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했다. 그러나 수능시험과 중복되는 데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우려 때문에 1997학년도에 폐지됐다.

수시전형의 도입(1997~2007학년도)

1997년 처음 실시된 수시전형의 모집 비율은 1.4%에 불과했으나 2002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논술, 추천서, 심층면접 등 다양한 전형 방식도 그해 도입됐다. 인터넷 원서접수가 시작되면서 마감 당일 북새통을 이루던 접수 창구 풍경은 점차 사라졌고, 휴대폰 등 IT기기를 활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검색 및 보안 시스템이 강화됐다.

1996년 서울대에서 진행된 본고사 예비소집에서 수험생이 교직원으로부터 주의 상황을 듣고 있다. 본고사는 1997학년도부터 폐지됐다.

1994학년도 서울대 입학 원서 접수 마지막날 수험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수처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장 눈치 작전은 인터넷 원서 접수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계속됐다.

2006년 서울시립대 원서접수 창구가 접수 마지막 날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학과별 원서접수 현황이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되고 있다. 원서접수가 인터넷으로 이뤄진 후 막판 눈치작전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2002년 수험생들이 휴대폰을 제출한 뒤 수시모집 전공 적성검사를 치르고 있다.

2004년 수시2학기 구술면접이 진행된 한 대학에서 수험생이 직접 금속탐지기를 들고 휴대전화나 무선장비 소지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수시모집 시행초기인 2000년 연세대 수시모집 서류접수 창구에서 상장의 원본을 대조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수시전형의 확대(2007학년도 이후)

수시 모집 비율은 2007년 절반을 넘어섰고 2020학년도엔 8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이 시기 노무현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내신과 함께 동아리, 학생회, 봉사 활동, 자기소개서, 소논문, 경시대회 입상 경력 등 다양한 평가항목을 반영하며 지속적으로 확대된 입학사정관제는 과도한 스펙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라 박근혜 정부 때 일부 평가 항목을 제외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바뀌었다. 그 후 수시전형은 학종을 비롯해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 실기전형 등 크게 네 가지로 자리잡았다.

논술전형에 몰리는 수험생들(2010학년도 이후)

내신과 수능의 반영 비율이 적거나 아예 없는 논술전형은 지속적인 스펙 관리 대신 시험 한 번으로 ‘승부’를 볼 수 있어 많은 수험생들이 몰렸다. ‘천하제일 논술대회’ ‘과거시험’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그 때문이다. 2015학년도 한양대 논술전형은 경쟁률이 80:1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논술 시험 당일 복수의 대학을 지원한 수험생들을 수송하기 위해 오토바이 부대까지 등장했다. 논술전형 비중은 2010학년도부터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늘어났지만 2015학년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수능 연기 사태도(2018학년도)

2018학년도 수능을 하루 앞둔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 시험이 일주일 연기됐다. 과거 APEC이나 G20 등 국제 행사로 인해 수능 날짜가 미리 조정된 경우는 있었으나 자연재해로 인해 갑작스럽게 연기된 것은 처음이었다. 학원마다 연기 사실을 미처 몰랐던 수험생들이 버리고 간 문제집이 쌓여 있는 모습도 역사의 기록으로 남았다.

김주영 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사진=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2월 서울 잠실주경기장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입시설명회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수시모집 비중이 확대되고 전형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입시 정보와 전략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2013년 11월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1년 11월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을 다른 학교로 태우고 이동하기 위한 오토바이 행렬이 캠퍼스로 무리 지어 들어가고 있다.

지진으로 대입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2017년 11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전날 버렸던 문제집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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