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기자

등록 : 2020.02.19 01:08

“방역 위해” 기업활동 족쇄 채웠던 중국 “경제 어쩌나” 딜레마

등록 : 2020.02.19 01:08

중앙정부 “후베이성 외 이동 허용을”… 지방정부는 눈치만

우한 감염자 전수조사 엉터리, 주민들 “검사관 만난 적 없다”

18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한 여성이 속을 덧대 개량한 독특한 모양의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걷고 있다. 광저우=EPA 연합뉴스

중국이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후베이성은 곳곳에 드러난 허점을 메우느라 정신이 없다. 다른 지역은 감염 증가세가 한풀 꺾였는데도 공장 가동을 중단한 채 눈치만 보고 있다. 중앙은 다그치고 지방에선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지방정부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도 떠안아야 한다”면서 “후베이성 이외 지역은 임시검문소를 없애 차량과 사람의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염병 확산 위험이 커지면 안 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오로지 방역만 강조하던 지금까지와 달리 생산 복원을 위한 교통과 물자의 원활한 이동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심지어 “여론에 떠밀려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지방정부의 자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장 3주간의 춘제(春節ㆍ설) 연휴를 마치고 지난 10일 조업을 재개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신증권은 전날 “연휴 이전에 비해 27~37%의 근로자만 현장에 복귀했다”면서 “국내 발전소의 하루 석탄 소비량이 평소의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을 지낸 쉬융딩(徐永定) 학부위원은 세계 석학들이 기고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현재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정부의 두려움”이라며 “지역 간 인원과 물자의 흐름을 촉진해야 생산과 공급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방역을 강화하느라 기업 활동에 이중삼중의 족쇄를 채웠던 게 지금은 되레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톈윈(田耘) 중국 거시경제연구센터장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제한 조치들이 이제는 기업의 생산 재개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여전히 방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전날 전염병 대응 중앙영도소조 회의에서 “각 지방정부는 방역 작업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 주문했다. “냉각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지방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의 기세가 정점을 지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자 증가 규모가 14일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호흡기질환 전문가인 중난산(鍾南山) 공정원 원사는 “앞으로 2주가 고비”라며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한에선 보건당국의 감염자 전수조사가 엉터리로 판명돼 다시 진행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한시가 급한 와중에 기초작업인 환자 분류부터 꼬인 것이다. 관영 CCTV 등은 “기존 조사에 구멍이 많아 새로운 저인망식 조사를 3일 이내에 끝내겠다”는 왕중린(王忠林) 신임 당서기의 발언을 전했다. 앞서 마궈창(馬國强) 전 서기는 “421만 가구 1,059만명의 주민 가운데 99%의 실태를 파악했다”고 자신했지만, 검사관을 만난 적도 없다는 주민들의 반박이 쏟아지면서 결국 실상이 드러났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는 “의심환자를 포함한 감염 의료진 3,019명 가운데 확진자는 1,716명”이라고 밝혔다. 병원이나 집에서 감염된 경우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7일 하루 확진자는 1,886명 늘어 총 7만2,436명이고, 사망자는 98명 늘어 총 1,868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우한의 신종 코로나 거점병원인 우창병원 류즈밍(劉智明) 원장도 목숨을 잃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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