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2.29 11:00

[카톡방담] 여당 ‘대구 봉쇄’ 발언에 싸늘한 여론… 무당층 표심 야당으로 가나

등록 : 2020.02.29 11:00

여당 홍익표ㆍ이재정 대변인 여러 차례 설화로 도마에

의원 개인 인물도 문제이지만 물고 뜯는 정쟁도 원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급속한 확산으로 나라 전체가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대구ㆍ경북(TK)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다. 패닉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었던 홍익표 의원이 지난 25일 당정청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중에 ‘대구 봉쇄’라는 표현을 썼다가 뭇매를 맞고 결국 사퇴했다. 역학적 봉쇄 표현을 지역 봉쇄로 오인시킨 브리핑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감염병 사태로 안그래도 불안한 지역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설 정도였다. 홍 의원의 설화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집권당 공식 ‘스피커’ 인 홍 의원이 잇따라 설화에 휘말리는 이유와 4월 총선에 미칠 영향 등을 알아보기 위해 국회팀 기자들이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대구 봉쇄’ 발언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가요.

여의도 뚜벅이(뚜벅이)= 25일 당정청 회의에서 ‘봉쇄’라는 용어가 브리핑 자료에 언급됐다고 합니다. 방역 차원의 용어로, 정부와 관계 당국이 늘 써왔던 단어라는 게 민주당 설명입니다. 물리적 차단을 의미하는 봉쇄(blockade)라는 단어를 의학적 방지 차원의 봉쇄(containment)로 써왔던 것이죠. ‘최대한의 봉쇄정책’ 이란 말 자체가 전문 용어상 ‘최대한의 방역대책’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죠. 자연스러운 쓰임인데 이걸 홍 의원이 기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의학 용어가 아닌 무언가를 막는다는 일반 용어로 설명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죠.

연두 담쟁이(담쟁이)=어찌 보면 당시 상황도 많이 꼬였죠. 의도적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설명 가운데 '이동에 대해 일정 정도 행정력 활용을 검토' 한다는 대목이 오해를 증폭시키긴 했습니다. 안그래도 극단적인 일부 세력들이 '대구 봉쇄'를 언급하던 상황이었잖아요. 이런 극단 세력 주장에 상처받았던 민심이 '이동에 대한 행정력 검토' 표현에 상처를 받게 된 거죠.

돌아봐= 이 와중에 이재정 대변인 발언도 논란이 됐는데 그건 또 무슨 일인가요.

담쟁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검사를 받으러 병원으로 향했죠. 국회는 방역을 위해 하루 폐쇄됐고요. 이에 대해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이 심 대표를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일이 도마에 올랐어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게 잘못이면, 위험에 노출된 모든 국민들도 다 무책임한 것이냐”는 말이 나온거죠. 극도로 경색된 여야관계를 보여주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얼마나 반사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해왔으면,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는 뒷모습에 대고 그런 말을 할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재정(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최고위원회의 참석 전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민주당 대변인들의 이런 발언 논란이 이어지는 구조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담쟁이= 홍익표 의원은 수석대변인이 되기 전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귀태’ 발언과 20대 보수 비하 발언 논란의 당사자였습니다. 최근에는 경향신문 칼럼 고소 논란에도 휩싸였죠. 이재정 의원도 '기레기' 발언 논란과 해리 해리스 미 대사 비난 등으로 도마에 올랐죠. 사실 여야를 떠나 당 대변인들은 설화의 한가운데 노출되기 십상이에요. 탄핵 정국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국면, 선거를 앞둔 시기, 신종코로나 위기 극복 상황 등 민감한 국면에서 계속 논쟁적인 사안의 논평으로 상대당과 싸우고, 취재진의 질문을 가장 많이 받잖아요. 정말 어렵고 힘든 게 사실이죠.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의원들이 대변인직을 고사하는데도 이런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여의도 딸바봉=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런 논란의 원인으로 이해찬 대표의 ‘안고 가는’ 스타일을 얘기하는 의원들이 많습니다. 이 대표는 일단 당직을 맡기면 ‘믿고 맡긴다’는 식이죠. 당직을 맡은 의원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부패를 저지르거나 법에 저촉될 정도의 위중한 사안이 아니면 크게 질책하기보다 자신이 대신 욕을 먹고 넘어가고요. 지난번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민주당만 빼고’ 칼럼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논란을 유발한 당사자들에게 “이런 조치를 취하지 마라”라고 했을 뿐 크게 질책하지 않았다는 후문이 돌았습니다.

뚜벅이= 의원 개인의 성향 등 인물 문제는 차치하고 여여간 이제는 ‘정치’라는 건 없고, 서로 물고 뜯어야 하는 ‘정쟁’만 남은 게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의 대변인들을 봐도 ‘말의 품격’이 없어진 지 오랩니다. 여기에 민주당의 ‘나만 옳다’는 기조까지 더해진 게 이런 논란의 단초라고 봅니다. 언론 보도에 법적 대응을 하는 경우도 빈번했죠. 선거철이 다가오지만 중도 무당층을 생각하기 보다 지지층 결집만을 바라고 그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니 이런 리스크가 점점 커지는 셈이죠.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민주당의 설화 논란에 미래통합당 등 야당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꺼진불도 다시보자= TK가 보수의 심장부인만큼 통합당은 격렬하게 반발했죠.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중국발 입국금지’를 외쳤던 터라 “중국 봉쇄는 못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봉쇄’ 들먹이며 대못질 하는 못된 정권”이라는 식의 강도 높은 논평이 줄을 이었습니다. ‘감염과 현장 혼란 가중 우려’에 TK행을 망설였던 황교안 대표가 27일 갑자기 대구로 달려간 것도 이런 상황과 맞닿아있어요.

노원병 고영희= 미래통합당은 여권에서 반복되는 '실언'을 타깃으로 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 국면에서 통합당은 정부 대책에 비판을 하고 싶어도 '국가적 위기 상황'에 야당이 발목 잡는 모습으로 비칠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공식 발언에서는 '초당적 협력'을 얘기하고, 추경이나 예비비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죠. 그러나 내심 신종 코로나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된 지금이야말로, '야당 심판론'을 '정부 심판론'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라 여기고, 그 타이밍이나 공세 수위를 조율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봐= 민주당 대변인들의 이런 논란이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뚜벅이= 오만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정권심판론’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권이 오만하지 않았던 적을 찾기 어렵지만, 그런 이들이 선거철만 되면 오만해 보이는 걸 가장 두려워합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분명 과거 메르스 사태 때보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이 공개적이고 투명합니다. 여권은 일부 중국 개방 이슈로 욕을 먹더라도 이를 장점으로 밀고 가야 하죠. 그런데 이런 시국에 괜한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일단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영등포 청정수(청정수)= 통합당은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처에 실망한 표심이 자신들에게 넘어올 것을 내심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약간 떨어졌을 뿐, 아직 정당 지지도에서는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 통합 시너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여권에 부정적인 상황이라 통합당 내부에서는 선거가 임박할 수록 무당층 표심이 흡수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옵니다.

담쟁이= TK봉쇄 논란의 영향력은 시간이 지날 수록 차차 해결되지 않을까요. 결국엔 돌아보면 작은 실수와 오해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것을 유권자들이 알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야당이 워낙 이 문제를 놓아주지 않고 공세의 끈으로 삼고 있는 점이 변수죠. 다만 대변인들의 일부 태도가 여당의 오만이나 독선 프레임을 강화시킬 수 있는 빌미를 낳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워요. '우리를 향한 비판, 지적은 다 불필요한 정치 공세야' 라는 식의 모습이 자주 노출되는 게 선거에 좋은 영향을 끼칠 리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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