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9.10.07 04:40

수술실서 의사 보조 PA 간호사들“병원 강제발령, 왜 우리가 범죄자냐”

등록 : 2019.10.07 04:40

검·경 불법의료 수사에 강력 반발

의사 부족 수술 밀린 대형병원 등 전공의보다 숙련된 간호사에게

절개·봉합 등 공공연히 맡겨 임상현장 한 축으로 기능하지만

의료법상으론 ‘진료보조’ 한계“의사 늘리든지 PA 법제화하라”

게티이미지뱅크

검찰과 경찰이 지난 8~9월 PA(의사보조인력ㆍPhysician Assistant)의 불법 의료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과 대구, 인천 등의 대학병원들을 압수수색하자 간호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PA는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직군이지만 전공의처럼 병원에서 전문의를 도와 수술실에서 시술을 하거나, 병동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직군으로 임상현장의 한 축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PA는 법적으로 간호사 신분이기 때문에 의료법상 ‘진료보조’ 업무만 가능하고 의사처럼 수술 행위를 할 수 없지만, 수술이 밀려 있는 대형병원에서 수술 부위 절개나 봉합 등을 맡기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사당국은 간호사의 PA활동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있었는지, 병원 측에서 이를 묵인하거나 또는 지시하는 정황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들은 “병원에서 강제로 PA를 시키고, 의사들의 묵인 하에 진료행위를 했는데 간호사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지난 1일 성명서를 내 “정부가 PA 문제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방치하거나 묵인할 경우 불법 PA 업무 거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만호 간협 정책전문위원은 “PA 문제는 간호사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병원과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며 “간호사들을 희생양 삼지 말고 간호사들이 본래 영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의사와 간호사 역할. 그래픽=김경진기자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병원에서 강제로 PA를 시킨 뒤 진료행위를 지시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간호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강제로 PA로 발령받아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가 환자가 잘못되거나 무면허행위가 적발되면 범죄자가 되는 현실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의사들도 PA에게 의료행위를 지시하는 현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B씨는 “수술이 많은 외과의 경우 PA가 10명 이상”이라며 “지난해 초 전공의의 주간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PA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PA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4시 정도에 퇴근하는데 솔직히 전공의들보다 숙련도가 높아 PA를 선호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며 “수술건수가 많거나 수술이 밀려 있을 경우 PA에게 진료행위를 얼마든지 지시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검경이 압수수색까지 하며 수사에 나섰지만 보건당국은 병원, 의사, 간호사들의 눈치만 살피며 PA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검토’만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 간협 등과 함께 ‘진료보조 업무범위 논의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세 차례 논의를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간호사들은 불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PA 법제화를 주장하는 반면, 의사들은 진료영역 침해를 우려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싼 임금에 숙력된 인력을 쓰고 싶은 병원 측은 현 상황 유지를 내심 바라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지난 2014년 ‘대한의사협회와의 합의 없이는 PA 제도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의ㆍ정 합의를 한 것이 족쇄”라고 지적하고 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PA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 증원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복지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만호 간협 위원은 “의사 수가 부족해 PA 숫자가 계속 증가하는 것이 현실인데, 의사 수를 늘리든 PA를 법제화하든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문제는 근본적으로 의사 수 부족에서 기인한 것인 만큼,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부족한데 보건복지부는 2000년대 이후 의과대학 증원 요청을 교육부에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의료현장에서 의사를 대신한 불법 PA들이 만연하지만 보건복지부는 PA에 대한 실태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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