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등록 : 2020.05.21 08:00

마스크 한 번도 안 쓴 트럼프 대통령 두고… “이미지 걱정ㆍ정치적 계산?”

등록 : 2020.05.21 08:00

[시시콜콜 Why]하원 의장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라”며 공개 지적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코로나19 검사 능력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워싱턴 D.C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은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로 북적였습니다. 그 동안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은 여간 해서는 보기 힘들었는데요. 이날은 예외였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회견장에 나타난 겁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19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52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9만1,000명을 넘어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고 있죠. 마스크만 착용해도 비말(침방울)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을 텐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걸까요. 미 언론들도 그의 행동을 두고 분석에 나섰습니다.

“마스크 쓰면 방역 실패했다는 메시지 줄 수 있다”는 걱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 D.C 로이터=연합뉴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정치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백악관 관계자 말을 인용 보도한 미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마스크를 쓰면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미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왔는데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이 같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5월 한달 동안 미국의 전체 주들이 인구 대비 기준으로 한국이 지난 넉 달 동안 실시한 검사보다 더 많은 검사 건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세대에 걸쳐 미국은 모든 도전과 역경, 위험을 뚫고 올라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순간을 맞이했고, 승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P통신, CNN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를 자신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쓰는 순간 자신의 발언이 부정 당할 것을 우려해 마스크 착용을 꺼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그가 11월 치러질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방역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미지가 당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죠.

‘강한 남자’ 이미지 죽어도 못 버린다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한 인기 영화 ‘록키’ 포스터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또 다른 이유로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자신의 강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동안 자신을 ‘강한 남자’ 이미지로 부각시키려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를 마스크 착용 거부 이유로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영화 ‘록키’ 포스터에 본인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화제가 됐었죠.

다소 엉뚱한 그의 행동은 탄핵 조사에 앞서 결연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됐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마스크를 쓰고 공개 석상에 서는 것 자체를 바이러스에 굴복하는 이미지로 보일까 봐 우려한다는 것이죠.

“말로 성공해 온 트럼프, 마스크 쓰면 발언권을 막는 것”

1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 케일리 매커내니(왼쪽) 백악관 대변인 등 모든 백악관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참석하고 있다. 워싱턴 D.C AFP=연합뉴스

국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NO) 마스크’ 행보에 대한 분석이 나왔는데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5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정치적인 계산이다, 강한 남자로 보이고 싶어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언어학자인 저에게는 다른 면이 보였다”며 “저는 발언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신교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은 말을 하고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말을 듣는다. 그게 발언권”이라며 “그런데 트럼프에게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발언권을 제한 받는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발언권이라는 건 인간에게 중요한 자기 표현의 기회인데, 이런 발언권을 제한하는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신 교수는 “말로 계속 성공을 해 온 트럼프 일생을 볼 때 말이 그에게는 가장 큰 무기”라며 “말을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런 장면들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 이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일이고,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지난달 말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사망자가 9만명을 넘어선 미국, 이 나라를 이끄는 수장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기로 했는데요. 워싱턴포스트(WP), CNN 보도에 따르면 포드 측이 트럼프 대통령에 마스크 착용 지침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마스크 착용 여부)은 상황에 달렸다”며 “어떤 구역에서는 쓸 것이고 어떤 구역에서는 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과연 이날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요?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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