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준 기자

등록 : 2019.11.27 07:00

‘국민 허당’서 액션 배우로 거듭난 이승기 “군대서 무술자격증도 땄죠”

등록 : 2019.11.27 07:00

‘배가본드’서 액션연기 8할 직접 소화

‘국민 남동생’으로 데뷔 한 지 15년

‘국민 남동생’에서 어엿한 성인 배우로 성장한 이승기는 “요즘 연예인으로서 30대 청년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 지 고민이 많다”라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달리는 차 운전석에 죽을힘을 다해 매달렸다. 그의 얼굴엔 살의가 가득했다. 장소는 모로코의 탕헤르. 사내는 건물 옥상을 훌쩍 뛰어넘으며 살인자를 쫓았다. 할리우드 스타 매트 데이먼이 액션 영화 ‘본 얼티네이텀’ 시리즈에서 선보인 연기가 아니다.

죽음을 각오한 듯 달리는 차와 옥상에서 몸을 던진 주인공은 가수 겸 배우 이승기(32). 23일 종방한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스턴트맨 차달건 역을 맡은 그는 실감 나는 액션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이승기는 위험천만한 액션 연기 중 80%를 대역 없이 소화했다. 극 중 테러범인 제롬(유태오)을 쫓아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4초 분량의 장면을 찍기 위해 네 시간에 걸쳐 옥상에서 20~30번을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승기는 ‘배가본드’에서 액션 배우로 거듭났다. ‘국민 남동생’(노래 ‘내 여자라니까’)과 ‘국민 허당’(예능프로그램 ‘1박2일’)으로 불렸던 연예인의 반전이다.

“체력적으론 죽는 줄 알았어요. 다만 로맨틱 코미디만이 아닌 제가 배우로서 갈 길(액션 연기)이 새로 생겼다는 게 기뻐요.” 최근 서울 강남구의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림 2 SBS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스턴트 맨 차달건 역을 연기한 이승기.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부드러운 이미지와 달리 그는 준비된 액션 배우였다. 이승기는 군대에서 칼 같은 무기로 적과 육탄전을 벌일 때 쓰는 무술인 크라브마가 자격증을 땄다. 몸 쓰는 걸 좋아해 액션 스쿨에서 몇 달 동안 액션 연기를 따로 배우기도 했다. ‘배가본드’에서 자연스럽게 액션 연기를 소화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승기에게 잠재된 ‘액션 본능’을 일깨운 건 유인식 ‘배가본드’ PD였다. “2년 전 말년 휴가 때 유 PD님과 맥주 한잔을 했어요. 제가 군복 입고 총을 겨누는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실린 병영 잡지를 가져왔더라고요. 그걸 보여주면서 차달건 역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때만 해도 ‘제가 차달건요?’하고 되물었죠. 저한텐 뜻밖이었으니까요.”

이승기에게 ‘배가본드’는 가슴에 남는 작품이었다. 이승기는 극에서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키우던 조카를 잃은 유족을 연기했다. 사고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하지 않은 정부, 진상 조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로 나선 유족들…. 드라마는 방산 비리를 다뤘지만,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우리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이승기가 가장 고민했던 점은 유족이 품은 분노의 깊이를 표현하는 일이었다. 그가 찾은 답은 “미친 듯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거대한 불의를 만났을 때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에겐 다소 피로하고 과하게 보일 지라도요. 그래서 저도 차달건을 연기할 때 감정을 과하게 가져갔는데 그게 더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익숙지 않아 보기 불편한 일이 때론 변화를 가져오는 거잖아요.”

이승기의 가수 데뷔 초창기 시절과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1박2일’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KBS 방송 캡처

반듯한 이미지가 강한 이승기는 큰 굴곡 없이 올해 데뷔 15년을 맞았다. 2004년 발표한 ‘내 여자라니까’가 인기를 얻어 가수 데뷔와 동시에 얼굴을 알렸고, 배우로서 드라마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주ㆍ조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2009)와 ‘찬란한 유산’(2010)이 시청률 40%를 훌쩍 넘으면서 그에겐 일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제대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승기는 지난 2년 동안 드라마 ‘화유기’와 ‘배가본드’를 연달아 찍었고, 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를 오가며 ‘집사부일체’와 ‘범인은 바로 너!’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했다. 그런 이승기에게는 요즘 뜻밖의 숙제가 생겼다. 그는 “안 잘하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승기는 제대 후 노래할 때 목소리가 예전 같지 않아 속앓이를 했다. 훈련할 때 목을 너무 써 생긴 후유증이었다. 그런 그는 요즘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이승기가 지닌 깊이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묻고 있어요.” 깊이를 고민하는 이승기의 15년 후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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