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빈 기자

등록 : 2019.10.16 00:55

“미군 시리아 철수, 45년 전 굴욕의 사이공 닮았다”

등록 : 2019.10.16 00:55

더타임스 “미국, 내전 개입했지만 얻은 것 없이 철군”

시리아 정부군 개입으로 권력 지도 급변

14일(현지시간) 시리아 탈타므르 서쪽 게베쉬 마을 주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리아 국기와 아사드 대통령 초상화를 들고 시리아 정부군의 진입을 환영하고 있다. 터키군의 대규모 공세를 막기 위해 쿠르드족이 시리아 정부와 손잡은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이 시리아 북부 도시와 마을로 배치되고 있어 이들 지역에서 터키군과의 군사적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탈타므르=AP 뉴시스

“굴욕적이었던 ‘사이공 철수’가 시리아에서 반복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철수 명령을 받고 허겁지겁 헬기에 올라타는 모습. 남겨진 주민들의 안위 따위는 돌아보지 않는 미군의 차가움. 45년 전인 1975년 4월 베트남에서 물러나던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의 마지막 장면, 그리고 2019년 10월 동맹인 쿠르드를 사지에 남겨둔 채 시리아에서 황급히 철수하는 미군의 외양은 적잖이 닮아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시리아 철군이 과거 베트남 철수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미국은 베트남전쟁 당시처럼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지만 얻은 것은 없다”고 평가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미국이 패배하지는 않은 점 등 시리아 사태와 베트남전쟁이 꼭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이데올로기를 명분으로 싸웠던 미국의 군사적 모험은 현재로서 (베트남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퇴각으로 끝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완벽한 해법을 찾겠다며 시리아 내전 개입의 적기를 놓친 것은 패착”이라며 “대(對)이슬람국가(IS) 전쟁의 파트너였던 쿠르드민병대(YPG)를 저버리고 미군 철수로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의 빌미를 준 트럼프 행정부의 실책은 더욱 크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전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제3국 내전에 섣불리 개입했다가 급작스럽게 발을 빼며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시리아 내 미군 철수 선언(6일)이 이뤄진 지 열흘도 안 돼 시리아 권력지도가 새롭게 그려지는 등 전황은 급변하고 있다. 시리아 국영 사나통신은 이날 “시리아 정부군이 북부 요충지 만비즈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군 철수를 틈탄 터키가 북동부에 근거지를 둔 쿠르드족을 침공(9일)하자, 다급해진 쿠르드족이 숙적이자, 미국의 적대세력이기도 한 알아사드 정권에 도움을 요청한 후 실제로 시리아 정부군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쿠르드 점령지역에 들어선 것이다.

한편 무책임하게 발을 빼며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한 미국은 뒤늦게 터키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동부의 평화와 안정의 악화를 초래하거나 민간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에 연루된 터키 정부의 개인과 기관, 조력자에 대해 제재를 고려하고 부과할 권한을 재무부와 국무부에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터키에 대한 철강 관세를 50%로 재인상하고 진행 중인 1,000억달러 규모의 무역합의 관련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5일 미국의 신규 제재에도 불구, “목표 달성 때까지 군사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서도 “시리아 북동부의 모든 테러리스트를 제거할 것”이라면서 이번 작전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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