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섭 기자

등록 : 2020.06.15 17:00

‘슈퍼스타’ 노태형 “축하 카톡 200개… 정우람 선배 포옹에 뭉클”

등록 : 2020.06.15 17:00

한화 노태형이 14일 대전 두산전에서 팀의 18연패를 끊는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한화를 19연패 위기에서 구하고 ‘벼락 스타’가 된 노태형(25)은 14일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대전 두산전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치고, 그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한 경기를 더 치르느라 온 몸은 녹초가 됐지만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 휴대전화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일일이 걸려오는 전화를 다 받고, 200여개 메시지에 모두 답장을 하느라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잠을 청했다.

꿈 같은 하루를 보내고 15일 오전 11시께 기상한 노태형은 본보와 통화에서 “아직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돼 일찍 눈이 떠진다”며 “전날 있었던 일이 이제 좀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2014년 한화 입단 이후 7년간 철저히 무명이었던 그는 14일 두산과 시즌 2차전에서 6-6으로 맞선 9회말 2사 2ㆍ3루에서 두산 마무리 함덕주를 상대로 좌익수 앞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35년 전 18연패의 삼미 슈퍼스타즈를 구한 투수 감사용처럼 노태형은 그렇게 2020년 버전 ‘슈퍼스타’가 됐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 들어갈 때 긴장되기 보다는 내가 한번 끝내보고 싶었다”며 “바깥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었는데, 운 좋게 그 코스로 들어와 가벼운 스윙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1ㆍ2루였으면 2루 주자 이용규 선배가 빠른 주자라도 득점이 쉽지 않았을 텐데, 상대 폭투로 2ㆍ3루로 바뀌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노태형이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대전=뉴스1

노태형의 한방에 어느 누구보다 기뻐한 건 마무리 정우람이었다. 정우람은 팀이 6-5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랐지만 1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했다. 때문에 노태형이 9회에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면 한화의 연패는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노태형은 “정우람 선배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고맙다며 ‘한번 안아보자’고 했을 때 엄청 좋았다”면서 “1군 선배들을 자주 본 적도 없고, 내겐 스타인 분이 포옹하자고 하니까 신기했다. 김태균 선배님도 안아주고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밝혔다.

한화 입단 후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지만 노태형은 그간 겪어온 과정을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104번째, 우선지명까지 포함하면 전체 116번째로 한화의 지명을 받은 노태형은 가까스로 프로행 막차를 탔다. 그 해 프로 팀 지명을 받은 선수는 총 117명으로,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하지만 하위 순번인 그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매년 방출 걱정을 했고, 2017년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왔다. 강원 홍천의 11사단에서 보병으로 복무한 뒤 2019년 팀에 복귀했어도 그의 신분은 2군도 아닌 육성군(3군)이었다.

그래도 “야구 선수로 이름 석자를 알리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텼다. 독기와 절실함을 품은 노태형은 선배 이용규의 눈에 들어왔고, 이용규는 지난 겨울 자비로 노태형을 오키나와 개인 훈련에 데려갔다. 시즌은 2군에서 시작했지만 노태형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단행한 선수단 개편 때 1군으로 올라왔다. 처음 기회를 받은 5월 20일 KT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당시 부담감 탓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곧바로 짐을 쌌고,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10일 다시 1군에 합류했다.

동료들에게 축하 받고 있는 노태형. 대전=연합뉴스

노태형은 “군대를 현역으로 가고, 지난해에도 2군이 아닌 육성군에 있었다. 지난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끝내기 안타를 친 뒤 그 순간들을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모든 선수가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 잠깐 더그아웃에 정현석 코치님과 같이 있었다. 정 코치님은 육성군에 같이 있었던 분인데, 코치님하고 대화를 나누니까 작년에 고생했던 게 생각나 울컥했다”고 말했다.

한화 연고권인 천안남산초-천안북중-천안북일고 출신으로 프로 입단 전부터 한화 유니폼만 바라봤던 그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화에 도움이 되지 못했는데, 끝내기 안타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같다”며 “이름 석자를 알렸다고 하기엔 아직 먼 것 같다. 계속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사랑 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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