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수 기자

등록 : 2016.02.28 17:00

[최흥수의 느린 풍경]벌거벗은 노루귀

등록 : 2016.02.28 17:00

솜털로 감싼 노루귀 꽃대를 찍기 위해 주변 낙엽을 말끔히 치운 모습.

야생화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이불을 벗기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피사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결과물이다. 그것이 ‘작품’으로 불리려면 더욱 그렇다. 2년 전, 한 사진작가가 작품구도에 방해가 된다며 경북 울진의 산림보호구역에서 220년 된 금강송을 비롯해 25그루의 나무를 베어낸 사실이 알려져 지탄 받은 일이 있었다. 주변 나무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자라온 생장환경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으니 피사체가 된 나무도 적응에 꽤나 힘들어 할 것이다. 가녀린 풀이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바야흐로 봄이고 멋진 야생화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가들도 덩달아 바쁜 철이다. 몽실몽실한 솜털로 가느다란 꽃대를 감싼 노루귀는 이 무렵 가장 사랑 받는 대상이다. 그 모습을 담으려고 주변의 낙엽을 말끔히 긁어내 맨땅이 드러난 장면도 쉽게 목격된다. 영하의 추위가 아직도 몇 번은 닥칠 텐데 발가벗은 노루귀가 온전히 자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버젓이‘생태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넘쳐나고, 더러는 상도 받는다. 가장 크게 비난 받아야 하고 가장 먼저 탈락시켜야 할 사진이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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