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8.10.06 04:40

물고기에 붙어 크는 두드럭조개, 껍질 속에 물고기 알 품어줘

등록 : 2018.10.06 04:40

두드럭조개는 껍데기에 오돌토돌 두드러기처럼 작은 돌기들이 많이 나 있는 게 특징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가운데 민물조개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민물조개는 한강에서도 대규모로 채취할 수 있을 정도로 과거에는 그 수가 많았으나 수질 악화와 남획, 대규모 하천 개발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지금은 한강에서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금강의 중상류, 섬진강 일부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지요.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두드럭조개입니다. 두드럭조개라는 이름은 패각(껍데기)에 오돌도톨 두드러기처럼 작은 돌기들이 많이 나 있어 붙여졌는데요, 우리나라에만 분포하고 있는 한반도 고유종입니다.

◇민물에 사는 조개 900여종 중 국내에 14종 서식

전세계 강과 개울, 시내, 호수 일부 등 민물에서만 제한적으로 발견되는 조개는 약 900여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14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크기가 중대형에 속합니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조개구이 등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민물조개는 바다조개와 달리 맛이 없고 매우 질기며, 간흡충증 등을 일으키는 기생충의 중간 숙주라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귀이빨대칭이와 두드럭조개와 같이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에 지정되어 있는 민물조개를 주워다 먹은 사례들도 적발되곤 했는데요. 멸종위기야생생물을 허가 없이 포획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두드럭조개는 석패목 석패과에 속하는 조개입니다. 두두룩조개, 도톨조개로 불리기도 하며, 북한에서는 진주돌조개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크기는 각장(껍질 길이) 45㎜, 각고(껍질 높이) 40㎜에 이루는 중대형 조개로 성인의 주먹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패각은 난원형이며 둥글고, 담수에 사는 조개류 중에 가장 두껍고 단단합니다. 황색 바탕에 흑갈색을 띠고 굵은 돌기가 껍질의 뒤쪽에 많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요. 성장맥(껍데기에 나타난 나이테)은 곱고 세밀하나 성장맥이 더 굵게 나타난 성장륵은 불규칙하고 큽니다. 패각 내면은 연한 자주색을 띠고 있습니다. 주치(껍데기 안쪽 이빨 모양의 돌기)는 매우 크고 투박하며 후측치(주치를 중심으로 뒤쪽으로 뻗어 있는 돌기)는 좁고 길며 예리합니다.

두드럭조개는 수심이 깊고 바닥이 깨끗한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곳의 돌 틈이나 모래 속에 서식한다. 국립생태원 제공

◇두드럭조개 높은 활용도의 비밀은 두꺼운 껍데기

두드럭조개는 두꺼운 패각 때문에 1960년대 말까지 조각으로 다듬어서 단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또 이 조각을 진주 양식을 위해 진주조개에 삽입하는 핵(核)으로도 사용하였지요. 두드럭조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한강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고, 대규모로 채집하여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진주 양식에 있어 최고의 생산지인 일본에서 1980년대 이후 더 이상 진주 양식사업을 선호하지 않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더 이상 진주조개의 핵으로 사용되는 두드럭 조개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두드럭조개가 사라진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서식지 파괴입니다. 1982년 한강종합개발을 시작으로 전국의 하천 및 강에 댐과 보가 건설되면서 물 흐름이 변화했고 자갈이나 모래 등이 마구 채취되면서 두드럭조개의 터전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지난 2014년 충남 금강 상류 천내습지에서 발견된 두드럭조개의 모습. 국립생태원 제공

◇두드럭조개의 독특한 생활… 공생일까? 기생일까?

두드럭조개를 포함한 석패목 조개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시절인 유생 단계를 거치는데요. 어류와 진주 조가비, 말라서 부스러진 유기물 위에서 기생하는 독특하고 복잡한 생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암수딴몸인 두드럭조개는 겨울이면 암컷의 아가미 바깥쪽에 육아낭이라는 기관에서 봄부터 여름까지 미수정란이 만들어집니다. 9월 무렵이면 암컷은 수컷이 뿜어내는 정자를 받아들여 알을 수정하지만 수정된 알을 바로 낳지 않고 육아낭에서 부화시켜 일정기간 동안 키운 후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러한 어린 유생을 글로키디움(glochidium)이라고 부르며,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두드럭조개 1마리가 방출하는 글로키디움은 약 10만 마리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드럭조개를 포함한 석패과의 민물조개는 이들 유생이 더 안전하고 넓게 분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의 확산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물고기에 유생의 몸을 부착하기 위한 갈고리를 가지고 있거나, 자갈 등 바닥에 잘 고정돼 씻겨 나가지 않고 부착되도록 끈적한 점액질 다발 안에 유생을 방출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두드럭조개는 갈고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입니다. 유생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물고기에 몸에 붙어 성장한 후 떨어져 나가 바닥의 침전물 속에 자신을 숨기며 독립적으로 살아갑니다. 숙주 물고기에 붙어 성장하면 먼 곳까지 지역을 확장시킬 수도 있지요.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기생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물고기는 얻는 것이 있을까요? 두드럭조개 등 석패과 조개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걸까요? 물고기도 조개 속에 알을 낳아 치어로 성장하기 전까지 보호를 받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패류 안에 산란하는 어류는 납자루, 묵납자류, 줄납자루 등 납자루아과와 중고기 및 참중고기 등 잉어아과 두 개의 아과가 있으며, 이들은 수초나 돌밑, 자갈 대신 반드시 조개 속에 산란을 합니다. 산란기가 되면 산란을 하기 위한 산란관을 조개의 먹이섭취와 노폐물배출 역할을 하는 입수공이나 출수공에 넣어 알을 낳고, 산란 후에는 수컷 물고기가 정자를 수공 주변에 뿌려 입수공을 통해 알과 수정하게 됩니다. 수정된 물고기의 알은 조개 속에서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약 1개월 동안 1㎝이상 크기의 치어로 성장합니다. 물고기는 알을 보호받고 패류는 유생을 먼 곳까지 퍼지게 하는 이들의 독특한 생활사 전략은 기생일까요? 공생일까요?

국내 최대 두드럭조개 집단 서식지인 금강 천내습지 전경. 국립생태원 제공

◇두드럭조개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지역

두드럭조개는 수심이 깊고 바닥이 깨끗한 자갈과 모래로 이루어진 곳의 돌 틈이나 모래 속에 서식합니다. 1990년대 이후에 눈에 띄게 줄어 1998년부터 법적보호종이 되었습니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되어 보호 받기 시작한 건 2005년부터입니다.

국립생태원 연구원들이 지난 2014년 충남 금강 상류 천내습지에서 두드럭 조개 서식을 확인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그러던 중 2009년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의해 금강 중상류 지역에 두드럭조개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2014년 국립생태원 조사에서는 400여 개체의 서식이 확인되면서 금강 천내습지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두드럭조개의 집단 서식지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조개류는 특성상 이동성이 느리고 서식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서식지 훼손 및 교란에 의해 서식지가 파괴되면 복원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5월 천내습지를 생태계변화관찰지역으로 지정했고 연 1회 이상 생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천내습지에서 두드럭조개가 사라지면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한반도 고유종인 두드럭조개의 보호에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영준 국립생태원 융합연구실 연구기획관리팀 전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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