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기자

등록 : 2015.12.23 20:00
수정 : 2015.12.23 21:53

수도권 일대 '보육 대란' 째깍째깍

등록 : 2015.12.23 20:00
수정 : 2015.12.23 21:53

서울시 이어 경기도의회도

누리과정 예산 삭감 방침

내달 15일쯤 현실화 우려까지

시도교육감들, 대통령과 면담 요구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장휘국 회장(가운데)이 23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배정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에 지방의회까지 가세하면서 당장 다음달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보육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서울시는 22일 시의회가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까지 삭감했고 24일 예산을 심의할 예정인 경기도의회도 유치원 예산을 삭감할 방침이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의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는 다음달부터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지원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영ㆍ유아를 둔 수도권의 학부모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보육대란이 현실화되는 시점은 다음달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매달 15~25일 각 교육지원청은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교부금을 유치원에, 각 시도는 교육청의 교부금을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식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한다. 비슷한 시기 학부모들도 원비를 납부하게 되는데,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몫이 고스란히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또는 학부모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누리과정 지원은 아동 1인당 국공립은 6만원, 사립은 22만원 수준이다. 현재 서울의 어린이집 및 유치원 원아 수는 33만1,400여명, 경기도는 총 58만9,7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전국 어린이집ㆍ유치원 원아의 27.5%에 달한다. 누리과정 예산이 지방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광주 전남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앙정부ㆍ시도교육청ㆍ시도의회의 갈등으로 보육 현장의 불만은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장진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장은 “정부지원이 없으니 다음달 20일까지 누리과정 보육료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공문을 10일쯤 보낼 예정”이라며 “그때가 되면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한 부모들이 들고 일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도 “정부지원 안 되면 보육료 뿐 아니라 담임교사에게 나오는 처우개선비 30만원도 없어지는 것이라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두 아이를 각각 사립 유치원에 보내는 직장인 김모(35)씨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올해보다 한 달에 약 50만원씩 더 부담하게 돼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향후 상대적으로 보육료 상승폭이 적은 국공립으로 대거 몰리거나 보육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종일반에서 반일(半日)반으로 변경을 요청할 경우도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왼쪽 첫 번째) 서울시교육감과 장휘국(두 번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등 교육감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시도교육감들은 23일 사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최종 담판을 요구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대통령에게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며 “누리과정 문제는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휘국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방교육재정이 파탄에 이른 현실을 왜곡하거나 예산 미편성 문제를 일부 시ㆍ도의회와 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교육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24일에는 이영 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보육대란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갈등이 격화되자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 소재 한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재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종일반을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이 같은 불편을 초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신상인 국공립유치원연합회장은 “대통령이 누리과정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해 놓고 이제와서 교육청으로 떠넘기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일단 내년 예산부터 지원해 대란을 막은 뒤 이후 해법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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