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20.06.07 09:00

506, 보더콜리… “번호, 품종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요”

등록 : 2020.06.07 09:00

[가족이 되어주세요] 241. 불법 번식장 구조견 22마리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대형견들. 나이와 성별 등 자세한 내용은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와 아래 입양문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506, 425, 시바 블랙탄, 보더콜리…

지난달 4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경기 고양 덕양구에 있는 한 불법 번식장에서 개들을 구조하면서 발견한 단어들입니다. 번식업자가 뜬장(동물들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장)마다 개들의 품종과 인공수정 시기 등을 파악하기 위해 나무 판자에 적어 놓은 것인데요. 개들은 이름도 없이 그야말로 그냥 번식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습니다.

뜬장에서 평생을 살면서 땅 한번 디뎌 보지 못한 개들의 발바닥은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털이 엉키다 못해 갑옷처럼 굳은 상태였죠. 일부 개들은 언제 죽었는지도 모를 개의 사체를 곁에 두고 살아야 했습니다.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 개들이 견디다 못해 뚫은 나무판자(왼쪽)와 번식업자가 개들을 구분하기 위해 적어놓은 번호. 동물자유연대 제공

번식업자는 총 80여마리의 개를 사육하고 있었는데요, 동물자유연대는 번식업자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힌 23마리의 개를 비롯해 구조 도중 만삭의 스탠다드푸들 등 당장 치료가 필요해 보이는 6마리를 추가로 구조했습니다. 이민주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좁은 뜬장을 벗어나 땅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동물들의 모습은 뭉클하면서도 안타까웠다”며 “격렬하게 뛰어다니는 개가 있는가 하면, 땅에 발을 내디디고 걷는 게 어색한지 조심스럽고 서툰 몸짓으로 움직이는 개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하지만 추가로 구조한 6마리 가운데 3마리에 대해서는 번식업자가 소유주가 따로 있다며 보낼 수 없다고 반발했고 동물보호법 상 막을 근거가 없어 결국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기사보기: 출산 앞둔 번식장 어미개, 도로 끌려 갈 수밖에 없었던 사연 )

이번에 구조한 26마리 개들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골든리트리버, 스탠다드푸들 등 대형 품종견으로 나이는 3~6세 가량입니다. 번식장에서 길러지는 개들은 출산능력이 있을 때까지는 번식도구로 쓰이지만 아파도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대부분이 심장사상충에 걸려 있는 것을 봐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 뜬장에 서 있는 개의 발은 상처 투성이였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 가운데 4마리는 다행히도 가족을 만났고, 22마리가 이제 가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동물자유연대의 복지센터인 온 센터를 비롯해 협력 병원, 위탁기관에서 지내고 있다고 해요. 현재 기본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대부분은 온순한 성격이라고 하는데요, 서로 적응 속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활동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평생을 좁은 뜬장에서 반복되는 출산의 고통 속에 살았던 이들에게도 맛있는 밥도 먹고 땅을 디디며 산책도 하고, 번호나 품종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줄 가족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당시 뜬장 속의 개가 활동가를 쳐다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경기 고양의 한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 전 털이 심하게 엉켰던 개(왼쪽)가 구조 후 본 모습을 되찾았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세계 첫 처방식 사료개발 업체 힐스펫 뉴트리션이 유기동물의 가족 찾기를 응원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세요’ 코너를 통해 소개된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가족에게는 미국 수의사 추천 사료 브랜드 ‘힐스 사이언스 다이어트’ 1년치(12포)를 지원합니다.

▶입양문의: 동물자유연대

https://www.animals.or.kr/center/adopt/5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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