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기자

등록 : 2020.02.23 20:26

中, 격리 제한 풀었더니… 주민들 마스크 벗은 채 활보

등록 : 2020.02.23 20:26

노상 카페에 수백 명 몰리기도… 당국 “모이지 말라” 금지

국책연구기관“우한 수산시장은 신종 코로나 발원지 아니다”

21일 중국 장시성 루이진시의 한 시장에서 주민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노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논란이 일자 당국은 다음날 긴급통지를 통해 “시골 장날에 주민들이 모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웨이보 캡처

중국이 후베이성을 제외한 일부 지역의 격리를 해제하자마자 주민들이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하거나 특정 장소에 인파가 몰리는 등 감염 위험을 높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들여 쌓아 올린 방역망이 뚫릴까 노심초사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선 지난 21일 장시성 루이진시의 한 시장을 촬영한 동영상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장을 보러 나온 많은 주민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서로 부대끼며 상점 사이를 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장시성에 대한 이동 통제 조치를 해제한지 나흘만에 벌어진 일이다. 논란이 일자 성정부는 긴급통지를 통해 “시골 장날에 주민들이 모이는 것을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쓰촨성 광위안시의 대로변 노상 카페들에서도 같은 날 수백 명이 마스크를 벗고 차를 마셨다가 논란이 불거졌다. 당국이 실내영업은 계속 금지하되 야외영업을 허용하자 시민들이 한꺼번에 모여든 것이다. 시정부는 한밤중에 긴급공고를 통해 “가급적 단체로 모이지 말고 야외 상점들은 테이블 간격을 1.5m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며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 엄중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신종 코로나에 억눌린 보상심리가 소비로 분출되는 모습도 보였다. 3주만에 영업을 재개한 저장성 항저우시의 한 쇼핑몰은 불과 5시간만에 1,100만위안(약 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매체들은 소비자들로 붐빈 상하이의 한 대형마트 상황을 전하며 “들어갈 때만 마스크 착용을 검사하고 매장 안에선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방역 전쟁’ 속에서도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독려해야 할 처지다. 사망자와 확진자 급증세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감염 우려로 인해 공장 가동률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고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5%대 초중반까지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기업들이 공장 복귀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조치에 이어 정부도 급한대로 소비심리에 불을 지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후베이성만큼은 단단히 옥죄고 있다. 21일 국장급 6명을 포함한 우한시 공직자 620명을 규정 위반 등으로 대거 경질했다. 대신 최일선에서 방역에 헌신한 관리 20명을 승진시키고 34명에겐 공산당원 자격도 부여했다.

중국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이 20일 홈페이지에 공지한 논문 속 그래픽. 전 세계 4개 대륙, 12개국에서 검출한 93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을 5개 그룹으로 나눠 분류했다. 식물원 홈페이지 캡처

이런 가운데 중국과학원 시솽반나 열대식물원은 20일 홈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우한 화난수산시장 안으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 차원에서 화난시장이 발원지라던 정부의 공식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식물원과 화난농업대학, 베이징 뇌과학센터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12개국에서 93개의 바이러스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화난시장 검출 바이러스는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의 파생형이었다.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중하순부터 이미 전염이 시작됐지만 최초 감염자는 증상이 가벼워 이런 상황이 무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3일 “전날 하루 동안 확진자가 648명 늘어 7만6,9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97명 증가해 2,442명에 달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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