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인턴 6 기자

등록 : 2020.02.22 06:00

[조용한 영토분쟁] <64> ‘황금어장’ 둘러싼 영국과 아일랜드 분쟁, 브렉시트로 재점화되나

등록 : 2020.02.22 06:00

바위섬 '로칼'은 스코틀랜드에서 약 300㎞, 아일랜드에서 약 420㎞ 떨어진 북대서양에 위치해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약 300㎞, 아일랜드에서 약 420㎞ 떨어진 북대서양에는 높이 17m, 둘레 100m의 바위섬 로칼(Rockall)이 있다. 크기도 작고 환경도 열악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지만 황금어장과 풍부한 자원으로 수십 년째 주변국들 간 분쟁 대상이 되고 있다.

풍화된 화산 분화구일 뿐이었던 로칼이 처음 공식 기록에 등장한 건 19세기 초다. 1811년 9월 8일 한 영국 해군 장교가 이 곳에 최초로 상륙했다는 내용이다. 영국은 그로부터 140년도 더 흐른 1955년부터 이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해군들은 로칼에 자국 명판을 심고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꽂은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름으로 영국의 영토가 됐다고 선언했다.

1972년 영국 의회는 ‘로칼섬법’을 통해 이 곳을 스코틀랜드 웨스턴아일스주(州)의 일부로 편입시킨 뒤 인근 해역에 대한 배타적인 권리 행사에 들어갔다. 아일랜드는 즉각 반발했다. 영국이 배타적 경제수역(EEZ)이라 주장하는 로칼 인근은 해덕대구와 오징어 등이 풍부해 자국 어민들에게도 중요한 어장이었기 때문이다. 1985년에는 로칼 섬 북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와 그 옆 페로제도의 주인 덴마크까지 이의를 제기하면서 ‘로칼 분쟁’이 본격화했다.

로칼은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북해와도 가까워 어느 나라도 쉽게 내어주려 하지 않았지만 영국과 아일랜드 간 갈등이 특히 치열했다. 쟁점은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느냐’였다. 1982년 체결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인간이 거주하거나 경제적 삶을 지속할 수 없는 바위는 EEZ나 대륙붕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무인도이자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로칼에선 어떤 국가도 배타적인 권리를 가질 수 없다는 게 아일랜드의 주장이었다. 로칼에 사람이 살 수 있음을 증명해야 했던 영국에선 여러 모험가들이 도전에 나섰다. 1985년 로프로 몸을 로칼에 묶어 40일을 버틴 육군특수부대(SAS) 출신 톰 맥클린이 대표적인 사례다. 논쟁 끝에 양국은 2014년 로칼 자체의 영유권과는 별개로 주변 200해리를 영국의 EEZ에 포함시키는 데 합의했다. 대신 같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아일랜드도 공동어업정책(CFP)에 근거해 경제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봉합됐던 로칼섬 분쟁은 지난달 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현실이 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올해 말 CFP 탈퇴를 앞둔 영국이 아일랜드 어선의 로칼 12해리 이내 조업을 불법으로 간주해 강제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아일랜드 측은 “여전히 인간 생존이 불가능한 로칼에선 어떤 국가의 영유권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현재 양국 간에는 아일랜드가 금융분야, 영국이 어업분야에서 각각 한발씩 양보하는 협상이 거론되고 있다.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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