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기자

등록 : 2019.11.28 04:40

넓은 차도, 큰 간판은 이제 그만… 젊은 건축가들이 제시한 건축 비전

등록 : 2019.11.28 04:40

2019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들 전시회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 올해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공방, 푸하하하프렌즈, 아이디알 건축사사무소의 작품 모형들이 전시돼 있다. 새건축사협의회 제공

“일상적인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좋은 건축이다.” (건축공방)

“전면에 화려하게 나서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별개의 것들을 서로 이어주거나 몰랐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의 건축을 추구한다.”(아이디알)

“건축 작업의 기본은 건물이 건물다운 것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기준이지만 우리는 지키지 않으면 큰일나는 일이라고 여긴다.”(푸하하하프렌즈)

올해 젊은 건축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내달 6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엔 박수정ㆍ심희준(건축공방), 이승환ㆍ전보림(아이디알), 윤한진ㆍ한승재ㆍ한양규(푸하하하프렌즈) 등 문화관광체육부가 주는 2019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가 3팀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건축공방의 ‘글램핑 파빌리온’.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전시에서는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의미하는 통통 튀거나 화려하거나 기상천외한 건축물은 찾기가 어렵다. 3팀이 내놓은 작품들 대부분은 주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담백하고, 영리하다. 전시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발한 외관 디자인보다는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건축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으며 작업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뒀다. 박성진 건축평론가는 “이번에 선정된 3팀은 전혀 다른 색깔을 갖고 있지만 도시를 대하는 관점에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개개의 작품보다 그 작품들을 가로지르는 건축가들의 사유와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알의 ‘언북중학교 다목적 강당’.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젊은 건축가들의 고민은 한국 사회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노후 주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할 때 외벽에 까만 페인트를 칠하고, 네온사인을 달고, 건물 내부를 일부러 허물고 뜯는 방식에 질색한다(푸하하하프렌즈). 보도보다 넓은 차도, 화려하고 필요 이상으로 넓은 로비, 거대한 간판을 덕지덕지 두른 건물 등 사용자를 배제한 건축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아이디알). 전보림 건축가는 “불만은 우리가 설계를 시작하는 소중한 첫 단추”라며 “불만을 작업에 내재한 문제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푸하하하프렌즈의 ‘성수연방’.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꽉 막힌 학교 강당 건물에 반투명의 패널을 감싸 부드러운 자연광을 들이는 ‘언북중학교 다목적 강당’(아이디알), 오래된 공장 건물에 새로 기둥을 덧대고, 공간이 가진 감수성을 살린 ‘성수연방’(푸하하하프렌즈), 자연적인 소재인 조약돌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과 조화를 이룬 ‘글램핑 파빌리온’(건축공방) 등은 젊은 건축가들이 품어온 불만들을 해소하고자 한 시도들이다. 올해 젊은 건축가상 심사위원이었던 김헌(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 건축가는 “3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간소하나 영리한 언어들이 열거되어 있는 다큐멘터리였다”며 “이들의 작품에는 지역이나 사회,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 내지는 배려의식이 관통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젊은 건축가상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43팀이 경합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유치원 돈으로 명품백ㆍ성인용품 산 원장님
'용산, 20억 든 강남 알부자만 몰려... 그들만의 세상 됐다'
“경기 회복” 나홀로 고집하더니... 정부마저 낙관론 접었다
이재명 '이명박ㆍ박근혜 때도 문제 안 된 사건… 사필귀정'
문 대통령 “北 서해 NLL 인정…평화수역 대전환”
발끈한 손학규 “한국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
[단독] 고용부 장관 반대 편지에도… 박근혜 청와대, 전교조 법외노조화 강행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