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윤 기자

등록 : 2019.12.04 17:10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선사 직원이 폭행…우린 살아있는 시체 돼 간다”

등록 : 2019.12.04 17:10

선사 측 “폭행은 없었다” 반박

3일 오전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실종자 가족을 폭행한 폴라리스쉬핑 공개 사죄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손성원 기자

2017년 3월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임원에게 실종자 가족 중 한 명이 폭행당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ㆍ시민대책위는 3일 오전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 과정에서 실종자 가족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폭력까지 행사한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들은 가족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 임원인 A씨의 폭행은 지난달 27일 오후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 3차 공판이 열린 부산지법에서 벌어졌다. 재판 이후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대표가 탄 차량 근처로 실종자 가족 중 한명인 허경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가 다가서자 A씨가 그의 두 팔을 뒤에서 포박하듯 붙잡은 채 세게 밀쳤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허영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허 공동대표는 당일 재판이 끝나고 자리를 나서는 김완중 대표에게 ‘본사 직원들이 아직도 가족들을 찾아오며 정신적으로 괴롭히고 있으니 조치를 해달라’고 부탁한 거였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지난 2월에는 선사 직원이 피해자 가족들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벌금 600만원을 받기도 했다. 어떻게 피해자 가족에게 정신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줄 수 있냐”며 눈물을 보였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폴라리스쉬핑 본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등이 폴라리스쉬핑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기자회견 이후 본보 기자와 만난 허영주 공동대표는 허경주 공동대표가 퇴원은 했지만 여전히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폭행 당한 허 대표는 정신적 충격이 극심해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며 “가뜩이나 오랜 투쟁으로 몸과 마음이 약해져 있던 상태에서 그런 일을 당하자 아예 남들 앞에 서는 것을 꺼릴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허영주 공동대표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참사가 발생한 직후부터 현재까지 약 2년 9개월간 지속적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합의를 요구해왔다.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바라는 가족들에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보상금을 챙겨줄 수 있을 때 합의하고 받아가라”는 식으로 종용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에 허 대표를 폭행한 임원 A씨는 가족들 종용에 앞장섰던 대표적인 인물”이라며 “실종자 가족 중엔 남편을 잃은 여성들이 많은데 ‘아이는 혼자 어떻게 키울 거냐’는 식으로 다그치며 회유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허 공동대표는 “돌아오는 성탄절이 침몰 1,000일째 되는 날”이라며 “1차 수색도 소득 없이 끝났는데 2차 수색은 언제가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다시 정부 관계자들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수색 없이, 사고 원인 규명 없이 이대로 사건이 잊혀진다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우리는 ‘살아있는 시체’가 돼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기자회견엔 ‘예은 아빠’로 알려진 유경근 전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참가해 지지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집행위원장은 “자식과 형제를 잃고도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고통 속에 살아가는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며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실종자를 찾아서 가족들을 위로해 줄 때까지 세월호 유가족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는 폭행 혐의로 곧 A씨를 관할 경찰서에 고소할 예정이지만 폴라리스쉬핑은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가족 분이 택시를 막고 서 있는 과정에서 차량과 충돌할 위험이 있어 보호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다”며 “주변에 CCTV가 있고 당시 증인들도 많아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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