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기자

등록 : 2020.06.08 21:36

국민 눈치 보인 與, 법사위원장 전쟁 ‘막판 회군’

등록 : 2020.06.08 21:36

민주당 ‘슈퍼여당 오만’ 비판 우려

통합당도 최악 시나리오 피하기

양당 합의 12일 오전까지 ‘휴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두고 대치 중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8일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국회법상 원 구성 시한인 이날 자체 원 구성안을 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렸으나, 막판에 회군했다. ‘독주하는 오만한 여당’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서다. 통합당은 상임위원장을 1개도 건지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단 피하고 시간을 벌었다. 다만 양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만은 서로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이어서 휴전이 해피엔딩을 맞을지는 미지수다.

◇‘독주 프레임’ 신경 쓰인 민주당, 돌연 회군

김태년 민주당ㆍ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8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 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하고, 곧바로 국회 본회의를 열어 특위 구성안을 처리했다. 특위를 빌미로 법사위원장 문제를 결론 낼 시간을 번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약 나흘이다. 박 의장은 ‘12일 오전까지 양당이 합의하면, 12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원 구성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양당이 합의에 실패할 경우 민주당 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8일 오전까지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포기하지 않으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우리가 갖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이해찬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실제 강경했고, 청와대가 드라이브를 건다는 얘기도 오르내렸다. 민주당이 갑자기 숨 고르기로 선회한 것은 ‘슈퍼 여당의 국회 독주’라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5일 통합당을 배제한 채 범여권 소수 정당들과 손잡고 국회의장과 여당 몫 부의장을 사실상 단독으로 선출했다. 여권 관계자는 “국민은 ‘일 못하는 국회’보다 ‘오만한 정당’을 더 싫어한다”며 “명분 쌓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등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화로운 원 구성 타결은… 글쎄요

민주당과 통합당이 나흘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양당 모두 ‘체계ㆍ자구 심사권을 갖는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하반기 성과를 내기 위해, 통합당은 슈퍼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 입법의 게이트 키퍼인 법사위원장직을 노린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매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삶을 챙기고 기업의 일자리를 지켜내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며 법사위원장을 맡아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온 관행을 적폐로 몰고 있다”며 권력을 견제하는 법사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섰다. 통합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법사위원장을 지켜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았다.

박병석 국회의장(오른쪽)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장실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예방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여당에 ‘협치 메시지’ 발신

여야 신경전이 한껏 달아오른 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협치 메시지’를 여당에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병석 의장에 전화를 걸어 “박 의장은 의회주의자로, 중재와 소통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다. 여야가 협치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법사위원장 대치를 당장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말라는 당부로 해석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협치’보다 ‘법치’를 강조하며 ‘법대로 국회를 개원하고 상임위원장을 뽑자’고 강경 노선을 표방한 터였다.

문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지난 5일 국회가 정식으로 개원하면 국회개원 연설을 하려고 준비했었다. 개원식에서 만나 (국회의장 취임을) 축하하고 싶었다”며 통합당 불참으로 인한 ‘반쪽 개원’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청와대의 ‘인내’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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