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20.06.05 20:40

모비딕에도 나온 35톤 향고래, 폐기 말고 부검했더라면

등록 : 2020.06.05 20:40

큰 고래뿐 아니라 작은 고래 상괭이 등 사인 철저히 밝혀야

1일 오후 7시35분쯤 강원 속초 대포 동방 16해리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돼 2일 오전 3시쯤 강릉 주문진항으로 예인된 향고래가 크레인에 의해 수면위로 들어 올려지고 있다. KBS뉴스 캡처

1일 강원 속초에서 죽은 채 발견된 향고래 한 마리가 이틀 만에 폐기 처리된 것을 두고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했어야 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해양동물전문 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4일 ‘향고래, 부검도 안하고 왜 서둘러 폐기했나?’라는 논평을 내고 “고래류 보호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가 향고래 사인을 책임 있게 밝혔어야 한다”며 “고래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향고래는 길이 13m, 무게 30∼35톤 정도로 추정된다. 해경은 해당 고래를 2일 오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불법포획 여부를 조사했으나 포획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강릉시에 인계했다. 강릉시는 연구나 교육용으로 원하는 기관이 나타나지 않자 해수부 산하 고래연구센터의 자문을 받아 향고래를 폐기 처분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향고래는 정부가 지정한 해양보호생물로 국제적으로는 멸종위기 취약종(Vu)으로 분류된다.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고래로도 유명한데 심해에 서식하는 이빨 고래류 가운데 가장 큰 고래로 수컷의 경우 몸길이는 17∼21m, 몸무게는 최대 57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고래가 죽은 채 발견되는 경우는 드문 편으로 한국 해역에서도 향고래 사체가 발견된 것은 지난 15년 동안 4번뿐이다.

1일 오후 7시35분쯤 강원 속초 대포 동방 16해리 해상에서 죽은 채 발견돼 2일 오전 3시쯤 강릉 주문진항으로 예인된 향고래가 크레인에 의해 수면위로 들어 올려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사회에서는 죽은 향고래의 배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발견, 해양생태계가 처한 위기를 알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3월 28일 이탈리아 북부 해안에서 발견된 향고래에서는 22㎏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고, 같은 해 12월 영국 스코틀랜드 해안에 떠밀려 온 향고래 배 속에서는 무려 100㎏에 달하는 해양쓰레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연구센터에 확인한 결과 현실적인 예산과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향고래를 부검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제주 근해에서 조업하던 어선이 멸종위기 해양보호종인 브라이드 고래 사체를 발견해 신고했다고 전남 여수해양경찰서가 3일 밝혔다. 여수해경 제공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향고래를 연구할 가치는 충분하다”면서 “질병에 의한 사망인지 또는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것인지 뱃속에 해양쓰레기가 가득했는지 등을 밝혔어야 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실제 1월 제주에서 참고래에 대한 부검이 이뤄졌을 때 전국 각지의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며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합동 부검을 실시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확인된 것만 해도 연간 2,000마리에 가까운 고래류가 혼획으로 희생되고 있다. 2일에는 제주 근해에서 멸종위기 해양보호종인 브라이드 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고,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포항 인근 바다에서 길이 6.9m의 밍크 고래 사체가 발견됐다. 국제적 멸종위기 돌고래인 상괭이 사체도 전남 여수 해안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29일 각각 여수시 적금도 해안가와 거북선대교 아래 하멜 등대 인근 해안가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는 등 올 들어 5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 29일 오전 7시께 여수시 거북선대교 아래 하멜등대 인근 해안가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괭이 사체를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해 해경에 신고해 수습된 모습이다. 국제적 멸종위기 돌고래인 상괭이 사체가 전남 여수 해안에서 잇따라 발견돼 혼획에 따른 대책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핫핑크돌핀스는 고래 보호를 위한 예산과 인력을 늘려, 향고래 등 큰 고래뿐만 아니라 상괭이 등 작은 돌고래도 폐사의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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