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지 기자

등록 : 2019.10.09 20:23

돈 전달한 2명은 구속됐는데, 돈 받은 조국 동생은 ‘영장 기각’

등록 : 2019.10.09 20:23

[웅동학원 채용 비리 수사 차질]

3년간 영장심사 포기한 피의자 100% 구속… 조국 동생만 예외

법원 “배임 다툼의 여지 있다” 검찰은 “납득 어려운 결정” 반발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일가가 운영해 온 웅동학원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조 장관 동생 조모(52)씨에 대한 구속영장의 기각을 둘러싸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돈을 건넨 이들은 구속하고 돈을 받은 주범은 영장을 기각하는 등 통상의 관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향후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된 검찰도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며 즉각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허위소송 혐의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채용비리 관련 뒷돈을 수수한 혐의는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주거지 압수수색 등 광범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진 점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경과 △피의자의 건강 상태와 범죄전력 등도 참작 사유로 꼽았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균형을 잃었다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피의자에게 서면 심사만으로 영장을 기각하는 전례가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3년 간 피의자가 출석하지 않은 영장심사의 경우 100% 영장이 발부됐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의 기일변경을 요청했던 조씨는 검찰의 구인장 집행에 따라 전날 서울로 올라온 뒤 변호인을 통해 영장심사 포기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오늘은 법원 스스로가 오점을 찍은 날이 될 것”이라며 “조씨는 스스로 구속을 면하기 어렵다고 봐 심문을 포기한 사람”이라 비판했다.

법조계는 특히 ‘종범을 구속하면서 주범을 풀어준 것은 법적 형평성을 극도로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최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채용비리와 관련해서 돈을 전달한 종범이 구속되는데 금전적 이익을 취한 주범이 풀려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조씨가 웅동학원 사무국장 시절 웅동중 교사 채용 대가로 지원자들로부터 2억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를 받고 있는 가운데, 뒷돈을 건네준 전달책 조모씨와 공모한 박모씨 등 2명이 앞서 구속됐다.

법원이 조씨의 건강 문제를 영장 기각 사유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또한 형평성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최순실의 딸에게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았던 김경숙 이화여대 교수의 경우 유방암 투병 중인데도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국정농단 사건 당시의 사례까지 거론하고 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실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하며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혐의의 중대성과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법원 결정에 날을 세웠다. 검찰은 종범이 구속된 상황을 거론하며 ‘공범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웅동학원 의혹 수사에 일부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조씨 신병을 확보했다면 웅동학원 수사는 채용비리 뒷돈이 조 장관 모친인 박정숙(81) 당시 이사장, 이사였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 등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쪽으로 뻗어갈 예정이었다.

특히 법원이 조 장관 일가가 연루된 위장소송 의혹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검찰 입장이 난감하게 됐다. 조씨는 웅동학원의 공사대금 채권을 두고 벌인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와 피고의 두 역할을 동시에 맡아 웅동학원이 패소하도록 주도한 혐의(배임)를 받는데, 법원의 첫 판단은 “이것이 진짜 위법인지를 가려볼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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