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특파원

등록 : 2019.10.05 10:00

[정치부 카톡방담] 반으로 갈라진 대한민국… 맞불 놓고 서로 “이게 민심이다”

[여의도가 궁금해?] 서초동 광화문 집회

등록 : 2019.10.05 10:00

‘조국 수호’ ‘정부 규탄’ 집회 모두 “수백만” 주장하며 진영 대결 양상

‘문재인 주변 패거리 쓸어버려야’ 한국당, 거리낌 없는 막말로 선동

수사검사 고발 무리수 둔 민주당은 ‘총선 타격’ 우려 속 단일대오 유지

3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바라본 광화문 광장 모습. 자유한국당 지지자들과 범보수단체 및 기독교 단체 회원 등이 조국 법무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각각 열고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3일 광화문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8일 ‘조국 수호’를 외치며 열린 서초동 촛불집회에 맞서기 위한 맞불집회였던 만큼 주최측은 세 과시를 위해 광화문-시청-남대문까지 2km 구간의 도로를 모두 장악했다.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이 총결집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주말인 5일 서초동에선 2차 촛불집회가 예고돼있다. ‘검찰개혁’ 대 ‘조국 파면’으로 양 진영간 대결이 극에 달할 전망이다. 정치권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본보 국회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광화문 집회를 주최 측은 300만명이 모였다고 했죠. 앞서 서초동 촛불집회는 200만명을 내세웠고요. 믿을 만한 숫자들인가요.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숫자의 정확성을 떠나 200만명, 300만명이 진보와 보수가 각각 자신들의 지지층 결집을 강조하기 위한 숫자라는 게 드러난 이상, 앞으로 ‘몇 명이 모였다’는 식의 공지는 무의미해진 것 같아요. 과거 광우병 집회, 탄핵 집회는 그 규모만으로도 ‘국민의 뜻’이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이 어려워진 거죠. 앞으로 500만명이 모였다고 해도 ‘진정한 여론’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저작권 한국일보] 서초동 집회 와 광화문 집회 비교 - 송정근 기자

불나방=광화문 집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서초동 집회와 차이점이 뭔가요. 또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비롯해 “문재인을 둘러싼 쓰레기 같은 패거리를 쓸어버려야 한다”(단식중인 이학재 의원)는 막말까지 나왔는데.

꺼진불도=‘문재인 대통령 퇴진’을 외친 목소리도 많았는데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했던 발언을 상기시키며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아요. 대선 3개월 전인 2017년 2월 ‘국민들이 모여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문재인 퇴진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말했었거든요.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광화문 집회는 인파 면에선 규모가 훨씬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국당이나 우파단체들의 동원령으로 채워질 수 있는 참가인원을 훌쩍 넘어선 것도 분명해요. 조 장관 일가의 특혜성 입시와 표창장 위조 의혹 등 반칙행위, 사모펀드 등 갖은 의혹과 조 장관의 언행불일치, 거짓해명 논란 등에 분노한 청년과 중도층이 상당수 거리로 나왔죠. 조 장관 임명 반대 여론이 높은 다수의 여론조사도 줄줄이 나왔고요. 단순히 진영간 맞불집회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서초동 집회를 두고 “그만큼 검찰개혁의 열망이 높다는 것”이라고 했던 청와대는 광화문 집회를 두고도 민심의 무게에 대한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올해는 뚜벅이(뚜벅이)=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먼저 한국당의 우리공화당화. 정당정치가 지켜야할 선이 있고, 제1야당 지도부가 해야 할 메시지의 정도란 게 있을 텐데 근거 제시없이 대통령 일가에 비리 의혹 제기 등 눈살 찌푸릴 내용들이 다수였죠. 또 다른 생각은 문 대통령의 무능입니다. 한국당 주장대로 300만명이 참여했다고 인정해도 할말이 없는 게 현 시국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와대를 지켜보고 있고, 청와대 참모들은 말이 없고, 대통령은 검찰을 나무랍니다. 검찰의 역사를 아는 사람끼리, 정치 좀 해본 사람끼리는 이번 사태가 검찰의 농간이라고 지레 생각하고 의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일반 국민들 생각은 다를 겁니다. 조국 일가에 분명 구린 구석이 있는 것 같고 검찰이 그걸 수사하는 게 옳은데, 갑자기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겁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 민심은 반으로 갈라졌죠.

조국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불나방=여당은 조 장관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사와 검찰관계자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지요. 전례가 없는 일인데요. 여당내 ‘조국 지키기’ 기류에 변화는 없나요. 윤석열의 난으로 보나요.

여의도맨=여권은 비교적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사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되고, 조 장관이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니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그대로 갈 것을 외치고 있는데요. 이는 조 장관이나 정 교수에 대해 무죄를 확신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 최고 엘리트라는 특수부의 ‘표창장’ 내지 ‘사모펀드’ 수사가 길어지면서, 의원들 사이에선 “검찰이 확실한 증거를 못 잡아 우왕좌왕한다” “윤석열 총장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하더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는 상황입니다.

뚜벅이=”처음부터 예고된 사태다, 윤석열이 조국 반대입장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그 순간 모든 게임은 끝난 것이다.” 여당 모 의원의 평가입니다. 처음엔 다들 윤 총장의 의도가 뭔지 의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대통령이 낙마시키지 않으면 자신이 수사로 낙마시키겠다는 뜻이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검찰을 고발한 민주당의 행태는 훗날 분명 역풍으로 작용할 겁니다. 검찰을 압박한 대통령에, 그 메시지를 읽고 행동으로 나선 민주당이라는 비판을 감당하지 못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최근 여권 내 기류는 윤 총장이 일부 오판을 한 게 아니냐 갸웃하는 분위깁니다. 조 장관은 물론 정경심 교수에 대한 유죄를 입증하기도 지금 수사 상황에선 어려운 거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기소야 검찰의 독점적 권한이지만, 공소를 유지하고 유죄판결을 받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죠.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설치된 포토라인. 뉴스1

불나방=문 대통령 퇴진을 거론하는 인파가 ‘박근혜-최순실 사태’ 이후 처음으로 광화문에 대규모로 집결했는데 청와대 분위기는 어떤가요.

가을가을해=’입장 없다’는 입장인데요.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정쟁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걸 경계하는 듯합니다. 최근 문 대통령이 나서서 ‘수사 외압’으로 비칠 법한 주문과 지시를 검찰에 내린 상황에서, 광화문 집회에 또 의견을 내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고요.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을 당시 청와대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실상 힘을 실어준 바 있어 ‘시민의 목소리를 차별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앞선 서초동 집회는 ‘국민들 주도로’, 광화문 집회는 ‘한국당 주도로’ 이뤄진 만큼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불나방=조국 사태 결말이나 향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여의도맨=여권에선 ‘아직 총선까지 시간 많이 남았다’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7개월 정도 남았구요. 그 사이 남은 굵직한 변수만해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폭력사태 검찰 수사, 북미정상회담, 김정은 아세안 참석, 패스트트랙 본회의 표결, 보수 정계개편 등이 있는데요. 이르면 12월 선거제 개편안 등 패스트트랙 본회의 투표가 마무리 된 후 조 장관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돌고 있는 상황이구요.

뚜벅이=조 장관과 일가의 비위사실이 드러난다면(물론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지만) 민주당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치가 알면서도 아닌척 싸워야 할 때가 있기에 저렇게 검찰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지, '이거 자칫 훅 갈수 있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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