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기자

등록 : 2018.03.06 10:51
수정 : 2018.03.06 21:34

“믿는 도끼, 안희정에 발등 찍혔다” 충남 공직사회는 충격

등록 : 2018.03.06 10:51
수정 : 2018.03.06 21:34

安, 평소 여성친화적인 이미지

공무원들 “상상도 못해…” 토로

6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출근을 하지 않아 그가 타던 관용차가 지하주차장에 서있다. 이준호 기자

“여성 수행비서를 임명할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터질 줄이야…”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김지은(33) 정무비서를 상습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남 지역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피해자에게 사과를 한 뒤에도 또다시 성폭행을 저지른 안 전 지사의 행태에 공무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평소 여성친화적인 이미지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여직원들과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었다. 하지만 안 전 지사가 김지은 비서를 수행비서를 두면서 주변에서 의문을 가지는 시선이 늘어났다. 업무 특성상 잦은 출장을 함께 해야 하는 비서를 여성으로 채용하는 것이 올바른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누구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한 안 전 지사의 인격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주변 측근들의 전언이다.

안 전 지사는 차기 유력한 대권 후보로 꼽혔던 만큼 더욱 몸가짐을 조심해야 했기에 이번사건을 받아들이는 주변의 충격은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대외적으로 인권ㆍ민주주의자를 자처하며 이면에서 성폭행을 저지르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안 전 지사는 결국 6일 새벽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고, 충남도의회에 제출한 사직서는 곧바로 수리됐다.

안 전 지사의 이중적 행태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컸다. 6일 청사에서 만난 한 직원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는데 한결같이 지사가 그런 일을 저지르리라고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한 여직원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기분이다. TV 뉴스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려서 잠도 못 잤다”고 가시지 않는 충격을 전했다.

전날 폭로가 있기 전 안 전지사가 미투 운동 장려를 한 직원 만남의 날에 참석했던 직원들은 “설마 진짜 그랬을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이날 “최근 확산 중인 미투 운동은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동참을 호소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김씨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해외 출장에 동행했던 직원들도 마찬가지 심정을 전했다.

 도 한 고위 공무원은 “안 지사가 충남도 개청 이래 처음으로 여성 수행비서를 임명했을 때 내부에서 어리둥절했던 게 사실”이라며 “비서실에도 유독 여성 직원이 많았지만, 이런 황당한 일이 터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 더 충격적이다”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충남도공무원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도지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가 수행비서를 반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것은 어떤 방법으로 용서가 안 되는 행위”라며 “성역 없는 경찰의수사와 함께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홍성=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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