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인턴 4 기자

등록 : 2020.04.21 08:00

‘도사님’ 앞에서 속마음이 활짝... 코로나19 속 20대가 점집 찾는 이유는

등록 : 2020.04.21 08:00

[인턴이 가봤다]“앞날이 깜깜할 때가 성수기”라는 타로 카페·강남의 점집

타로카드를 주제로 한 유튜브 영상이 일주일만에 조회수 30만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호랑타로’ 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연장이 결정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물적, 인적 이동이 줄어들면서 경제 지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줄줄이 이어지는 기업 채용 공고에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낼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한숨만 쉴 뿐이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시험이 모조리 미뤄지고, 기업들의 채용 일정도 연기되거나 아예 취소됐다. 채용 인원을 줄이거나 정규직 전환이 예정돼있던 인턴의 채용 결정이 없던 일이 돼버린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꽉 막힌 취업 시장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취준생들의 부담만 커져간다.

자영업자의 매출은 떨어지고 기업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대규모 정리해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1997년 한국을 덮친 ‘IMF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경제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 큰 걱정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것. 차라리 자연 재해는 눈에 보이는 것이고 그걸 해결하면 상황은 정리될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보이지도 않고 언제 어떻게 마무리 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용한 점쟁이라도 있다면 당장이라도 붙잡고 불확실한 미래를 알려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다. 어려울 때마다 무언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사람들은 실제로 ‘도사님’을 찾고 있다. 유튜브에 타로점 보는 영상이 조회 수 수 십만을 거뜬히 넘기는 것도 이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인턴기자도 앞날이 걱정되기는 마찬가지. 친구들에게 걱정을 털어 놓으니 “타로 점을 어떻겠느냐”고 권하는 이들이 많다. “압구정에 용한 도사가 있는데 내가 갈 직장을 딱 맞추더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많은 20대가 타로점을 보거나 점집을 찾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첨단 기술에 익숙한데 왜 과학과 멀어 보이는 점집, 타로까페를 찾는 것일까. 한국일보 인턴 기자들이 용하다고 소문난 압구정의 한 신점집과 타로 상담으로 유명한 마포의 타로까페를 가봤다. 인터뷰에 앞서 직접 신점을 보고 타로 상담도 받았다.

“거긴 떨어져” ...압구정 도사는 거침 없이 앞날을 예측했다

압구정에 위치한 A도사의 신점집. 도사를 만나기 전 산뜻한 인테리어의 공간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기다릴 수 있다. 유튜브 캡처

이달 초 용하다고 소문난 ‘압구정 A도사’를 찾아갔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신점집.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한복을 입은 도사, 뜻을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자들, 쌀, 금방울을 상상했다. 하지만 상상했던 것과 180도 달랐다. 깔끔한 모습의 카페였다. 2인용 소파와 유리 탁자가 늘어섰고 기다리는 중에 커피를 줬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상담실은 사무실 같았다. 탁자 맞은 편 선글라스를 쓰고 앉아 있는 A도사는 딱 비즈니스맨의 모습이었다. 그는 이름, 생년월일, 사는 곳을 물어본 뒤 종이 위에 정체불명의 글자를 써 내려갔다.

A도사는 “장남으로 눈치 보느라 힘들겠고 혼자 살며 고민이 많겠네”라고 했다. 입도 뻥긋 안 했는데 가족 관계 등 개인사를 정확하게 말하는 걸 보고 놀랐다. 조심스럽게 “올해 OO방송사나 OO신문사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그는 “거기는 안 되고 OO방송사랑 OO신문사가 돼”라며 콕 찍었다.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이름을 듣고 놀랐다. 그런데 도사가 말한 회사는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진 곳이라 괜찮겠느냐고 묻자 “네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니잖아”라며 틀림없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 곳에 취업 후 대학원도 다녀라”며 “OO대 아래로는 가지마”라며 더 먼 미래를 얘기했다. 사실 대학원 갈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도사가 대학원을 꺼내니 갑자기 ‘그래 도전해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1년 가까이 운영해 온 개인방송 플랫폼을 계속해도 되냐는 질문에 그는 “사업 운은 없으니 지금 당장 접어라”고 말했다.

A도사는 모든 질문에 직설적이고 구체적으로 답했다. 때론 처음 보는 사람한테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정을 못 내리고 망설이던 일에 대해 똑 부러진 답을 듣고 나니 머리는 맑아지는 것 같았다. 물론 도사님의 말대로 할 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78장 타로 카드에 담겨 있는 미래를 찬찬히 그려줬다

김소정 자연 심리상담연구소 소장이 78장의 타로 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이태웅 인턴기자

이달 중순 찾아간 합정동 자연 심리상담센터에는 예상보다 손님이 많았다. 대부분 2030이었따. 당일 예약이 마감됐지만 김수정 소장과 얘기 나누는 중에도 예약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누그러지자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상담실에서 만난 김 소장에게 압구정 A 도사에게 물었던 “지금 상황에서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게 맞을까요”라고 물었다. 거침없이 대답하던 신점집 A도사와 달리 김 소장은 먼저 책상 위에 부드러운 천을 깔고 카드 78장을 펼쳤다.  잠시 후 뒤집어진 카드 중 10장을 뽑아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현재의 상황. 그는 검은 배경에 칼 9자루가 꽂혀 있고 그 아래 한 남자가 웅크린 채 앉아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여러 가지로 괴롭고 웅크린 남자처럼 외롭지 않냐”며 물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힘든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이어 심장에 칼 3자루가 박혀 있는 그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가 칼을 들고 맞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나가는 그림을 보고 “의욕이 넘친다는 말을 듣지만 힘들 땐 힘들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의욕이 지나쳐 몸이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열정이 넘친다는 말을 듣고 흐뭇해 했는데 그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미래의 카드 중에는 ‘악마’ 카드가 있었다. 악마가 가운데 그리고 벌거벗은 두 사람이 양 옆에서 있는 그림이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건가’하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런데 김 소장은 동시에 뒤집은 연인카드를 가리켰다. 그는 “악마카드는 불길한 카드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동전 뒤집듯 좋은 일을 뜻하는 연인카드로 바꿀 수 있고 마법사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불행도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신점집 도사가 손님에게 대놓고 얘기하는 것과 달리 타로카페에서는 그림을 설명하듯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다소 모호하고 뭉뚱그려진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에 도사를 만났을 때 같은 속 시원함은 없었지만 불안한 마음을 토닥토닥 다독이면서 긍정 에너지를 얻어 그 나름의 장점을 느꼈다.

코로나19 후 관심사는 사랑·연애→취업·직장·부동산·주식·가상화폐

13일 압구정의 점집을 운영하는 A도사가 손님을 상대로 점을 봐주고 있다. 이혜인 인턴기자

점이나 타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2030도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A도사는 “무당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이 늘고 온라인 특히 유튜브에서도 점이나 타로를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30과 4060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다르다고 한다. 점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A도사는 “2030은 본인이 이미 결정을 한 내용에 대한 지지를 얻고 싶어 한다”며 “도사의 말에 기대 결정을 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전했다. 반면 “4060은 인생의 큰 일의 방향을 정하기 전 찾아 온다”라며 “여기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했다.

점집과 타로카페 모두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찾는 이들의 관심사가 확 바뀌고 있다고 한다.

김 소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모든 질문의 끝은 연애”라고 했고, 신점집 관계자는 “사랑이나 애인 때문에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취업, 직장, 사업, 부동산, 주식 등 경제를 비롯한 현실적 문제를 묻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점집에서 만난 올해 대학 졸업예정자 오모(27)씨는 “전에 연애 문제로 점집을 몇 번 갔지만 코로나19로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이 연기되고 수업 계획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눈 앞이 깜깜해 진 느낌”이라며 “계속 시험 준비를 해야 할 지 조차 결심이 서질 않으니 도사의 생각이라는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A도사는 4060 손님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 자체가 지장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해고 위기에 처한 직장인들은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등이 가장 많은 이들이 털어놓는 고민이라고 한다. 이어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자신 소유의 재산인 아파트나 주식을 살지 팔지를 묻는다”며 “최근에는 부동산은 물론 가상화폐, 스타트업도 단골 주제”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이후 신점집은 4060의 발길이 늘고, 타로카페는 2030손님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2030은 점집 보다는 타로카페를 선호한다고 한다. “신점은 솔직하다 못해 마음이 상할 수 있는 독설을 듣게 될 수 있는 반면 타로카페는 주로 응원이 되는 긍정의 말을 접하게 되기 때문에 젊은 층이 더 찾는다”는 게 A도사의 설명이다.

코로나 블루 극복 위해 점집 도사, 타로 상담사를 만난다는 청년들

거리의 상담사를 불리는 점집으로 찾아가 사람들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의 여파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바이러스 방역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개인이 받는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까지는 충분히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블루’(‘코로나19’에 우울감을 뜻하는 단어 ‘blue’를 더한 신조어)라는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위로가 필요한 지금, 사회적 거리 두기가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다. ‘심리 방역’에 있어서는 공백인 셈이다. 

신점이나 타로카페를 찾는 청년세대들은 물론 취직 같은 경제적 문제가 큰 고민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며 심리적 안정을 얻고 치유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다.

평소 마음이 답답할 때 타로카페를 찾는다는 취준생 임모(27)씨는 “사상 최악의 취업 시즌이 될 것이라는 뉴스에 마음이 불안하다”라며 “타로점이 정답을 알려주는 건 아니지만 마음의 위로라도 얻고 싶다”라고 밝혔다. 신점집을 종종 찾는다는 또 다른 취준생 강모(24)씨는 “고민이 있어도 친구들은 인생 경험이 비슷하니 말하기도 그렇고 부모님께는 다 큰 자식으로 걱정 끼쳐 드리고 싶지 않다”라며 “혼자 끙끙 앓던 일들을 도사에게 털어놓으면서 스스로 정리도 되고 치유가 된다”라고 말했다.

압구정 A도사는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개인적 얘기까지도 털어놓는다”라며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것까지 말하는 것을 도우려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꺼내기 어려운 얘기도 타로카드를 보면 호기심을 갖고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고 있다”라며 “그저 미래를 추측하는 것만이 아니라 본인이 미처 깨닫지 못한 현재를 볼 수 있게 하면 마음에 힘을 얻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웅 인턴기자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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