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특파원

등록 : 2019.02.09 10:00
수정 : 2019.02.09 13:32

“북미 협상 동력 1분기가 마지노선… 싱가포르 어음, 베트남서 정산”

등록 : 2019.02.09 10:00
수정 : 2019.02.09 13:32

[정치부 카톡방담] 세기의 핵담판, 북미 베트남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2차 정상회담이 27~28일 베트남에서 열린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다시 급물살을 타면서 동북아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8개월전 싱가포르에서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평화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한바 있다. 때문에 두 정상이 1차 북미회담 결과를 이번 2차 만남에서 본질적 비핵화라는 ‘빅딜’로 끌어올릴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한반도평화를 향한 역사적 노력을 계속한다”며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고 말해 빅딜 성사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주변상황을 놓고 정치부 외교안보팀과 국제부 담당기자, 호찌민 특파원이 카톡방에 모였다.

북미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 주요 쟁점. 그래픽=신동준 기자

광화문 불나방(불나방)=2월말 베트남이라는 시기와 장소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올해는 가을야구(가야)= 작년 6월에 싱가포르에서 어음을 끊었으니 이제 정산할 때가 됐지요. 물론 현금을 주고 받으면서 계약이 제대로 성사될지, 아니면 또다시 공수표를 날릴지, 그것도 아니면 계약금만 걸고 잔금날짜를 쭉 미룰지 두고 봐야겠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외교가에서 분석하는 협상 동력 회복 마지노선이 1분기입니다. 동력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가 선거철로 접어들게 되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내년은 선거의 해입니다. 한국은 4월에 총선이 있고, 미국도 11월에 대선이 있습니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같은 강력한 공화당내 경쟁자가 부상한다면 당내 경선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현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호찌민 쌀국수(쌀국수)=장소가 베트남인 것은 베트남은 물론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은 미국과 적대국이었지만 이후 국교 정상화 뒤 경제성장을 이룬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과 미국은 70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북미협상 국면이죠. ‘선 비핵화-후 경제번영 지원’을 강조해온 미국은 북한의 롤모델로 베트남을 거론하며 ‘베트남의 길’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작년 11월 말-12월 초 베트남 산업현장을 찾아 살피는 등 ‘도이머이’(쇄신)로 대표되는 베트남식 개혁개방 정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불나방=북한이 실제로 베트남식 개혁을 따라갈까요.

가야=그건 의문입니다. 베트남은 아래로부터 민중의 요구가 위로 분출돼 개혁한 나라입니다. 김정은 정권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위험천만하죠. 오히려 점조직마냥 몇 개 지역을 찍어 소극적으로 문호를 연 쿠바식 모델이 김정은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겁니다.

김일성 전 북한 주석과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의 만남 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조부인 김 전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두 차례 베트남을 방문해 호 전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김정은 베트남 국빈방문 유력… 결국 수도 하노이 갈 것”

불나방=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도시는 왜 결정이 안되고 있나요.

쌀국수=김 위원장이 그 이유를 알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2차 북미정상 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이 베트남을 찾는데, 북한 지도자의 방문은 조부 김일성 주석의 1964년 10월 방문 이후 54년 4개월 만입니다. 베트남전 종전 이후로는 첫 방문입니다. 베트남전 때 북한의 도움을 받은 베트남은 아직까지도 북한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양국 관계는 흔히 ‘전통적 우방’으로 표현됩니다. 그런 나라의 지도자가 반세기만에 베트남을 찾는데 미국 대통령만 만나고 되돌아 간다? 상상하기 힘듭니다. 북한 지도자의 베트남 국빈 방문(State visit)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불나방=국빈방문 행사는 보통 어디서 열리나요.

쌀국수=수도 하노이에서 열립니다. 미국은 2017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적이 있는 다낭을 밀고 있습니다. 깨끗한 해변을 끼고 잘 정돈된 도시여서 경호에 유리한데다 고급 호텔 등 인프라도 뛰어납니다. 또 ‘쇼’기질 다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하노이보다 다낭이 더 어울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김 위원장의 동선이 ‘하노이-하노이’냐 아니면, ‘하노이-다낭’이 되느냐의 문제로 압축되는데, 북한은 다낭에 공관(대사관)이 없어 통신 등의 문제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비행기를 한번 더 타야 하는 것도 부담입니다.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리면 개최도시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이번 2차 정상회담에선 어떤 합의가 나올까요. 주한미군 감축·철수나, 트럼프의 돌발행동을 김정은이 기대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마음은 콩밭=”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올 것이란 기대를 일단 버리라”는 게 전문가들 말입니다. ‘기대를 접으라’는 게 아니라, 총론적인 성격이 강했던 6ㆍ12 싱가포르 선언을 구체화하는 수준에서 북미가 새로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겁니다. 남북 간 9ㆍ19 평양공동선언,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비롯, 가장 최근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스탠포드 강연 등을 통해 언급됐던 것들이 힌트가 되겠지요. 영변핵시설 폐기나 북한 플루토늄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며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 현재로선 우세합니다.

2017년 11월 29일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아리=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센토사 선언으로 4개 기둥이 세워졌습니다. 북미 협상 원칙이 수립된 거죠. 새로운 북미 관계와 항구적 한반도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 유해 송환 등입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각 항의 ‘행동 대 행동’ 계획이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견 있을 수 없죠. 센토사 합의 이행을 위한 초기 비핵화ㆍ보상 행동에 양측이 합의할 게 분명합니다. 단계별 이행 로드맵도 거칠게나마 나올 공산이 크고요.

가야=뭔가 합의가 나오긴 할텐데, 실제 비핵화 프로세스를 얼마나 촉진할지는 회의적입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는 김정은이 핵개발 집문서, 땅문서 거기에다 집안 족보까지 다 내놓고 대장 내시경까지 받으라는 겁니다. 그러면 100세까지 무사히 살고 불로장생을 보장할 수 있도록 미국이 주치의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김정은은 기껏해야 스케일링 정도에 그칠 겁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 받았다고 큰소리치겠죠. 트럼프가 허준 같은 명의라도 시원찮은 판에 군 면제 전문 지방 정형외과의 사무장인양 환자를 끌어오고서는 생색을 내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 걱정입니다.

불나방=자국 안전이 최우선 관심인 미국이 현수준 핵동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메아리=미국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동맹이면서 북한 핵무기의 사정권인 한국ㆍ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반발할 게 불 보듯 뻔하죠. 동북아시아에 핵 도미노가 초래되겠죠. 동북아 핵 독점국인 중국도 북한이 핵 보유하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을 거예요. 북한은 핵과 경제를 동시에 성취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겁니다. 대북 제재 목적이 바로 북한이 핵ㆍ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포기하게 하는 거였고, 북한은 지난해 4월 그렇게 결정한 뒤 협상 테이블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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