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중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20.01.21 10:57

이국종 “아주대병원 숨 쉬는 것 말고는 거짓말… ‘뒷배’는 복지부”

등록 : 2020.01.21 10:57

이국종 교수, 한국일보 전화 인터뷰서 복지부ㆍ아주대병원 싸잡아 비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연합뉴스

“병원 거부로 유령진료까지 해야 했다”

“나는 박애주의자 아니다. 20년간 앵벌이 했다”

“복지부장관 딸이 여기서 일해도 이따위로 할 것인가?”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병원 측과 권역외상센터를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20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지만 복지부와 병원 측의 문제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20일 심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복지부와 아주대병원 측을 정면 비판했다.

이 교수는 “병원 측이 지난해 간호간병통합병동 공사로 100개 병상을 닫아 권역외상센터 환자를 일시적으로 수용하지 못했다는 등 핑계를 대고 있는데 솔직히 숨 쉬는 것 말고는 전부 거짓말”이라며 병원 측의 ‘뒷배’가 복지부라고 비판했다.

◇“복지부, 나와 병원 상대로 이중 플레이 했다”

이 교수는 증거로 복지부 응급의료과장 A씨와 아주대병원 기획조정실장 B씨의 휴대폰 문자내역을 제시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내용은 지난해 11월 11일 A 과장과 B 기획조정실장이 휴대폰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들이다. 이 교수는 “한상욱 병원장이 지난해 11월 닥터헬기 운영과 관련된 회의에서 ‘니가 날고 뛰어봐야 소용없다’고 말하며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공개한 메시지에서 A과장은 “상의 드린 병상 관련 사항은 금주 중으로 조치계획 등 명확히 원내의 입장을 정리해주셨으면 합니다. 부디 원만히 원내 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B씨에게 보냈다. 이에 B씨는 한상욱 아주대병원 병원장에게 문자를 보내 “일전에 방문하였던 복지부 관계자가 아무래도 윗선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모양입니다. 내용인즉슨, 외상환자를 입원시키려 해도 자리가 없다는 내용”이라고 보고했다.

당시는 전달 이국종 교수가 경기도 국감에서 정부가 지원한 외상센터 간호인력 증원 예산을 병원이 전용해 당초 계획보다 절반 정도가 적은 인력만 충원하는데 그쳤다고 공개 비판해 복지부 관계자들이 현장점검을 실시해 병원 측에 원활한 병실배정을 요청하는 식의 중재가 이뤄졌을 때다. 복지부가 겉으로는 이 교수와 병원 갈등을 중재하는 척하면서 병원 측과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또 “내가 경기도 국감에서 외상센터 간호인력 증원 예산 사용에 대해 비판을 하자 복지부 관계자들이 매일같이 연락해 ‘우리가 증원한 예산은 (외상센터에서) 편하게 쓰라고 한 것인데 병원에서 기존 간호인력 인건비로 돌리면 어떡합니까. 교수님 너무합니다’라며 병원 측을 비판했다”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당시 자신과 통화를 했던 복지부 관계자의 음성까지 흉내를 내면서 복지부의 태도를 성토했다.

이국종 교수가 공개한 보건복지부와 아주대병원 관계자의 휴대문자 내용.

이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박능후 복지부 장관을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2018년 간호인력 채용 등 권역외상센터 운영과 관련해 박 장관에게 2시간 동안 대면보고를 했다”며 “장관 딸이 (아주대병원) 외상센터에서 근무해도 이따위로 하겠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장관이 말로는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병원 측의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복지부에 숱하게 공문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며 “지난해 복지부에서 병원 측에 새로 지원받은 예산을 기존 간호사 인건비로 충당하지 말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라고 지시를 해 놓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외상환자 받지 않아 ‘유령진료’도 했다”

센터장직 사퇴를 밝혔지만 이 교수는 병원에 대한 비판은 여전했다. 그는 병원에서 외상환자 수용을 거부해 병원의 다른 교수 이름으로 외상환자를 입원시켜 그 교수 대신 외상환자를 치료했다고 토로했다. 이른바 ‘유령진료’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외상센터 교수들이 병실을 구하기 위해 원무과 등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입원실이 나오지 않아 친한 교수들에게 부탁해 유령수술을 했다”며 “의료원장은 물론 병원장 등 모든 병원 고위층이 원무팀을 사주해 외상센터 교수들에게는 병실을 내주지 말라고 하는 상황이라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강변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이 도덕적으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병원장이 2014년 복지부 감사 날 외상센터 수술방(14번 방)에서 외상환자가 아닌 자기 환자를 수술하다가 적발돼 복지부가 7억2,000만원을 환수 조치했다”며 “당시 외상센터가 복지부로부터 받은 예산이 15억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병원은 원래 이런 곳이다. 이런 사람들이 병원의 주요 보직을 맡아 권역외상센터를 깔아뭉개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언론보도를 통해 유희석 아주대병원 의료원장이 자신에게 퍼부었던 막말과 욕설이 부각됐지만 한상욱 병원장이 의료원장보다 더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실 닥터헬기 소음과 관련된 민원은 거의 없는데 병원장이 병원 홈페이지에 닥터헬기와 관련된 민원이 1건이라도 발생하면 ‘헬기 때문에 병원이 문을 닫게 생겼다’ ‘헬기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할 수 있다’며 아주 그냥 사람을 잡았다”며 “서열은 의료원장이 높지만 사실 병원에서 살아있는 권력은 병원장”이라고 말했다.

◇“외상센터는 돈벌이 수단… 난 앵벌이”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 재단이 권역외상센터 운영에 나선 것은 중증외상환자들을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벌이’를 위해서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주대병원 재단 이사장은 전 대우중공업 회장 출신이고, 재단 상임이사는 고 김우중 회장 비서 출신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의사가 아닌 경영인(비즈니스맨)인데 이들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할 것 같나”라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가 들어오기 전부터 응급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전체 1,000병상 중 약 150병상을 외상환자가 사용했다”며 “2016년 권역외상센터가 준공돼 센터에서 외상환자 전용으로 100병상을 운영하게 돼 병원에서는 과거 외상환자들이 사용했던 100병상을 돈이 되는 환자로 채워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아주대병원은 매년 600억 이상 단기진료수익을 내고 있는 병원”이라며 “이렇게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병원이 권역외상센터 간호사 인건비 11억4,000만원이 아까워 병동, 수술실, 회복실, 마취, 비행간호사 정원을 삭제했다”고 분을 참지 못했다.

센터장 사퇴 의사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복지부나 병원에서 나만 조용히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센터장직을 내려놓고, 의대에서 의대생들을 가르치면서 조용히 살 것”이라며 “병원에서 강의를 주지 않고 내쫓으면 실업급여를 받아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외상외과 전문의가 돼 20년간 동료의사, 간호사들과 죽을 만큼 고생하면서 일을 했지만 이젠 그들에게 더 이상 ‘좀만 더 버티면 복지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됐다”며 “나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20년간 병원에 ‘앵벌이’ 노릇을 한 것 같다. 더 이상은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해 현장에 복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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