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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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8 15:59

라떼만 마시면 배앓이 '유당불내증'…”두유 준비 안 되나요?”

등록 : 2019.11.08 15:59

커피전문브랜드 15곳 중 5곳만 두유ㆍ락토프리 우유 제공

에스프레소에 고소한 우유를 더해 만든 카페라떼는 카페에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겨 찾는 메뉴다. 게티이미지뱅크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메뉴가 있다. 바로 따뜻하고 고소한 라떼 한 잔이다. 진한 우유에 에스프레소, 녹차 가루, 초콜릿 등을 넣어 만든 라떼류는 카페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인기 메뉴다. 설문조사업체 ‘두잇서베이’에서 진행한 2019년 커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페에서 가장 선호하는 메뉴로 카페라떼를 꼽은 사람은 전체 4,949명 중 1,346명(27.2%)에 달했다.

하지만 라떼를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당불내증’을 가진 이들이다. 유당불내증은 유당분해효소가 부족하거나 없어 우유나 유제품에 함유된 유당(lactose) 성분을 제대로 분해해 흡수하지 못하는 증상을 뜻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데도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심하면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인 중 75%가 겪고 있다는 유당불내증은 주변에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만일 우유를 마시고 종종 배가 아프다면, 본인도 모르게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을 확률이 크다.

보통 유당불내증이 있는 경우 우유 속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Lacto-free) 우유나 두유를 대체재로 마신다. 유당이 포함돼 있지만 않다면 유당불내증을 가진 이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다. 유당불내증을 앓고 있는 직장인 A(25)씨는 카페에서 라떼를 주문할 때면 꼭 우유는 두유로 바꿔달라고 요청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유당이 없는 우유로 바꿀 수 있는 카페는 부족한 상황이다. A씨는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만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로 바꿀 수 있고, 우유를 변경할 수 있는 개인 카페는 거의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일보가 6일 커피전문점브랜드 대상으로 조사한 우유 변경 서비스 현황.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2019년 5월 커피전문점브랜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상위 5개 브랜드를 선정했다. 목록 상단부터 상위 1위~5위.

실제 한국일보 확인 결과 커피전문 브랜드 15곳 중 라떼에 들어가는 우유를 두유 또는 락토프리 우유로 변경할 수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했다. 엔제리너스, 폴바셋에서는 두유와 락토프리 우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고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는 두유로만 변경할 수 있었다.

유당불내증 소비자 대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매장에서는 우유 변경 요청이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고 한다. 라떼를 마시고 싶은 유당불내증 소비자 다수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만을 일부러 찾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8일 “우유 변경 서비스를 요청받아 판매되는 양은 일 평균 150~160잔, 월 평균 약 5,000잔”이라며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찾는 고객들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우유 변경이 안 되는 브랜드 중 일부는 이용 고객이 적어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콤커피 측은 “브랜드 론칭 초기인 2011년부터 우유 변경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우유 변경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적어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인카페의 경우 우유 변경이 가능한 곳은 더욱 드물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개인카페 20곳 중 두유 또는 락토프리 우유 변경 옵션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개인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우유 변경을 요청하는 고객이 많이 없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며 “소수의 고객을 위해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를 구비해놓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답했다.

우유 선택의 폭이 좁은 국내 카페 현황과 달리 서구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옵션을 마련한 카페 문화가 정착돼 왔다. 유당불내증 환자를 위한 락토프리 우유 역시 미국, 유럽 등에서 먼저 개발되고 상용화된 후 국내로 들어왔다. 특히 미국 뉴욕은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보편화돼 있는 대표적인 도시다. 최근 뉴욕을 방문했던 대학생 김주은(24)씨는 “뉴욕에서 많은 카페를 방문했는데 한국과 달리 ‘우유 대용 제품(milk Alternative)’이라고 적힌 메뉴판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일반 우유를 마실 수 없는 소수의 소비자까지도 배려하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득만 한국커피연구 학회지 편집위원장은 “카페에서 라떼류 메뉴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해 우유를 구비해두는 문화가 잘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카페에 들어오는 락토프리 우유는 1리터 단위로 포장된 것밖에 없다” 며 “200~250CC로 작게 나뉜 제품이 납품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카페에서 유당불내증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소비자도 선택의 폭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채영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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