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형 기자

등록 : 2020.06.08 04:30

한우 몸값 나날이 오르는데… 대형마트는 반값 할인 하는 이유

등록 : 2020.06.08 04:30

6일 경기 안양시 이마트 매장 내 정육 코너에 할인 행사 중인 한우가 진열돼 있다. 임소형 기자

주말 내내 대형마트들이 일제히 한우 할인 행사를 펼치면서 소고기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대형 유통사로 옮겨갔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한우 소비가 소매점으로 집중되자 위기감을 느낀 대형마트들이 큰 폭의 할인을 앞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 SSG닷컴 등 대형 유통사들이 지난 주 후반부터 한우를 최대 40~50% 저렴하게 판매했다. 이마트는 4일부터 10일까지 행사 대상 신용카드로 구매한 한우 전 품목을 최대 40% 할인했다. 이마트는 한우 350마리에 해당하는 70톤 물량을 준비했는데, 이는 평소 2~3주에 걸쳐 판매하는 양이다. 롯데마트도 4~7일 한우를 최대 50% 할인했고, 신세계그룹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4~11일 한우와 호주산 안심을 최대 40% 저렴하게 내놓는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 1~5일 기준 소고기(한우+수입육)는 신선식품 전체 매출의 15~16%를 차지했다. 온라인 쇼핑 강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의 위축을 감안하면 마트에서 소고기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품목이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을 받은 소비자들이 평소 자주 사먹지 못했던 한우를 찾기 시작하면서 한우 소비가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소규모 슈퍼마켓이나 정육점으로 몰렸다. 업계는 이 때문에 5월 중·하순 대형마트 한우 매출 신장률이 -20~30%를 기록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 유통사들은 “한우 매출마저 더는 뺏길 수 없다”는 절실함에 대규모 할인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우 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농가들이 등급을 높이기 위해 도축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공급이 줄었고, 재난지원금 영향까지 더해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3일 한우 1등급 등심 소비자가격은 1㎏당 10만29원을 기록했다. 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10만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5월 평균 한우 1등급 시세는 2만642원(도축 후 머리와 내장 제거한 지육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던 2013년과 비교하면 80%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소규모 육류 판매점의 값도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간격으로 물량을 조금씩 공급받는 가게들은 도매가가 오르면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충북 증평에 있는 롯데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직원들이 소고기를 손질해 포장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반면 대량 매입이 가능한 대형마트들은 가격 변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아울러 판매 마진을 최소화하고, 직매입과 협업 등 자체 역량을 활용해 할인 폭을 더 키울 수 있다. 롯데마트가 이번 행사에 내놓은 한우 1등급 등심은 100g에 5,470원으로, 소비자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롯데마트는 한우 경매장에서 직접 상품을 매입할 수 있는 매매참가인 자격을 갖고 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중간 유통 단계를 이 덕분에 확 줄일 수 있다. 경매 시장에서 낙찰 받은 한우는 자체 신선품질혁신센터로 가져와 직접 가공한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우 직경매와 직접 가공을 통한 제품 생산으로 지난해에만 10억원 이상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SSG닷컴은 협력사와 할인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방식으로 한우 가격을 끌어내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예를 들어 1만원짜리를 8,000원에 팔아 발생하는 비용 2,000원을 신용카드사와 함께 부담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육가공업체와 할인 비용을 분담하기로 했다.

SSG닷컴은 호주산 안심도 최대 40% 할인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호주의 많은 음식점이 문을 닫으면서 현지 육류 공급 물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음을 파악한 SSG닷컴은 2개월 전부터 협력업체와 함께 저렴한 가격에 물량을 확보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행사 첫 날인 4일 하루에만 1톤이 판매됐다”며 “주문이 예상보다 두 배나 많아 추가 물량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최근 10년간 5월 한우 1등급 평균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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