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우 기자

등록 : 2020.06.09 18:56

미국판 동학개미 ‘로빈후드’ 군단, 파산신청 ‘허츠’ 주가 2배로 만들어

등록 : 2020.06.09 18:56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차량 대여기업 허츠의 차량이 늘어서 있는 모습. 오타와=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미의 승리일까, 무모한 모험수일까.

최근 증시가 급등 중인 미국에서 파산 절차를 밟는 기업의 주가가 파산 선언 직후보다 2배 이상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바닥을 기던 항공사, 크루즈 여행사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한국 증시 급상승을 이끈 일명 ‘동학개미’ 군단처럼, 미국에서도 소액 투자 애플리케이션 ‘로빈후드’를 활용해 증시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주요 배경으로 거론된다.

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주가 수준은 사실상 코로나19 쇼크를 이겨낸 모습이다. 이 가운데, 특히 파산 절차를 밟는 기업의 주가 급등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22일 주당 2.84달러에서 파산 신청을 한 글로벌 렌터카기업 ‘허츠’는 8일 주가가 5.53달러까지 올랐다. 허츠는 파산 선언 직후 대주주인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주당 74센트로 주식을 손절매하면서, 한때 주가가 50센트대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파산 직전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주가가 뛰었다.

역시 최근 파산 신청을 한 백화점 체인 JC페니의 주가는 파산 직전 대비 167%, 셰일기업인 와이팅 페트롤리엄은 무려 835%나 뛰었다.

이런 배경에는 이른바 ‘로빈후드 이용자’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지목된다. 실제 로빈후드 이용자의 투자 흐름을 추적하는 사이트 ‘로빈트랙’을 보면, 허츠 주식 보유자는 파산 선언 후부터 오히려 급증해 현재는 14만명이 넘는다. 지난 3월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외국인과 기관이 투매에 나서는 와중에 대거 매수로 맞선 동학개미와 비슷한 투자 행태다.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한 항공사와 크루즈 여행사도 이들의 주요 관심사다. 로빈후드 이용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는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 크루즈 운영사인 카니발이 들어 있다. 이들 종목 주가는 모두 최근 반등 중이며, 저점에서 뛰어든 개미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미국판 동학개미 군단이 단맛만 본 건 아니다. 한국의 일부 개인투자자도 쓴맛을 본 것처럼, 이들도 원유 관련 미국석유펀드(USO)에 손을 댔다가 대거 손실을 봤다. 그래서 허츠 등 파산기업 주가가 당장 올랐다고 해서 성공으로 단언하기는 이르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기업이 회생에 실패해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주주는 가장 후순위에 보상을 받게 된다.

전직 파산권리 전문 투자자인 커크 루디는 블룸버그에 “이들의 태도는 ‘어디에 돈을 쓸지 모르겠는데 저기 있는 1달러짜리 주식을 한번 시험 삼아 구매해 보자’는 식”이라며 “개인들은 파산기업 지분을 쥔다고 해서 얻을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잘 모른 채 투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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