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기자

등록 : 2020.03.12 04:30

비건도 초밥ㆍ버거 먹는다? 코로나로 방콕하는 오늘, 색다른 집밥 어때요

등록 : 2020.03.12 04:30

이윤서 셰프가 제안하는 ‘비건 집밥’

초밥은 초밥인데 참치, 장어, 성게알 대신 낫토, 버섯, 파프리카를 올린 채소초밥(왼쪽 사진부터), 햄 대신 두부와 우엉을 넣은 김밥, 고기 패티 대신 콩을 발효한 템페 패티를 넣은 햄버거. 비건을 위한 음식이다. 테이스트북스 제공

여섯 살 때부터 자가면역 피부질환인 건선을 앓았다. 그런데 채식을 시작하자마자 단 석 달 만에 병이 나았다. 20년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해봐도 꿈쩍 않던 병이, 스르륵 물러났다. 10년 전 그렇게 ‘채식의 기적’을 맛본 뒤 요리를 시작했다. ‘매일 한끼 비건 집밥’(테이스트북스 발행)을 펴낸 이윤서(35) 셰프 얘기다.

지난 10일 서울 북촌에 자리잡은 뿌리온더플레이트에서 만난 이 셰프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외식 대신 집밥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먹거리 관심도 높아졌다”며 “이번 기회에 건강한 식습관으로 바꿔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단계인, 고기는 물론 우유나 달걀 등도 일체 입에 대지 않는 비건(vegan)이다. 책에는 10년간 요리를 하면서 터득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다양한 비건 요리들을 담았다.

이 셰프는 “비건은 풀만 먹는다는 편견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비건은 육류, 생선 및 해산물, 유제품, 계란이나 메추리알 같은 난(卵)류 등 그 어떤 동물성 식품도 섭취하지 않는다. 그러니 비건은 곧 풀만 먹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그는 “동물성 식재료를 안 쓰는 것일 뿐 초밥 버거 튀김 김밥 같은 다양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초밥에는 참치 대신 새카맣게 태우듯 구운 붉은 파프리카를 올리면 된다. 버거에는 고기 패티 대신 템페(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콩 발효식품)와 삶은 병아리콩을 으깨 만든 패티를 넣은 템페버거가 제격이다. 김밥에는 햄과 달걀 대신 두부 우엉 무장아찌 등을 넣으면 된다. 튀김이 당길 때면 오징어 대신 팽이버섯을 넣어 튀긴 팽이버섯 튀김, 돼지고기 대신 송화고버섯으로 만든 송화고버섯탕수를 만든다. 오징어와 돼지고기의 식감과 비슷하다.

송화고버섯탕수(왼쪽 사진)와 팽이버섯튀김은 각각 돼지고기와 오징어의 질감을 버섯으로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테이스트북스 제공

‘풀만 먹는다’는 편견은 사실 ‘맛이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이 셰프는 “육류와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진 탓”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기 시작하면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장, 된장은 물론 발사믹 식초, 메이플 시럽, 현미 식초, 조청, 원당, 스위트칠리 소스 같은 다양한 식물성 소스를 이용하면 화학적 조미료 못지 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유, 캐슈너트, 코코넛 오일 등으로 마요네즈 버터 치즈도 만들 수 있다. 멸치 육수 대신 양파 껍질, 파 뿌리, 무말랭이 등으로 깊고 구수한 맛의 채수(彩水)를 내면 된다. 이 셰프는 “비건이라면 그저 풀만 떠올리니 비건 요리는 맛이 없다 생각하지만, 다양한 재료를 쓰면 이런 편견을 없앨 수 있다”며 “음식에서 맛은 굉장히 중요하고 큰 기쁨인데 조미료에만 길들여져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게 더 안타까운 일”이라 말했다.

풀만, 그것도 맛없는 풀만 먹는 게 아니라 해도, 영양학적으로 불균형한 게 아닐까. 쇠고기의 철분, 생선의 오메가 등은 어떻게 섭취할 것인가. 이 셰프는 “채식 때문에 영양결핍이 생기는 건 아니다”라며 “균형 잡힌 식사에 더 신경을 써야겠지만,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보다는 훨씬 더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건이 된다는 건 굳건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먹는다는 건 외식은 물론, 장보기에서 사회생활 전반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 셰프도 고개를 끄덕인다. “채식하는 이들은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다른 이들에 비해 또렷하고 명확하죠. 우리 사회가 아직은 제 목소리 내는 사람을 유별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채식을 해야 하는 건 아니듯, 채식도 삶의 방식 중 하나로 이해해주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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