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기자

등록 : 2020.02.19 01:36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정신건강 고위험”… 특조위, 피해가정 첫 전수조사

등록 : 2020.02.19 01:36

성인 피해자 49% “극단선택 고민”… “피해 범위 늘리고 특별법 개정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전체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을 피해자 일부가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절반 가량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공론화한 이후 피해가정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조사 결과에서 피해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범위를 확대하고 보상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한국역학회에 의뢰해 실시한 전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의 49.4%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고 11.0%는 실제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청소년 피해자도 15.9%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역학회에서 연구 책임을 맡은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18일 조사결과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성인 피해자의 자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고위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피해자들이 정부가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 외에 피부ㆍ안과ㆍ심혈관 등 다양한 질환을 앓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현재 정부는 폐 질환과 천식, 태아피해, 독성간염,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 폐 질환, 비염 등 동반질환, 독성간염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56.6%는 피부질환을 앓고 있고 안과질환(47.1%), 위염·궤양(46.7%), 심혈관계 질환(42.2%)도 진단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진행한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진단 기준이 협소해 피해자들의 혼란, 분열, 울분이 확산됐다”며 “피해 인정 범위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피해가구당 평균 3억8,000만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생존한 피해자가 건강 문제를 겪지 않았을 경우 기대 수명까지 살면서 벌 수 있는 수입을 계산한 ‘이환비용’과 의료비용, 사망자의 심리적 고통비용 등을 측정한 결과다.

특조위는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피해 인정 범위의 확대와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들의 피해 입증책임을 줄이는 대신 가해 기업의 입증책임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조위는 아울러 △신체ㆍ정신 질환을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치료할 가습기살균제 피해 통합치료지원센터 설립 △자살예방서비스팀의 즉각적인 구성 등을 촉구했다.

황전원(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지원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조사는 전체 피해가정 4,593가구 중 조사에 동의한 1,152가구(피해자 863명 포함)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 13일부터 12월 20일까지 진행했다. 피해자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8년 10월부터 약 두 달간 무작위로 추출한 100가구 실태조사 때보다 조사대상이 10배 이상 확대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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