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지 기자

등록 : 2020.04.15 11:00

일본 마스크 품귀에 ‘마스크 사냥꾼’들 나타났다

등록 : 2020.04.15 11:00

일본 약국들, 물량 없고 고객 넘치자 시간 안 정하고 ‘깜짝 판매’

매장 안ㆍ주차장에서 어슬렁거려… 대기 조 만들어 교대도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이용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다. 후쿠오카 AP=연합뉴스

“매장에서의 대기를 삼가 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품귀에 일본에서 ‘마스크 사냥꾼’들이 나타나면서 약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마스크를 기다리며 계속 매장 안이나 인근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법률매체 변호사닷컴은 이달 들어서도 마스크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15일 이 같은 현상을 보도했다. 본래 일본 약국에서는 아침 개점과 함께 정해진 시간에 마스크가 입고됐으나, 이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줄을 서는 손님이 많아지자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시민들이 ‘다른 시간대에 살 기회를 마련해 달라’, ‘전매를 목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등의 민원을 넣으면서 약국 측이 마련한 방편이 바로 판매 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하는 ‘게릴라 판매’다. 이 깜짝 판매는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드럭스토어 ‘츠루하’는 전날부터 마스크 판매 시간대를 비정기적으로 변경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었지만 전국 1,200개 매장의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1,300개 매장을 운영하는 또 다른 드럭스토어 ‘스기약국’도 지난 10일부터 게릴라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가구당 천 마스크 2장씩 배포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작가가 7명의 가족과 고양이 1마리가 천 마스크 2장을 함께 쓰는 모습으로 풍자한 그림. punxjk 트위터 캡처

그 동안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었던 손님들과 길게 늘어선 줄에 불편을 겪었던 행인 및 운전자들은 이 방편에 반색을 했지만, 약국에서는 매장 마스크 선반 앞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손님이나 주차장에서 게릴라 판매를 대기하는 사람들로 인한 고민이 깊어졌다.

각종 약국에서는 “매장 내 대기를 삼가 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 같은 사람들을 봤다는 목격담이 속출하고 있다. ‘한 남성이 하루 종일 가게를 서성이며 마스크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주차장에서 일가족이 대기하고 있어 차를 세울 수가 없다’, 심지어는 ‘노인 집단이 한 명을 가게 안에 두고 다른 사람은 가까운 카페에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스기약국의 한 관계자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SNS 모니터링으로 일부 점포에서 대기하는 고객이 있는 것은 파악하고 있다”라며 “아직 시행 4일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을 보며 필요에 따라 손을 쓸 생각”이라 말하기도 했다.

일본 SNS상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보다 매장에 대기하거나 개점 전에 줄 서는 것, 약국을 오가는 것이 감염 위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fu****), “사전 추첨 예약제를 시행하면 안 되나”(yn****), “한국에서는 면허증으로 하고 있던데 의료보험 번호로 짝수, 홀수 등으로 조건을 나눠 구입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건 어떨까”(ja****) 등의 반응이 나왔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마스크 제조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4시간 생산체제로 통상 생산량 3배를 증산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수입을 포함해 지난달 전국에 마스크 6억장 이상을 공급하고 5,000가구에 가구당 2장씩 천 마스크를 배부, 지난달 15일부터는 민생안정긴급조치법에 따라 마스크 전매행위를 엄격 규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품귀현상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양상이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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