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특파원

등록 : 2019.09.28 10:00

[정치부 카톡방담] 탄핵정국 트럼프, 큰 성과 필요…북미 ‘빅딜’ 아니면 정상회담 힘들듯

등록 : 2019.09.28 10:00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26일 귀국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아홉번째이자 6월말 서울 회담 후 석달만에 열린 회담에서 두 정상은 65분여간 북한 비핵화 공조 및 한미동맹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 북미합의를 기초로 대북 무력행사를 금하며 비핵화시 북한에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국가정보원의 예측대로 2~3주 안에 시작될 북미 실무협상에서 성과가 도출되면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11월 부산 한·아세안 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시나리오가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체크하기 위해 본보 외교안보팀과 워싱턴특파원, 국회 정보위 취재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북미, 한반도 비핵화 아닌 타협 우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원래 올해는 유엔총회에 안 가려다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 조짐이 보이자 문 대통령이 뉴욕행을 결정했다는 얘기가 전해졌죠. 촉진자 역할이 가능하다고 여긴건가요.

판문점 메아리(메아리)=북미가 직거래를 튼 상황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지난해만큼 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우리를 따돌리고 북미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합의를 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예컨대 우파 진영이 걱정하는 게 핵 생산 중단, 즉 동결 상태에서 비핵화가 끝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건데요. 핵탄두가 자국 본토로만 날아오지 않으면 미국 입장에서 어쨌든 안전은 확보되는 셈이죠. 그래서 이번 북미 협상 때 영변 핵 시설 폐기에 장거리 미사일 포기 정도만 북한이 얹어주면 재선을 위해 외교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완화를 선물하려 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구요. 외교군사적 압박이 사실상 풀린 상태에서 경제적 압박까지 풀면 북한의 비핵화 동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우파의 생각입니다. 현 정부가 그런 방법론에까지 동의하진 않는 듯하지만 아무튼 핵이 한반도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면 평화 프로세스는 꽝이죠. 그걸 미국에 환기시키러 갔다고 봐야 한다는 게 여러 전문가들 얘기입니다.

가을가을해=촉진자 역할을 하면 좋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했던 지난해와는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이기도 하죠. 다만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대화 기조’만 유지했을 뿐 진척이 없었던 북미가 대화를 시작하려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니 한미 정상간 대북 전략 조율이 필수적이라고 봤던 것 같습니다.

불나방=한미 정상회담 뒤 공개된 양측 합의가 대북 인센티브가 될 수 있을까요.

포토맥 명탐정(명탐정)=북한에 내놓은 새로운 당근은 없었습니다. 무력 불사용이나 적대 종식, 체제 보장 등은 미국이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던 것이고 6•12 싱가포르 회담 선언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체제 보장의 구체적 내용이 없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제재 문제에서 유연한 메시지가 나오기는커녕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돼 북한 입장에선 당혹스럽거나 대단히 실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내심 기대했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아무런 당근도 없이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선 비핵화해야 한다”는, 북한을 더 밀어붙이는 메시지만 나왔고요.

불나방=청와대는 북미관계와 관련, 기존 ‘개선’에서 ‘전환’이란 표현을 쓰는 데 한미 정상이 공감했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과 온도차가 있는 것 같은데요.

메아리=‘transform’이란 표현을 미국이 처음 쓴 것도 아니고 설령 뭔가 태도가 전향적이 됐다 해도 대북 정책 틀이 갑자기 확 변할 수도 없는 게 미국이란 나라일 텐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급히 추진되면서 알맹이가 별로 없기도 하고, 대화 재개 분위기도 좀 만들어야 하니 과대 포장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외교가에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북미관계에 ‘개선’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도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개선이 가능하려면 약간이라도 신뢰가 있는 관계여야 하는데 지금 북미 사이가 그렇지는 않다는 거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미정상회담 주요 일지. 그래픽=강준구 기자

◇DMZ 지뢰 제거 400년 걸릴수도… 국제기구 유치는 상징적

불나방=비무장지대(DMZ)에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는 방안을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공개했죠.

정릉 막걸리=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선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국제기구를 유치한다 한들, 이 기구가 자리 잡을 공간이 DMZ 내에 마땅치 않죠.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동서길이 250km, 폭 4km인 거대 벨트(면적 886㎢) 곳곳에 매설된 지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DMZ 지뢰를 제거하는 데 한국군 단독제거 기준 15년이 걸린다고 얘기했는데, 400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민주연구원)도 있습니다. 또 지뢰 제거 과정에서 환경파괴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점도 정부가 고민하는 대목입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고 이 DMZ 구상에 대해 미국과 유엔군사령부의 적극적 협조까지 이끌어낸다 해도 현실적인 문제는 남는 셈이죠. 그래서 외교가에서도 “하노이 ‘노딜’ 이후 급격하게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상징적 카드” 정도라는 평이 많습니다.

불나방=미국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했죠. 국내 정치적 요인이 대북 정책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요.

명탐정=탄핵 절차라는 변수가 없더라도 3차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실질적 결과물이 필요했던 상황입니다. 1,2차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으로 이미 북미 대화의 상징적 그림들은 나올 만큼 나왔죠. 이벤트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싶다”고 말한 것도 3차 정상회담에선 확실한 성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 절차가 추진되면서, 이제 빅딜 아니면 정상회담을 더 추진하기 어렵게 된 셈입니다. 스몰딜 수준으로는 ‘국내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고 관심을 돌리기 위해 독재자를 인정해준다’는 비판을 덮기는 어려우니까. 지난 2월 하노이회담 때도 스몰딜 수준의 합의가 가능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코언 청문회로 정치적 공격을 받자 아예 노딜을 택했던 전례도 있고요.

불나방=올해도 김정은 방남설이 등장했죠. 11월 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게스트로 초청하겠다는 것인데 가능한 일인가요.

여의도맨=지난해부터 연말만 되면 김 위원장의 방남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서울 답방설’이었고 올해는 공교롭게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 방문으로 남하했습니다. 야당에선 ‘조국 덮기용 북풍’이란 야유가 나오고 있고요. 여당에선 “국회 정보위에서 야당 의원이 국정원에 먼저 질문하고 들은 내용을 발표한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남북 화해 분위기의 덕을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없지는 않죠. 다만 여권 내부적으로는 ‘남북미 상황에 달렸다’고 하니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는 말인 것 같고요, 섣부른 기대는 이른 것 같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열린 제14차 전국교원대회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인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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