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직 기자

등록 : 2020.05.19 04:30

“건강한 빵을 구워 꿈을 나눕니다”

등록 : 2020.05.19 04:30

꿈이 부푸는 빵집 ‘꿈베이커리’

이달 12일 오후 인천 중구 월미공원 공영주차장에서 바라 본 꿈베이커리 건물. 5층짜리 이 건물은 사단법인 지역복지센터 나눔과함께 이사장을 지낸 이창호 이&김치과 원장이 사재를 털고 빚을 내 지었다. 이환직 기자



인천 중구 반달로 14번길 14. 월미공원 서문 앞 공영주차장과 맞닿아있는 5층짜리 건물은 고소한 빵 냄새로 길 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건물 1층에 자리잡은 ‘꿈베이커리’ 제과ㆍ제빵 체험학습장에서 새나오는 향기다. 그 위로는 커피와 케이크를 팔고 콘서트까지 열리는 카페 ‘더꿈’이 자리하고 있다.

체험학습장은 서울 워커힐호텔 베이커리 출신 차영일 제과장이 제자 4명과 함께 빵을 굽는 곳. 꿈베이커리는 이 지역 치과와 약사의 힘으로 만들어진 비영리민간단체로, 차 제과장과 이창호 이&김치과 원장, 이성인 삼성약국 원장 등이 4년 전 의기투합한 결과물이다. 앞서 다른 봉사단체서 함께 활동을 하던 이들로, ‘빵’에 특화된 봉사 단체를 새로 꾸린 것이다. 지난달 창립 4주년을 맞았다.

꿈베이커리의 살림을 도맡아 보고 있는 오미숙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하던 의사 등이 예산이 없어 유통기한 임박한 간식을 먹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보고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꿈베이커리”라며 “인천지역 치과의사들이 환자가 치료 후에 두고 가는 폐금을 10년간 모아 만든 사회공헌기금 1억5,000만원 등이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꿈베이커리는 지역아동센터와 피해학대아동보호시설, 저소득층 가정 등에 ‘당일’ 만든 빵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문을 열어 그 해 6월~연말 1만8,268개를 시작으로, 2017년 4만7,929개, 2018년 6만1,226개, 지난해 10만5,718개의 빵을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오 사무국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인천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20개 단체에 빵과 과자 4,000여개를 전달했다”며 “대구ㆍ경북지역에도 빵과 과자를 보내는 등 어려운 곳에 더 많은 빵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월 21일 인천 중구 카페 더꿈에서 무관객으로 열린 제47회 꿈콘서트에서 꿈베이커리 운영진과 홍보대사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영화감독 봉만대, 김호섭 이다움치과 원장, 이창호 이&김치과 원장, 강현식 한솔치과 원장, 이성인 삼성약국 원장, 차영일 꿈베이커리 제과장, 방송인 황순유, 드러머 채제민. 안성숙 사진작가 제공



이창호 원장은 이 아이디어를 낸 ‘죄’로 사재를 털고 대출까지 받았다. “공간을 빌려 임대료를 내느니 차라리 짓자”며 시작된 일이지만, ‘기왕 짓는 것 더 여유 있게 지어 더 많은 일을 하자’는 생각도 있었다. 그 덕에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과ㆍ제빵 직업훈련교육 과정(3개월)을 위한 체험학습장이 여유 있게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40여명이 수료했고, 이 중 셋은 학습장에 채용됐다.

꿈베이커리 운영이사인 김호섭(왼쪽에서 세번째) 이다움치과 원장과 차영일(네번째) 제과장, 후원자들이 지난 3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에 빵을 보내기에 앞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꿈베이커리 제공



지역 의사들이 좋은 일 한다는 소문에 꿈베이커리 후원자도 생겼다. 작년 말 기준 629명에 이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CJ제일제당 등 20여개 기업과 단체도 후원하고 있다. 드러머 채제민, 영화감독 봉만대, 방송인 황순유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고, 윤기영 음향감독, 김현태 촬영감독, 가수 추가열, 박완규 등은 한 달에 한번 후원자들과 만나는 더꿈콘서트에서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BMW드라이빙센터 직원 등도 빵 배달을 돕고 있다.

이성인 공동대표는 “꿈베이커리의 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아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후원자의 사랑과 봉사자, 후원단체의 정성이 담긴 빵”이라며 “소외계층과 어린이들의 꿈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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