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원 기자

등록 : 2020.01.06 04:40

미쉐린 ‘깜짝 스타’ 서현민 셰프 “가성비 넘어 미식 문화 만들자”

등록 : 2020.01.06 04:40

미쉐린 ★★ ‘임프레션’ 서현민 셰프 인터뷰

[저작권 한국일보]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에서 1년도 채 안돼 별 두 개를 받은 서울 신사동 레스토랑 '임프레션'의 서현민 오너 셰프가 지난달 31일 고기 등을 숙성시키는 쌀누룩을 담은 옹기를 감싸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해 11월 세계적 미식 가이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이 발표됐을 때 사람들 시선은 일제히 서울 신사동의 레스토랑 ‘임프레션’에 꽂혔다. 문을 연 지 1년밖에 안 된 신생 레스토랑이 단숨에 별 두 개, 2스타를 얻어 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다. ‘요리가 훌륭해 멀리 찾아갈 만한 식당’을 말하는 2스타 식당은 한국에서는 7곳, 전 세계에서는 400여곳에 불과하다.

임프레션의 맛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난달 31일 만난 임프레션의 서현민(38) 오너 셰프에게 물었다.

그의 주특기는 발효와 숙성을 기반으로 한 한국 본연의 요리법을 접목한 프렌치 요리이다. 미국에서 요리를 배운 그는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듯, 외국인이 한국에 오면 한국을 느낄 만한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다”라며 “프렌치지만 한식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국 방방곳곳을 다니며 전통 한식을 접한 그가 터득한 것은 발효와 숙성 기법이었다. 그는 “한식의 기본인 간장, 된장, 고추장이 모두 발효와 숙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한국식 전통 기법을 접목해 쌀누룩에 고기를 숙성시키니 훨씬 부드럽고 감미로운 향이 나고, 김치처럼 물과 소금의 비율로 유산균을 발효시키니 독특한 신맛이 났다”고 설명했다.

임프레션은 계절마다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겨울 코스 요리로는 국내산 캐비아와 전복파이, 숙성한우 스테이크와 쌈, 유산균 발효 야채 등이 있다. 임프레션 제공

된장에 숙성한 푸아그라(거위간), 버터에 익힌 통영 굴, 국내산 캐비아 등으로 만든 아뮤즈부시(제일 처음 먹는 한 입음식)에서부터 30일간 쌀누룩에 숙성한 한우와 쌈 등의 메인 요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음식은 모두 독창적인 한식 조리법에서 탄생했다. 입맛을 돋우는 유산균 발효 야채뿐 아니라 한국의 대표 겨울 간식인 찐빵과 군고구마까지 곁들였다.

푸아그라와 트뤼프(서양 송로버섯)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썼다. 그는 “프렌치 요리를 싫어하는 한국 분들은 한국 제철 식재료를 썼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하고, 외국인들은 익숙한 음식이면서도 한국적인 특징이 있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서현민 임프레션 오너 셰프는 “음식의 맛은 물론이고, 음악이나 인테리어, 와인과의 조화, 고객 서비스, 풍경, 식기 등도 식문화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호 기자

미쉐린 덕에 미식업계의 깜짝 스타가 됐다지만, 서 셰프가 처음부터 요리를 한 건 아니었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호텔경영을 공부하러 미국 유학을 떠나 식당 일을 하다 요리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대학 졸업 후 여러 레스토랑을 돌며 일을 배웠고, 2013년부터 뉴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EMP)’에서 수셰프(부총주방장)를 맡았다. 파인다이닝(fine-diningㆍ고급 미식) 레스토랑인 EMP는 미쉐린 3스타 식당이었다.

미쉐린 깜짝 스타라지만, 서 셰프의 목표는 ‘미쉐린 넘어서기’다. 미쉐린2스타 선정 소식은 물론 고마운 일이다. 2스타 이후 식당 매출은 30%나 늘었다. 예약이 줄이어 지금도 다음 달까지 예약이 꽉 찼다. 식당 운영이 안정적이니, 요리 그 자체에 더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는 “미쉐린 별을 받았다고 하니 우르르 와서 먹어보고, 맛이 이렇고 저렇고를 따지더니, 결국 ‘이 가격에 이 음식을 먹을 만한가’라는 문제를 두고 평가가 이뤄지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모든 문제가 ‘가성비’ 하나로만 수렴되는데 대한 안타까움이다.

이에 반해 외국에서 ‘괜찮은 식당’이란 말에는 음식의 맛 못지않게 음악, 인테리어, 와인과의 조화, 고객 서비스, 심지어 사용하는 식기 등에 대한 평가가 다 포함된다. 파인다이닝의 뜻이다. 서 셰프는 “여행가서 맛있는 걸 먹었다는 말은 음식의 개별적인 맛보다 전체적 분위기를 뜻한다”며 “한국에서도 식사 한번이 그런 좋은 기억이 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인다이닝 문화를 위해 서 셰프는 임프레션에 각별한 공을 들인다. 점식, 저녁 식사 인원은 각각 최대 30명이다. 식사시간은 무려 3시간이다. 셰프 포함, 소믈리에 등 서비스 제공 직원만 18명이다. 누룩 배양을 위한 전용 기계도 따로 갖췄고, 식기도 요리에 맞춰 따로 제작했다. 식사하면서 사계절을 느끼게 하고 싶어 1년간 개업을 미루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임프레션에 들어서면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가 통창을 통해 도산공원 전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풍경은 눈으로 먹는 요리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현민 ‘임프레션’ 오너 셰프가 쌀누룩을 담은 종이봉투를 온도와 습도 조절이 가능한 배양기에 넣어 숙성시키고 있다. 이한호 기자

프렌치 레스토랑 ‘임프레션’에서는 물과 소금의 비율을 100대 4로 하고 연근, 당근, 마늘, 콩 등 다양한 식재료를 넣어 유산균 발효 야채를 만든다. 임프레션 제공

미쉐린 가이드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셰프로서는 별을 받으면 매출뿐 아니라 해외와의 협업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져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라며 “하지만 돈을 주고 별을 달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오래가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미쉐린이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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