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등록 : 2020.06.03 04:30

여성계가 잡아 끌며 30년을 달려온 ‘위안부 운동’이 어쩌다가

등록 : 2020.06.03 04:30

[위안부 운동 역사 앞에 서다] <1>할머니와 간극 못 좁힌 정대협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운동은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궈낸 세계사적 인권운동이다.”

지난달 11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적한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용감한 피해자들과 소수의 헌신적 활동가들이 이끌어왔다”는 이 이사장의 항변처럼 ‘위안부 운동’은 여성계와 종교계를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정의연이 위안부 운동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로 성장하는 데는 이들의 지난한 노력이 밑거름이 됐다.

2일 1세대 위안부 활동가들에 따르면 1990년 11월 16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출범부터 여성계와 종교계가 주도했다. 여성운동의 대모인 윤정옥(95) 이효재(96) 이화여대 명예교수, 조직적인 뒷받침을 한 박순금 한국교회여성연합회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정대협에 참여한 37개 회원단체들은 주요 여성단체들이었다.

1990년대 후반 윤 교수와 이 교수가 여성운동 일선에서 물러나며 이대 출신 제자들과 한신대 신학과 출신 운동가들이 빈 자리를 채우며 정대협은 세대 교체를 알렸다. 2세대 중에서 이대 출신은 정대협 공동대표를 지낸 지은희(73) 전 여성부 장관, 신혜수(70) 전 유엔인권정책센터 상임대표가 두드러진다. 한신대 출신으로는 김윤옥(81) 전 대표가 있었다. 이들을 이어 전면에 등장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한신대 신학과를 졸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가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맡았을 당시 제1428차 정기수요시위에 참여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윤 의원이 2006년 정대협 상임대표직을 맡으면서 위안부 운동의 방향성과 구조는 전환점을 맞았다. 2011년 12월 14일 1,000회 수요시위에서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은 학생들의 대대적인 참여와 관련 시민단체 설립의 기폭제가 됐다. 정의연도 “1,000차 수요시위 이후 위안부 운동이 대중적으로 확산됐다”고 분석한다.

대중성을 확보한 위안부 운동은 2014년 9월 20일 전국 대학생 프로젝트 동아리인 ‘평화나비 네트워크’ 발족으로 이어졌고, 전국 각 지역에서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가 속속 발족됐다. 소녀상 건립 열풍은 해외 교민사회로도 퍼져갔다.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연은 ‘김복동센터’ 건립 등 해외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후원금 모금도 빈번해졌다. 맨 앞에는 항상 윤 의원이 있었다. 2006년부터 14년간은 윤 의원의 사실상 ‘1인 체제’로 운영됐다.

2015 한일합의 무효 관련 시민운동까지 주도하며 정대협과 윤 의원은 대체 불가한 위안부 운동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30년 동안 하나의 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진 위안부 운동의 구조가 되레 현재의 정의연이 약해지거나 없어진다면 위안부 운동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위안부 운동을 연구한 한 대학교수는 “지금의 위안부 운동은 정의의 독점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면서 “모든 관심과 지원이 정의연 중심으로 이뤄진 운동 구조부터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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