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 기자

등록 : 2020.06.18 01:23

재건축 앞둔 집주인 “2년 거주해야 분양권, 재산권 침해”… 세입자는 “이러다 쫓겨날라”

등록 : 2020.06.18 01:23

6·17 부동산대책… 기간 못 채운 집주인 최악 경우엔 소송

세입자 비중 높은 대치동·목동선 전세 유지 걱정, 문의 봇물

17일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모인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아파트에 최소 2년 이상 거주한 집주인만 조합원 분양신청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당장 세입자들의 주거불안까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서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아파트에서는 조합원 분양신청 시까지 도합 2년 이상 거주한 경우에 한해 분양 신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12월 개정된 후, 최초 조합설립인가 신청 사업부터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목동신시가지와 압구정 현대ㆍ한양아파트 등 수도권 100여개 단지, 8만여 가구가 규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2년의 거주 기간을 못 채운 집주인은 당혹해 하고 있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재건축아파트를 구입한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목동신시가지6단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집주인들에게서 전화가 쏟아지고 있는데, 부동산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재산권 침해라고 분개하는 이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과 조합 간 소송으로 번질 수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년 거주기간을 채우지 못한 집주인은 관리처분계획이 고시된 이후 조합에 집을 넘겨야 한다. 이에 따른 손실보상은 고시 당시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지는데, 통상 이 금액은 시세보다 낮다. 만일 집주인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조합과 매도청구소송까지 거칠 수밖에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노후아파트 거주를 꺼리는 집주인이 많기에, 재건축아파트 투자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며 “편법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갑작스런 발표에 갑갑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조합설립인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재건축 과정에서 여러 문제로 조합 설립이 무효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해당 아파트에서 새로 세워진 조합이 ‘최초 조합’인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최초 조합이라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사업구역이나 내용이 변경되거나, 구성원이 바뀌는 등 동질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최초 조합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입자도 혼란스럽다. 집주인이 거주기간을 채우기 위해 당장 집을 비우라고 할 수도 있어서다. 특히 서울 대치동과 목동 재건축아파트는 학군이 좋은데다 전셋값도 저렴해, 다른 지역보다 세입자 비중이 높다. 목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벌써부터 몇몇 세입자들이 전세 유지 가능성을 걱정하면서 문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축아파트 가격이 치솟을 우려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신축아파트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재건축아파트 입주권까지 못 팔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가격 왜곡이나 유통량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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