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창
특파원

등록 : 2020.06.11 21:00

“집무실에 앉아서 열세 극복 못 해”… 트럼프, 유세 재개 무리수

등록 : 2020.06.11 21:00

국정 지지도 한 달 새 10%포인트 추락

지지율에서도 바이든에 크게 뒤져

‘텃밭’ 유세로 분위기 반전 노려

코로나 재확산 부채질 비난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흑인 지지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했던 대선 유세를 재개한다. 대선 맞상대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지지율이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4년 전 유세 열기의 좋은 기억을 되살려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이지만 미국 내 코로나19재확산 조짐이 완연해 대형 군중집회를 강행하는 데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19일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유세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클라호마를 시작으로 플로리다ㆍ애리조나ㆍ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차례로 찾을 계획이다.

트럼프가 오클라호마를 첫 유세지로 점 찍은 이유는 분명하다. 이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무려 36%포인트차로 크게 제쳤던 공화당의 확실한 텃밭. 바이든과의 맞대결이 확정된 후 갖는 첫 군중 행사인만큼 안방 세몰이로 지지율 회복을 꾀하겠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도 트럼프가 계속 백악관 집무실에만 머물러서는 현재의 열세 국면을 바꿀 수 없다고 보고 유세 재개를 기대해왔다”고 전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와 인종차별 시위 국면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국정 지지도는 39%까지 떨어졌다. 지난달(49%)과 비교해 한 달 만에 10%포인트 폭락한 것이다. 2주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선호도는 41.7%로 바이든 전 부통령(49.8%)에 평균 8.1%포인트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율 열세에 대한 초조감을 반영하듯 트럼프 캠프는 최근 바이든과 14%포인트까지 벌어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CNN방송에 경고 서한을 발송해 결과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엄포를 놨다.

그러나 유세 강행을 둘러싼 뒷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유세를 재개하는 19일이 하필 ‘노예해방 기념일’인 탓이다. 미국사회는 매년 이날 1865년 남북전쟁 종전 후 텍사스에서 마지막 흑인 노예가 해방된 것을 기념하고 있다. 게다가 유세 장소인 털사는 1921년 백인 폭도들이 수십명의 흑인을 살해하고 수백명을 다치게 한 최악의 인종 폭력 사태가 발생한 곳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털사를 택한 이유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며 “역사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의아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노예제를 옹호한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육군 기지 명칭 변경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날 국방부 입장에도 제동을 걸었다. 그는 이날 트윗에 “행정부는 이 웅장하고 전설적인 군사시설의 이름 변경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연일 인종차별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하는 여론에 아랑곳없이 ‘마이웨이’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유세 특성상 대통령이 직접 코로나19 재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난 목소리도 적지 않다. NYT에 따르면 이날 현재 미국 21개 주에서 신규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제 재개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보여온 트럼프 지지층을 고려하면 유세의 위험 요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민주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한 만큼, 코로나19를 이유로 유세 재개를 비판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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