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기자

윤한슬
기자

등록 : 2020.06.14 21:06

18년 전 효순ㆍ미선양 죽음 사과한 美 퇴역군인 “고통ㆍ슬픔 느껴”

등록 : 2020.06.14 21:06

효순ㆍ미선 평화공원 가보니…시민 성금운동 3년만에 완공

[저작권 한국일보]14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효순·미선 평화공원 벽면에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망 사건’으로 국내에서 벌어졌던 촛불시위 모습이 그려져 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신효순ㆍ심미선양의 18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미국의 한 퇴역 군인이 유가족과 한국인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2012년 시민 모금으로 제작된 뒤 설치 장소가 마땅치 않아 이곳 저곳을 떠돌던 효순·미선 추모비와 평화공원은 13일 경기 양주에 자리를 잡았다.

미 육군 대령 출신의 평화운동가 앤 라이트(Ann Wright)씨는 10일 ‘평화재향군인회’(Veterans For Peace)를 통해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은 효순ㆍ미선 평화공원 조성위원회(조성위원회)에 전달돼 12일 공개됐다.

그는 서한에서 “고대하던 한국 (경기) 양주에서 효순ㆍ미선 평화공원이 역사적 개장을 앞두고 이 특별한 기념식을 위해 모인 한국인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며 “평화공원 건설의 작은 공헌자로서 우리는 이 기념식을 듣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평화재향군인회 측은 올해 초 십시일반 모은 성금을 조성위원회에 보냈다고 한다.

라이트씨는 “한국의 두 10대 여학생이 때 아닌 죽음을 당한 것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큰 비극에 대한 여러분의 깊은 고통과 슬픔을 느낀다”며 “미군 출신으로서 75년간 미군이 한국에서 저지른 많은 범죄로 고통을 받아 온 효순, 미선양의 가족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톤짜리 장갑차가 도로를 달리면서 발생한 효순, 미선이의 잔인한 죽음과 이후 미군재판소에서 3명의 대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은 많은 한국인 사이에서 정당한 분노를 불러 일으키며 촛불시위를 촉발시켰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10개월 동안 촛불시위가 계속했다”며 “이런 민중 운동은 한국에서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시위 문화가 탄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또 라이트씨는 “모든 미군들이 한국을 떠나야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완전한 정의가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또 “지금 당장 한국 전쟁을 끝내라”고도 말했다.

이날 양주시 ‘효순ㆍ미선 평화공원’에 자리잡은 시민추모비 ‘소녀의 꿈’에는 “유월의 언덕, 애처로이 스러진 미선아, 효순아. 너희 꿈 바람 실려 피어나리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공원에는 못다 핀 꿈을 간직하고 떠난 두 여중생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공원은 사고가 일어난 양주 광적면 효촌리 56번 국도변에 조성됐다. 추모비는 2012년 10주기를 맞아 시민 600여명의 성금으로 제작됐다. 높이 2.4m, 가로 1.8m 크기의 철제 조형물이다.

공원 벽면엔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서울광장으로 뛰쳐나갔던 시민들의 촛불집회 모습이 대형 백화로 그려져 있다. 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씨가 군중 속에서 미군을 향해 항의서한을 든 장면도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벽면엔 사건의 경과, 의의, 과제 등이 새겨진 안내판이 줄지어 설치됐다. 디자이너(미선)와 화가(효순)가 되길 원했던 두 소녀의 못다 핀 꿈 이야기는 안타까움이 더해져 발길을 멈추게 했다. 두 여중생의 실루엣 조형물도 보였다. 공원 아래 계단을 지나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자 작은 안내판이 18년 전 그날의 참상을 알리고 있었다.

신현수씨는 전날 추모식에 참석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평화공원이 통일의 꿈을 키우는 청소년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눈물을 흘렸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양주=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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