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
특파원

등록 : 2019.02.23 10:00

[정치부 카톡방담] “골치 아프지만 로열 당원” 태극기부대 눈치 보는 한국당

등록 : 2019.02.23 10:00

한국당 아무리 악수 둬도 아스팔트 지지율… 당권주자ㆍ지도부 불편한 말 안 해

‘탄핵 인정’ 오세훈의 구호 당원은 외면… 박근혜의 옥중 메시지는 타이밍 늦어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오세훈-황교안 당 대표 후보자가 손을 들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전=뉴시스

자유한국당의 차기 리더십을 선택하는 2·27전당대회가 태극기부대의 앞마당이 돼 난동과 훼방이 난무했다. 초반 합동연설회장에선 보수정당의 전당대회 풍경치곤 유례없는 작태가 연일 벌어졌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총선을 이끌 제1야당 간판을 뽑는 막중한 정치이벤트다. 과거로 회귀하는 볼썽사나운 제1야당이 현실일 경우 우리 정치권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듯 경각심마저 불러온다. 의원 100명이 넘게 소속된 거대야당이 이런 수준이라면 정권의 오만에 제동을 걸 건강한 견제기능도 사라지게 된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당 전당대회를 놓고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한국당 내부적으론 태극기부대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김진태 후보는 실제 한국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나요.

꺼진불도 다시보자(꺼진불도)=태극기부대는 한국당에 계륵과 같은 존재예요. 온전히 품을 수도,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는. 그런데 이번 전대를 앞두고 태극기 부대가 보인 독보적 존재감(?)에 당 내부에서도 적잖이 당황하긴 했어요. 혁신, 보수통합 같은 화두는 온데간데 없고 온통 ‘태극기 부대’만 보이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김진태 후보가 한국당의 정체성을 대표했다면, 당에서 나서서 태극기 부대의 활약을 막진 않았겠죠.

국회 둔치주차장 E구역(둔치)=태극기 부대는 한국당에 골치 아픈, 그러나 소중한 자산입니다. 태극기 부대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처럼 전면에 나서면 한국당에 극우의 굴레를 씌우는 골치 아픈 존재인 동시에 한국당이 아무리 악수를 둬도 아스팔트 지지율을 챙겨주는 로열 당원이니까요. 표를 의식하는 당권주자나 지도부 등 아무도 대놓고 태극기 부대에 불편한 말을 못합니다. 당내에선 주로 “태극기 세력이 모두 강성 내지 극우는 아니다. 현 정부에 실망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분들이 상당수”라는 식으로 두둔해주죠.

불나방=한국당에겐 우파 지지층을 최후에서 지키는 ‘집토끼’같은 존재군요.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당권주자_신동준 기자/2019-02-22(한국일보)

둔치=어쨌든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맹신ㆍ맹목ㆍ극단적 우파 이미지로 국민들 머리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크죠. 김진태 후보도 최근 ‘다양성’ ‘스펙트럼’이 강조되는 한국당에서 소중한 자산이죠. 소신이 매우 강하고 주장이 일관되니 시원시원한 맛에 막강한 팬들을 거느리고 다니죠. 한국당 정체성을 대표하진 않고요. 본인도 “저 같은 사람도 당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잖아요. 시위를 귀찮아하는 한국당에서 보배 같은 존재입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도 그는 소화하니까요.

불나방=김진태 후보가 의미있는 득표를 증명할 경우 5·18망언 관련 징계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꺼진불도=득표율과 상관없이 징계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 윤리위 회부 방침을 밝혔던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물러나는데다 새 당대표가 징계 이야기를 다시 꺼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당내에선 사그라지는 5ㆍ18 망언 이슈를 다시 불러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고요.

둔치=2등을 하든, 3등을 하든 징계하려고 들까요. 황교안 후보를 미는 의원들도 “행사 주최한 정도로 제명까지는 과하지 않냐”고 주저 없이 말하는 판인데요. 한국당은 드루킹 사건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등 집권세력의 갖가지 의혹 공세에 집중할 거에요.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온 새 지도부가 ‘통합’을 연신 외치고 당을 추스르려는 국면에서 당에 기스를 낸 이슈에 신경이나 쓸까요. 뒤에 태극기 부대도 있고요. 한국당은 절대로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고요.

불나방=현재 판세를 1강2중으로 보나요. 오세훈 후보는 기대보다 지지세가 약한건가요.

광화문 찍고 여의도=황 후보가 전대에 뛰어들었을 때부터 오 후보가 1위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전대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접는 등 스스로 지지세를 깎아 먹은 면도 있죠. 전략을 잘못 세운 것 같다는 얘기도 들려요. 좋든 싫든 한국당 지지자의 다수는 영남이고, 투표권을 가진 책임당원 중 상당수는 박근혜 탄핵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텐데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해야 한다는 민감한 구호를 내건 것은 표에는 도움이 안 될 거란 분석이죠. 당대표는 한국당원들이 뽑는 거지 국민들이 뽑는 게 아니니까요.

둔치=결국 ‘지지율이 깡패’라고, 보수진영 대권주자 1위인 황교안 후보를 향해 현역 의원들이 다수 줄을 선 걸 보면 ‘1강’ 기류가 있는 듯해요. 이번 당대표가 공천권을 휘두르니 총선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 황교안 대세론을 강화해 가는 거랄까요. 오세훈 후보와 김진태 후보간 2, 3위 싸움이 관건일 지경이죠. 오 후보는 너무 맞는 말을 많이 해서 불리하죠. ‘박근혜를 벗어나자’ ‘탄핵은 인정하자’ 같은 주장이 일반 국민에겐 상식으로 먹히지만, 전당대회는 한국당 당원이 뽑는 선거죠. 몇몇 현역 의원들은 “오 후보가 누가 뽑는 선거인지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저작권 한국일보]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주요 일지_신동준 기자/2019-02-22(한국일보)

불나방=’박근혜 옥중메시지’ 논란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내고 있나요.

찍고=오히려 옥중메시지가 황 후보에게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많아요. 황 후보로선 당대표로서 총선을 이끌고, 또 대권까지 바라보려면 친박 꼬리표를 떼야 한다는 숙제가 있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나서서 "친박이 아니다"라고 인증해 줬으니 내심 좋아할 상황이라는 거죠.

꺼진불도=박 전 대통령이 전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면 그 메시지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평가가 있어요. 적어도 황 후보가 ‘차기 대선주자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기 전에 했었어야 한다는 거죠. 황 후보가 차기 주자 1위로 ‘미래권력’으로 부상한 마당에 ‘과거권력’인 박 전 대통령 말에 귀 기울일 인사가 얼마나 될까요. 운동권 출신이 대다수로 신념과 이념을 공유하는 민주당과 달리 한국당은 철저히 이익으로 움직이는 집단에 가까워요. 자신들의 정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외면할 수 있는 거지요. 친노와 친박의 결정적 차이가 거기에 있어요.

불나방=황교안 후보는 합법적으로 이뤄진 탄핵을 인정하나요, 안하나요. 또 오락가락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나 다른 당 반응은 어떤가요.

핫초코=5.18 망언에 이은 탄핵 부정 발언은 한국당을 극우 프레임에 가둬버릴 좋은 명분이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 하락으로 총선전략을 고심하던 여당 지도부는 연일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모처럼 손에 쥔 반전카드를 신나게 휘두르는 모습입니다.

불나방=’문재인 탄핵’을 주장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등장했는데 여당이나 청와대쪽에선 어떤 반응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여권에선 문재인 정부가 ‘야당 복(福)’이 있다는 지적을 굳이 부인하지 않습니다. 탄핵 주장도 결국 부메랑이 돼 한국당에 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죠. 대선불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죠. 보수 야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참패한 경험도 있죠.

올해는 뚜벅이=여당은 바로 반박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는 “저 웃지요”라는 반응입니다. 제 살을 깎아 먹는 발언이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나오니 그저 실소 정도 나온다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전당대회보다 더 중요한 이슈들이 많기도 하니까요. 혹시모를 북미정상회담과 검찰발 악재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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