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부장

등록 : 2020.02.21 17:47

[논담]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 “남의 권리 빼앗아 내 권리 만들 수 없다”

등록 : 2020.02.21 17:47

박한희 변호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최근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인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최근 한국 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 배제와 차별을 목격했다. 성전환수술을 받고 여성이 된 변희수 하사는 1월 22일 군에 의해 강제 전역됐다. 법원이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한 A씨는 숙명여대에 합격했으나 일부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지난 7일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 트랜스젠더를 사회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고한 의지는 어떤 논리에서 자라나 누구를 우군으로 삼는 것일까. 17일 트랜스젠더 박한희(32ㆍ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를 만나 트랜스젠더 배제의 주장과 소수자 인권운동의 현실을 살펴보았다.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과 A씨의 숙대 입학 포기, 두 사건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변 하사 사건의 핵심은 성소수자 고용차별이다. 심신장애라는 규정상 결격사유를 근거로 군이 조직적인 차별을 한 것인데,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군이 어떻게 성소수자를 받아들일 것인지 조직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반면 숙대 사건은 A씨의 입학을 막을 아무런 제도적 제약이 없음에도 순전히 구성원의 반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현재 우리 사회의 인식을 드러내면서, 인권운동이 소수자 간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과제를 남긴다.”

-2006년 피우진 전 보훈처장이 암으로 유방 절제 후 강제 전역됐을 때 행정소송을 제기해 군으로 돌아갔다. 성기 상실을 심신장애로 판정해 강제 전역되는 일이 왜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나.

“피우진 사건 후 군은 규정을 바꿔 심신장애가 있어도 본인이 복무를 희망하는 경우 전역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두었다. 그러나 고의로 심신장애를 유발한 경우에는 이 예외조항을 적용할 수 없도록 단서를 달았다. 성전환수술은 고의적 신체 손상으로 간주됐을 것이다.”

-전역 결정 후 변 하사가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는데, 그러면 여군으로 복무하면 되지 않나?

“여군은 자궁 난소가 없으면 결격사유다. 어떤 식으로든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막을 수 있다. 군 당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는 어렵다. 변 하사가 복귀하려면 행정소송을 통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본다.”

-결국 군이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성소수자 군인이 존재하지 않나?

“그렇다. 군이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고, 그 존재조차 인식 못한 셈이다. 지금까지 문제는 징병 단계였다. 병무청은 법적 남자인 트랜스젠더 여성을 징병하고, 군은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을 되돌려 보내는 식의 핑퐁하는 일이 오랫동안 반복됐다. 병무청은 군 면제를 받으려면 무조건 고환적출 수술을 하도록 요구했다. 호르몬요법만으로는 현역, 보충역 판정이 나왔다. 심사 군의관이 겉모습을 보고 여자같이 생겨서 힘들겠다 싶으면 면제, 그렇지 않으면 현역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 동안 군에서 참고 견딘 사람, 계속 재검을 신청하거나 수술을 받아 면제된 사람, 군에 들어가 괴롭힘 당하는 사람, 주변에 털어놓고 잘 지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다. 2017년 병무청이 규정을 바꿔 정신과 진단과 6개월 이상 호르몬요법을 받으면 더 이상 현역으로는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소송을 거쳤다.”

-군복무 기피로 악용될 우려는 없나?

“2010년대에 군이 트랜스젠더 여성을 병역기피자로 줄줄이 고발했다. 군이 고환적출 수술을 면제 사유로 요구했던 것도 이를 걸러 내려는 것이었다. 수술 없이 호르몬요법만 받은 트랜스젠더를 고발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병역기피로 인정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군대 가기 싫어서 트랜스젠더 행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병역 기피할 여러 방법이 있는데 굳이 호르몬요법을 택할 사람이 있을까?”

-그러면 추가로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가?

“군은 트랜스젠더가 입대하지 않도록 한다는 지점에 서 있다. 트랜스젠더와 함께 군 생활을 할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다. 동성애자는 부대관리 훈령에 규정이 있는데, 관심병사로 지정해 분리 관리한다. 어쨌거나 성소수자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규정이 아예 없다. 변 하사는 부대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높았다. 부대원들이 함께 복무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군단장 여단장까지 지지했다. 주임원사는 전역 당일까지 계속 어떻게 됐냐고 물으며 신경을 썼다. 오직 국방부 상층부만 편견 때문에 또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이유로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트랜스젠더 군복무를 허용하는 나라는 20개국에 달한다. 본인이 주장하는 성별 정체성에 따라 여군 또는 남군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영국의 경우 의료기준, 신체검사, 부대배치, 의복, 차별금지 등에 대해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준비되지 않으면 변 하사가 승소해도 복무하기가 어렵다. 군 내 트랜스젠더는 변 하사가 유일한 게 아니다. 커밍아웃하지 않았을 뿐, 다른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 군이 이들의 군생활에 대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성전환한 변희수 하사가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변 하사처럼 절실히 희망한다면 성별 정체성과 상관 없이 국가에 충성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변 하사는 독도 관련 웅변을 한 적도 있고, 군복무를 절실히 원하는, 군 입장에서는 꼭 잡아야 하는 인재다. 인구가 감소해 병력도 줄고 정예병이 필요하다면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인재를 놓치는 건 군의 손실이다. 다양성이 군 사기를 높인다는 보고도 있다. 이주민 성소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울려야 전투력이 올라간다는 해외 연구가 많다.”

-숙대 사건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반대하고 공격한 점에서 당혹스럽다. A씨 입학 반대 서명을 주도한 것은 래디컬 페미니즘, 정확히 말하면 트랜스젠더 배제 래디컬 페미니스트(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 즉 터프(TERF)라는 세력이다. 페미니즘을 내세우면서 트랜스젠더, 남자 동성애자를 모두 배격하는 이유가 뭔가.

“터프는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모두 포함하나 생물학적 여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차별받는다는, 여성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주장을 한다. 노동운동 내에도 성차별이 있듯, 게이도 남성으로 살아온 역사가 있으니 퀴어집단 내 성차별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생물학적 여성이 더 차별받는다는 것이다. 결혼했거나 남자친구가 있는 여성도 가부장제에 부역하는 사람으로 본다. 화장을 하고 다녀도 부역자로 본다. 이런 식이면 뭐가 남나. 결국 자기들끼리 검열하고 이탈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밖에 없다. 슬픈 일이다.

공허한 것은, 오직 피해자로서의 발언만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없다. 운동이란 피해를 발언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권리를 찾고 사회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또 터프는 인권운동을 파이 싸움으로 보고, 여성이 권리를 가지려면 남성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고 본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과의 파이 싸움에서 생물학적 여성이 먹어야 한다는 식이다. 인권은 확장되어야 하는 것이지 남의 권리를 빼앗아 올 수는 없다.”

-페미니즘 운동의 주류는 아닌 걸로 보인다.

“숫자가 많지는 않으나 온라인 영향력이 크다. 오프라인 실체는 특정되지 않는다. 숙대에서 실명을 밝히고 활동하는 인물은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익명이라 파악이 잘 안 된다. 학교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숙대생 1만2,000명 중 300~400명 정도라고 한다. 적잖은 수지만 다수는 아니다.

터프는 영국에서 가장 논쟁적이다. 미국에서는 페미니즘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 이런 주장은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로 통할 뿐, 더 이상 주장하는 이들이 없다. 영국에는 터프에 동조하는 교수, 연구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논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페미니즘 안에서는 터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나.

“지금까지 페미니즘 단체들이 터프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이유가, 페미니스트끼리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이래서 여대-페미니즘이 문제’라는 말이 나올 게 너무 뻔해서였다. 하지만 숙대 사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단체연합 등 수많은 여성단체들이 A씨를 지지하고 터프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제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라는 인식이다.

A씨 한 사람을 집단적으로 혐오한 것은, 어떤 운동의 이름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A씨가 끝내 입학을 포기하며 심경을 밝힌 글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래 너는 여성으로 살아라. 그러나 네가 죽어 뼈만 남고 그 유전자 분석을 했을 때 염색체는 XY라는 것만 명심해라.’ 이건 페미니즘 운동을 떠나 사람을 대하는 기본 예의의 문제다. 싫어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가지는 못해도 인권운동은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거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공통된 인식을 갖고 같이 나아가길 바란다. 서로 손을 내밀지 않는 운동은 옳지 않고 성공할 리도 없다.”

-터프가 내용적으로 보수 기독교 세력과 결탁한 모습이 보인다.

“주장이 똑같다. 생물학적 성별을 우선시하고 성별 구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내용상 구분이 없다. 외국에선 실제로 두 세력이 결탁돼 있고, 구분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2월 초 서울 숙명여대 게시판에 트렌스젠더 입학을 환영하는 대자보와 반대하는 대자보가 나란히 붙어 있다. 연합뉴스

-터프 단체들이 A씨 입학을 반대하며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트랜스젠더를 여자인 척 하는, 여자이고 싶어하는 ‘남자’로 규정하는 것에서 A씨에 대한 거부감과 배제가 시작된다.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그들의 주장은 결국 생물학적 성은 변하지 않는다, 염색체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물학적 본질주의다.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약하고, 수학 못하고, 감성적이고, 히스테릭하고, 공적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 남자는 생물학적으로 덩치 크고, 이지적이고, 공적 활동에 적합하다는 게 전근대적 성차별의 논리다. 성 역할은 사회적 편견과 학습의 결과물이라고 역설하며 이를 극복하려 한 것이 페미니즘의 출발이었다. 다시 성별 차이를 넘을 수 없다는 주장으로 회귀하는 것을 페미니즘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인류학적 연구를 보면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고대로부터 있었다. 아메리칸 인디언 문화에선 ‘투 스피릿’, 즉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영혼을 가진 사람을 인정하는 오랜 전통이 있다. 폴리네시아 부족 중에는 인간의 성별을 남성적 남성, 여성적 남성, 남성적 여성, 여성적 여성, 중성의 5개로 구분하는 부족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치마를 입고 다니는 남성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현대 의학과 과학은 20세기 초부터 트랜스젠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랜 연구결과 성별 정체성이 선천적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지, 후천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지는 불분명하고, 두 가지가 결합된 것으로 본다. 분명한 것은 염색체와는 별개의 성별 정체성이 있고 이것을 치료 같은 외부적 수단으로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의학이 규정하는 트랜스젠더는 ‘성별불일치라는 상태’(세계보건기구 국제질병분류 11판)이며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적 조치로 인정되는 것은 성전환수술과 호르몬요법이다. 트렌스젠더나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거나 전환치료를 통해 고칠 수 있다는 주장은 세계 어떤 학회도 인정하지 않는다.”

-여성-남성-양성 등으로 성 정체성을 바꾸는 사람이 있고, 느낌으로 생물학적 성별과 다른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을 믿기 어렵다는 말도 한다.

“염색체가 XX여도 남성의 신체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듯이 염색체와 다른 성별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트랜스젠더는 그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을 거친다. 생물학적 성별과 자신이 생각하는 정체성이 일치하는 게 인간의 디폴트라면 디폴트에서 벗어나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탐색 과정에서 오락가락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성애자도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다가 이성애자, 양성애자라고 결론 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서 착각이라고 세뇌하거나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식으로 성별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

주변 사람들은 트랜스젠더가 ‘나는 여자야’ ‘나는 남자야’라고 말한 순간만 보지만 사실 그 전에 자신을 설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 경우 사춘기 때부터 고민을 했다. 완전히 받아들인 건 20대 후반이다. 10년이 걸렸다. 나부터 받아들이기 어렵다. 착각이 아닐까? 혼자 괜히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아닐까? 이런 질문을 남이 던지기 앞서 스스로 던진다. 시간이 걸려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남에게 밝힐 수 있다. 그 고민의 과정을 밖에선 보지 못한다. 내면에 자기 불신과 성찰,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남자에게 요구되는 성 역할과 특성을 받아들이고 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서 남자 사원으로 다녔다. 의심스러운 생각을 억누르고 살 수 있지 않을까 노력했다. 그런데 안 되더라. 회사를 그만두고 2013년 로스쿨에 들어가 1학년을 남자로 다닌 뒤 한 학기 휴학을 하고 호르몬요법을 시작했다. 2014년 커밍아웃을 하고 트랜스젠더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왜 여성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남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확고했다. 성별 정체성을 밝히는 게 단순한 기분,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개인의 정체성은 설명하기 어렵다. 네가 왜 너냐고 물으면 누구나 답하기 어렵다. 한걸음 나아가 왜 트랜스젠더에게만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지 묻고 싶다. 비트랜스젠더는 그냥 여성-남성으로 태어났으니까 그렇다는 말로 넘어간다. 왜 트랜스젠더만 존재를 입증해야 하나.”

-커밍아웃을 하면 주변 사람도 대처가 어려운데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지금 대학 친구들을 만나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술 먹고 놀던 것과 똑같이 논다. 커밍아웃을 했다고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전과 다르지 않게 대해주면 된다. 물론 성별에 따라 호칭 등 달라지는 게 있다. 본인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묻는 게 좋다. 가족들은 힘들어 했다. 부모님의 충격이 컸다. 나를 인정해 주기까지 2, 3년이 걸렸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TV에서 하리수씨 아버지가 아직도 아들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을 봤는데, 내 부모님도 그럴지 모른다. 다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해 주신다.”

-법적 성별 정정은 왜 필요한가.

“살면서 주민번호를 확인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법적 성별과 다르면 신분 확인이 안 돼 못하는 일이 많다. 취업부터 안 된다. 요즘은 이해하는 회사가 늘었지만 채용 자체를 안 하거나 사내 괴롭힘으로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안 되니 돈을 못 벌고 돈이 없으니 수천만원이 드는 성전환수술을 못한다. 그러니까 성별 정정을 못하고 그래서 또 취업을 못한다. 악순환이다. 휴대폰 가입, 해외여행 등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모든 일이 부담스럽다.

나도 성별 정정을 하지 않았는데, 신용카드 발급을 위해 전화로 본인 확인을 하는데 목소리가 남자같지 않으니까 신원확인을 계속했다. 주민번호 발급일자와 발급처를 불러주고 겨우 받았다. 어떤 사람은 카드사 본사를 방문해 직접 설명했다. 이게 번거롭거나 밝히기 싫은 사람은 카드를 안 만든다. 계약도 형제나 파트너 명의로만 한다. 자기 명의로는 집도 못 사고 사업도 못 한다. 선거도 포기한다. 사실상 참정권이 박탈된다. 참정권 행사를 못하니 정치세력이 안 된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허용할 경우 여자를 가장한 남성이 침투해 여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성의 안전에 대한 위험은 실존한다. 여대 화장실에 여장 남자가 숨어들어 오거나 성범죄자가 기숙사에 침입한 일들이 실제 있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를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트랜스젠더는 전부 가짜이고, 성폭행을 하려고 여성인 척하는 남자라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A씨가 공부하려고 숙대에 들어간 게 아니라 여자에게 안 좋은 일을 하려고 수술까지 하고 성별 정정을 했다는 주장은 얼마나 비상식적인가. 한 인간에 대한 모욕이다.

트랜스젠더를 분리시켜 여성의 안전을 지키려 한다면 트랜스젠더처럼 보이는 사람을 분리해야 하고, 여자처럼 보이지 않는 여자도 분리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된 후 트랜스젠더의 화장실 출입을 막아야 한다는 논쟁이 있었는데 막상 화장실에서 쫓겨난 것은 여자로 안 보이는 여자, 머리가 짧고 헐렁한 바지를 입은 사람들이었다. 분리하고 배제하는 운동은 가장 여성적인 모습의 사람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쫓아낸다. 원래 의도와는 정반대로 사회적 여성상을 강화하는 결과를 빚는다.

여성들의 불안이 커진 것은 강남살인사건 불법촬영 등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법원 등 국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 국가에 요구할 일이다. 트랜스젠더 여성도 성범죄 위험에 노출된다. 신고 못 할 것이란 생각에 트랜스젠더 성매매 여성을 노려 성폭행하고 절도를 저지른 사건이 있었다. 트랜스젠더가 더 무력하게 당하는 면이 있다. 성범죄는 가부장적 권력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트랜스젠더와 연대할 수 있는 문제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17일 박한희 변호사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터프 단체들의 성명서는 강간죄로 복역 중인 한 수감자가 트랜스젠더 여성이라고 주장해 여자교도소로 이감된 것을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로 꼽는다. 진실이 궁금하다.

“해외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을 강간한 사례가 소수 있다. 2건의 보도를 봤다. 영국에서 여자교도소로 이감된 트랜스젠더 여성이 강간을 저지른 사례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호르몬요법을 받으면 여성을 강간하기는 어렵지만, 이 경우는 호르몬요법을 적극적으로 받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어쨌거나 애초에 성폭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관리감독에 더 주의해야 했다. 비트랜스젠더 범죄자와 마찬가지다. 동성간 강간이 존재하지 않나.

소수 범죄자는 어느 집단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도 범죄자가 있지만 비트랜스젠더와 비슷한 비율이다. 더 높다고 확인된 바가 없다.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산하 윌리엄스연구소가 2018년 매사추세츠주 차별금지법 시행 전후를 비교했는데 성범죄 발생에서 아무 변화가 없는 걸로 나타났다. 트랜스젠더가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없었다. 집단 전체를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것은 혐오의 논리다. 조선족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여성 스포츠경기 등에서 트랜스젠더가 여자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언급도 있다.

“해외에서 불공정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트랜스젠더 여성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호르몬 농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경우 호르몬요법을 받아서 남성호르몬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여자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 남성호르몬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이것이 제한되면 여성과 큰 차이가 없다. 키나 체격이 커서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은 종목마다 제각각이라 일반화가 어려울 것이다. 다시 말해 트랜스젠더 여성도 여성과 경쟁해서 성과를 낸다. 트랜스젠더라서 성적이 좋다는 주장은 트랜스젠더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여자는 절대 남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로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는 절대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는데 다시 남자가 세고 크고 여자는 약하고 느리고 지켜줄 대상이라는 주장으로 간다. 페미니즘을 내걸고 남녀간 벽을 주장하는 건 모순이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우리는 탈코르셋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트랜스젠더가 여성성을 강조하면서 가부장적 성 역할을 공고히 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악 영향을 미친다는 시선이 없지 않다.

“트랜스젠더 혐오 논리 중 하나다. 트랜스젠더에도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봐달라. 모든 트랜스젠더가 꾸미는 걸로만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다. 트랜스젠더에겐 또 다른 압박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성-남성성을 수행하지 않을 때 트랜스젠더가 아니다, 군대 가라, 성별 정정 해줄 수 없다는 식이다. 여성성-남성성을 수행해야만 트랜스젠더의 성별 정체성을 인정받는다. ‘탈코’는 좋은 운동이다. 우리 사회에 여성성에 대한 강요가 크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를 벗고자 하는 저항이다. 트랜스젠더에게 이런 압박을 함께 벗어나자고 손을 내밀어 주면 더 좋겠다.”

-A씨 입학을 놓고 학생들 사이에 논쟁이 격렬했지만 학교나 학생회 차원에서 A씨를 보호하는 노력이 없었다. 학교 당국이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았을까?

“숙대 내에선 학생 간 갈등에 끼어들기 조심스럽고, 등록도 하기 전에 오히려 일을 키우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해되는 면은 있지만 학교에서 좀 더 일찍 나섰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학생커뮤니티의 자율성을 존중한다 해도 커뮤니티가 한 개인을 린치하는 것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줘야 했다. 학교가 안일하고 느렸다. 학생회도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학생회 임원들에 대한 공격이 심해 논의 자체를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학교 당국의 대처가 아쉽다. 입학 사실이 알려졌을 때 선제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히고, A씨 입학 후 차별이나 괴롭힘이 없도록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낼 필요가 있었다. 다들 당황해서 미처 생각 못한 듯하다.”

-대학 차원에서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같다.

“미국 일본의 여대들은 법적 성별이 남성인 트랜스젠더 여성도 입학을 허용한다. 일본 오차노미즈대(옛 도쿄여대)가 올해부터 이 규정을 적용한다. 이 변화는 2017년 일본에서 한 학부모가 ‘트랜스젠더 딸이 이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데 성별 정정을 못한 상태에서 입학이 가능하냐’고 문의한 것에서 시작했다. 이후 3년간 대학이 몇몇 여대의 학장들을 모아 심포지엄을 열고 해외사례 참고해서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시설, 교수-학생 관계, 차별 방지 등을 담았다. 우리나라도 이대로 끝낼 일이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학들이 고민해야 한다. 트랜스젠더 대학생은 어디든 있을 수 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들이 있다. 그들이 불안해 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군과 대학의 제도적 변화를 이끌고, 시민 인식을 바꾸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

“차별금지법은 차별에 대한 구제뿐만 아니라 무엇이 차별이고 혐오인지 대화할 장을 만들고, 국가와 지자체가 차별금지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교재 캠페인 교육의 의무를 지우고, 초중고 교육에서 반차별 다양성 교육을 하도록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교육의 몫이 크다. 청소년은 학습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현재 학교는 성소수자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교육부가 만든 성교육 표준안에 관련 내용이 없다. 성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생각해 볼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인터넷 등에서 자극적 사례에 노출돼 편견이 자란다. 무엇이 차별이고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가에 대한 교육이 좀 더 일찍 시작됐다면 지금처럼 우리 사회의 혐오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변 하사 전역이나 A씨 입학 포기가 없었을까.

“차별금지법의 큰 부분이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트랜스젠더 군인을 전역시키는 규정을 개선할 수 있다. A씨도 동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한 것이다. 하나의 법으로 모든 차별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차별에 대해 이야기할 근거가 된다. 차별받는 당사자조차 차별을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안 되는구나 포기하곤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기기 전까지 장애인들은 횡단보도 턱 같은 불편을 마주해도 그냥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법에서 이동권 차별을 명시하자 턱을 없애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소수자들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던 많은 것을 법의 언어로 차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차별해선 안 되는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별금지 기준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빼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건 동성애, 트랜스젠더는 차별해도 된다는 것이다. 차별해도 된다고 말하는 차별금지법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가 좌절된 데에는 보수 기독교단체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성소수자를 부정할 신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교회가 세 확장을 위해 반(反)동성애를 이용한다는 분석이 있다.

“학계에서 그런 분석이 나온다. 개신교가 2000년대 이후 계속 신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외부의 적이 필요했고, 동성애자를 정치적 타깃으로 삼아 똘똘 뭉쳤다는 분석이다. 모든 교인이 다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수가 강하게 동성애 반대를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제대로 반박이 되지 않으면서 교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친다. 신학적으로 하나님은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성소수자를 혐오해도 된다는 성서 교리는 없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내걸었고 국가인권위원장도 취임 때부터 수차례 강조했기에, 법안이 발의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제정까지는 진통이 있을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안 되면 다음 국회에서라도 법제화될 것으로 믿는다. 언제까지 반대만 하겠나. 차별금지법 제정이 2007년 처음 시도돼 13년이 됐는데 10년만 더 지켜보면 될 것이다. 핵심 반대 세력은 생각을 바꾸지 않겠지만 중도층은 설득할 여지가 있다. 다수의 인식이 바뀔 변곡점이 언젠가 올 것이다.”

-2013년 퓨리서치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한국 응답자 비율은 39%(2007년 18%)였다. 스페인 88%, 독일 87%, 캐나다 80%, 일본 54%에 비해 너무나 포용성이 낮다. 혐오와 배제를 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다른 조사를 보자. 2017년 갤럽 조사에서 동성애자도 일반인과 동등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90%가 그렇다고 답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해고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80%가 아니라고 답했다. 2013년 종교자유연구원 조사에서는 60%가 차별금지법에 찬성했다. 질문에 따라 반응이 퍽 다르다. 누구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보편적 인권 감수성이 크게 신장됐다. 특히 긍정적인 것은 연령이 낮을수록 수용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동남아 몇몇 나라에서는 연령별 수용도 차이가 없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10~20대의 수용도가 매우 높아 변화를 낙관할 수 있다. 숙대 사건으로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난 대학도 못 가는구나’라며 고민이 많지만, 트랜스젠더 이슈가 가시화함으로써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법부는 소수자 보호와 차별 시정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부도덕한 범죄자나 성도착자로 보도하는 언론도 이제는 없다. 미래를 낙관한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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