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빈 기자

등록 : 2020.06.01 04:30

韓日 지소미아 종료할까…부쩍 예민해진 美 자극할라 우려

등록 : 2020.06.01 04:3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오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본 총리관저에 들어가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정부가 일본에 수출규제 해제 입장을 내놓으라고 통보한 시한(5월 말)이 다가왔지만 5월 31일 현재까지 일본 측의 뚜렷한 답변은 없는 상태다.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효력 정지 카드를 내밀 경우 그렇지 않아도 중국과의 갈등으로 예민한 미국을 공연히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우리 정부의 수출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한 일본 측의 긍정적 반응은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에 대한 유감 표명 등 대응 수위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수출규제 문제를 두고 일본과 첨예하게 대립해온 청와대는 지난해 11월 22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절차를 중단하는 동시에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회유책이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한 지 6개월이 넘도록 일본 측의 태도 변화가 없자, 정부는 5월 12일 “일본이 5월 말까지 답신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구체적 시한까지 통보해둔 상태였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화 제스처를 보이기도 어려운 처지다.

문제는 일본의 이 같은 버티기 전략에도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당장 내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지소미아 종료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실행에 옮겼을 때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지소미아가 한ㆍ미ㆍ일 3국 간 안보협력 체계를 강화하려는 미국 측 필요성에 따라 추진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미국은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으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이 불쑥 “지소미아를 종료하겠다”고 나설 경우 중국은 반색하겠지만, 그런 만큼 미국의 반발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 종료 선택이 뜻하지 않게 일본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난관에 처해 있는 상황인데 우리가 지소미아를 종료하면 아베 총리가 미국의 반발을 등에 업고 오히려 힘을 얻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관계를 굳이 최악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 적절한지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는 차선책으로 WTO 제소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명분이 부족한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한 법적 대응인 만큼 미국의 반발 여지가 비교적 크지 않은 조치이기 때문이다. 단 대일 압박 수단이 많지 않은 만큼 WTO 제소 카드를 지금 소진할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기회를 모색할지 정부의 고민은 좀더 길어질 수 있다.

정부는 조만간 외교부가 아닌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일본에 유감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외교적 갈등 부담을 덜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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