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범 기자

등록 : 2020.05.19 11:01

‘마초’ 러브크래프트 소설, 페미니즘으로 다시 썼다

등록 : 2020.05.19 11:01

H.P러브크래프트가 창조한 우주 괴물 '크툴루'는 이후 ‘코스믹 호러(cosmic horror)’의 원형이 됐다

인류 이전에 존재했던 우주괴물 ‘크툴루(Cthulu)’ 신화의 창시자이자 ‘우주적 공포’라는 장르를 탄생시킨 공포 소설의 대가 H.P러브크래프트(1890~1937). 그가 정립한 공포 소설의 여러 원형은 이후 스티븐 킹의 소설, 영화 에일리언을 비롯, 무수한 작품과 서브컬처 콘텐츠의 원천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 속 인종차별과 남성중심적인 세계관은 늘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최근 영미권에서는 러브크래프트의 낡은 관점을 도려내고 재창작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백인 남성 대신 흑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젊은 남성의 모험담을 중년 여성의 모험담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 같은 ‘러브크래프트 다시 쓰기’ 흐름에 국내 작가들도 합류했다.

김보영, 김성일, 박성환, 송경아, 은림, 이서영, 홍지운, 최재훈, 이수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8명의 SF 작가들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LC.RC’는 페미니즘과 반인종주의에 입각해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를 재창조한다. 정식 출간 전 크라우드 펀딩으로 선공개 된 프로젝트는 공개 이틀 만에 모금액 1,000만원을 돌파, 목표금액의 919%를 달성하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공포문학의 전설 H.P러브크래트의 작품을 재창조한 프로젝트LC.RC. 알마출판사 제공

지난 4월말 1차로 홍지운 작가의 '악의와 공포의 용은 익히 아는 자여라', 김성일 작가의 '별들의 노래', 송경아 작가의 '우모리 하늘신발', 은림ㆍ박성환 작가의 '뿌리없는 별들'이 먼저 출간됐고 5월말 2차로 나머지 네 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먼저 선보인 네 권중 은림ㆍ박성환 작가의 ‘뿌리 없는 별들’은 러브크래프트의 공간적 배경을 차용하면서도 새로운 여성인물을 등장시켜 기존의 러브크래프트의 성차별적 한계를 극복한다. 송경아 작가의 ‘우모리 하늘신발’은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적 공포’의 대결상대로 근대 한국 농촌사회를 내세움으로써 서양중심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기존 세계관을 전복시킨다.

8권의 개별 표지를 모두 이어 붙이면 크툴루 신화와 각 소설의 서사를 잇는 하나의 그림 작품이 완성된다. 표지 그림은 방탄소년단 멤버 RM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일러스트레이터 최재훈 작가가 맡았다. 전자책은 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11일부터 한 달간 독점 공개된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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