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정 기자

등록 : 2019.10.01 04:40

지난해도 의붓아들 폭행 집행유예… 계부 엄벌했다면 살인 막았을텐데

등록 : 2019.10.01 04:40

“법원 감형 남발 아동학대 64%가 집행유예”… 재학대 방지책 절실

5살 의붓아들의 손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A씨가 29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 미추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스1

5세인 의붓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된 계부 A(26)씨가 지난해에도 같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감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씨처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ㆍ유기ㆍ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기 일쑤다. 이세원 강원원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입법적ㆍ사법적 관점에서의 변화과정 연구’ 에 따르면, 지난 1998년부터 2016년 5월까지 확정판결을 받은 아동학대범죄 피고인 532명 중 339명(63.7%)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징역형이 선고된 피고인(472명) 기준으로는 10명 중 7명(71.8%)이 실형을 피한 셈이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처벌법 혐의로 1심 재판을 받은 139명 중 16명(11.5%)만 실형을 받았다. 집행유예가 선고된 건 58건으로 전체의 41.7%에 달한다.

형사사건 양형 시 ‘합의’여부가 감형에 영향을 미치지만, 피해아동이 가해자로부터 합의를 종용받을 수밖에 없는 아동학대 사건의 특수성을 법원이 간과하면서 감형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지난해 4월 아동학대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도 피해아동 B군의 어머니가 ‘가정 생활 유지를 원하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았다. 법원이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봤으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다. 이 교수는 “법원이 어머니를 아동의 대리자로 간주하면서 합의 의사에 대한 아동의 진심은 간과했을 것”이라며 “재판부는 이런 사실을 신중하게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보육원 등에 보호조치됐던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 다시 폭력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할 체계 마련도 시급하다. 아동복지법 16조에 따르면 학대피해아동의 원가정 복귀 여부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판단하게 돼있다. 사법기관의 역할은 빠져있는 등 재학대 위험요소 평가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A씨에게 지속적으로 폭행당한 B군은 2017년 3월부터 분리조치돼 보육원에 들어갔지만, A씨가 올해 7월부터 보육원을 찾아와 가정복귀를 요청했다. B군은 지난달 30일 집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한 달도 안돼 A씨의 폭행으로 사망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가 복귀신청을 검토했고, 부모가 재범방지 수강명령에 따라 교육을 받은 것 등이 참작돼 복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보호종료 아동의 가정복귀 시 학대 부모에 대한 재평가 과정이 사실상 부재하다고 꼬집는다. 황옥경 서울신학대 보육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보호아동이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경우 보호시설은 물론, 전문가와 사건 조사에 개입한 검사ㆍ변호사 등이 모여 재사정을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이 부분은 사각지대인만큼 학대부모가 양육에 적합할지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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